부모님의 집, 그리고 세입자의 보증금 - 증여 이면의 세금 이야기
부모님의 집, 그리고 세입자의 보증금 - 증여 이면의 세금 이야기
부모님으로부터 집을 물려받는다는 것. 누군가에겐 축복이고, 누군가에겐 부담이다.
A씨에게 부친의 아파트는 둘 다였을 것이다. 집은 고마웠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은 부담이었다. 법적으로 표현하자면 '부담부증여' - 선물에 달린 작은 조건이 있었다.
A씨는 영리하게 생각했다. "이 보증금은 내가 빚을 떠안은 거잖아? 그럼 그만큼은 내가 산 거 아닌가?"
세법의 세계에는 '무상취득'과 '유상취득'이라는 경계가 있다. 같은 집이라도 공짜로 받았느냐, 대가를 치렀느냐에 따라 세금이 달라진다. A씨는 처음엔 전부를 무상취득으로 신고했다가, 마음을 바꿔 일부는 유상이라며 납부한 증여세액의 환급을 요구했다.
2024년, 대법원은 이렇게 말했다.
"증여받는 그 순간, 당신 주머니에 돈이 있었나요?"
참으로 직설적인 질문이다. 나중에 새 세입자를 구해서 갚겠다는 계획이 아니라, 지금 당장 갚을 수 있는 돈이 있느냐는 것. 받은 집으로 돈을 벌어 갚겠다는 건, 결국 공짜로 받은 거나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만약 그 논리가 통한다면, 누구나 "나중에 임대 주면 갚을 수 있어요"라며 세금을 줄일 수 있을 테니까.
법은 때로 냉정하다. 하지만 그 냉정함 뒤에는 공평함이 있다. 진짜 능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고, 변칙을 막고, 제도를 지킨다.
A씨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이 받는 것에는 정말 대가가 있었나요? 아니면 그저 그렇게 보이고 싶었던 건가요?
증여의 본질은 온기다. 하지만 세금의 세계에서 그 온기는 정확히 측정되어야 한다. 체온계를 들이댈 때, 우리는 정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