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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t Dec 03. 2021

[Life] 매일을 쌓는 힘

하루하루 성실하게, 일기를 다룬 책 3권


‘오늘 하루 잘 보냈다!’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잠든 적 있나요?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가서 아쉬움이 컸다면, 딱 10분만 시간을 내 일기를 써보세요. 내가 무엇을 했고,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냈는지, 기분은 어땠는지 적어보는 겁니다. 제법 많은 일을 해냈을 거예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상관없어요. 사소한 매일의 기록이 켜켜이 쌓여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이자 내 삶이 됩니다. 하루 몫을 잘 해낸 자신에게 보내는 격려와 회고의 축적, 일기에 관한 책을 소개합니다. 







아흔 살 프랑스 할머니의 일기 <체리토마토파이>


이 책은 일기 형태의 소설입니다. 프랑스 외딴 시골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인 주인공 잔은 아흔 번째 봄을 맞던 날부터 1년 동안 일기를 씁니다. 그날 있었던 일이나 느낀 기분, 문득 떠오르는 추억을 매일 남기죠. 잔은 하루를 충실히 채우며 살아갑니다. 정원에서 흐드러진 꽃을 보고, 친구들과 포도주를 마시며 카드놀이를 즐기고, 자식과 손주들이 오면 파이나 케이크를 구우며 자기만의 즐거움을 누립니다. 노년이란 단어가 주는 쓸쓸한 정서와 달리, 잔 할머니의 유쾌하고 솔직한 이야기는 별일 없는 하루에 색채를 더합니다. 이 사랑스러운 할머니의 글을 읽고 있으면 소설 속 주인공이 아니라 실존 인물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하고요. 살 날보다 살아온 날이 많은 잔은 인생의 피할 수 없는 슬픔을 오히려 덤덤하게 전하죠. 할머니의 일기를 읽으며 질문을 던져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하루하루 감사하며 보내나요? 혹여 소중한 걸 놓치고 있진 않은가요? 삶의 끝에 가까워지면 우리는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요?


저자 베로니크 드 뷔르

출판사 청미




23년간의 그림 식사 일기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


일본의 여행사 직원인 시노다는 무려 23년간 그림과 짤막한 글로 식사 일기를 남겼습니다. 2013년까지 식사 일기를 적은 노트가 무려 45권. 이 책에는 1990년 8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시노다가 매일 먹은 세끼의 기록 중 일부가 담겨 있습니다. 혼인 신고서를 내던 날 아내와 먹은 튀김소바, 딸이 태어난 날 먹은 음식 등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 맛은 어땠는지, 그날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적혀 있죠. 돈가스의 단면이나 면발 위 고명까지 생생하게 그린 그림을 보고 있으면 군침이 도는데요. 사진을 찍지 않고 눈으로 보고 혀로 맛본 감각만으로 그림을 그린다니 작가의 기억력에 박수를 보내게 됩니다. 식재료를 생산하는 사람들, 그걸로 요리해주는 사람들, 그 외에도 다양하게 얽힌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일기를 쓴다는 시노다. 유쾌하고도 진지한 그의 일기에서 의연한 기록의 힘을 느껴보세요.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기록하며 매일을 쌓는 사람과 그저 흘려보내는 사람 간에 차이가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저자 시노다 나오키

출판사 앨리스




책 읽기에 대한 책 일기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책을 읽는다>


책을 업으로 삼은 사람은 어떤 책을 읽을까요? 이 책은 문학동네 출판사의 강윤정 편집자와 장으뜸 카페꼼마(서점 겸 북 카페) 전 대표가 2017년 1월 1일부터 6개월간 쓴 독서 일기입니다. 7월부터 12월까지는 부부가 한 번이라도 손으로 만져본 책 리스트를 소개하죠. 왼쪽 페이지에는 남편 장으뜸의 글이, 오른쪽 페이지에는 아내 강윤정의 글이 적혀 있습니다. 이 부부는 주로 같은 날 각자 다른 책을 읽는데, 같은 책을 두 사람이 다르게 읽은 부분에서는 감상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밸런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기념일마다 서로 책을 선물하는 둘. 책을 향한 부부의 애정뿐 아니라 그들의 일과 일상에 책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읽다 보면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책을 담고 있을지도 몰라요. 인상 깊은 문장 한 줄, 느낀 점 한 줄이라도 적으며 독서 일기를 써보는 건 어떨까요? 감상의 흔적을 붙잡아둔다면 마음의 양식과 나만의 고유한 생각이 조금씩 쌓일 거예요.


저자 장으뜸, 강윤정

출판사 난다         




Editor 안명온

Photographer 김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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