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 디저트처럼 마지막까지 곱씹으며 공들여 들여다보게 되는 어떤 장면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거나, 잊고 싶은 의지와 상관없이 강렬한 경험은 다양한 방식으로 각인됩니다. 그러고는 의외의 순간에 감각처럼 살아나곤 합니다. 2년 전, 10대와 20대의 시간을 송두리째 함께한 반려견이 제 곁을 떠나 먼 여행을 떠났습니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채 마주한 이별이었기에, 마음까지 시린 계절이었기에 따뜻한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바람과 눈을 밟으며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막연히 걷고 또 걸어 올라갔습니다. 그때로부터 2년이 지나고 같은 계절, 같은 장소에 다시 올랐습니다. 이유 없이 그저 반갑고 눈앞의 세상과는 정반대로 온기가 느껴지는 그 길의 끝에 다다르자 2년 전 느꼈던 맛이 파도처럼 차오르며 제 뺨을 때렸습니다. 바닷물처럼 짜디짠 맛. 두 번 다시는 맛보고 싶지 않은 줄 알았으나, 잊고 싶지 않은 맛이었나 봅니다.
Photographer & Writer 김병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