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 디저트처럼 마지막까지 곱씹으며 공들여 들여다보게 되는 어떤 장면
새롭게 뛰어들거나 이미 꾸준히 해왔거나, 그게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 쉽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암벽을 타는 것처럼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고민을 거쳐 새로운 일에 매달려 오르는 과정은 결국 보람을 충분히 느끼게끔 합니다. 저는 그렇더라고요. 설령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일이 흘러간다 해도 발을 동동거리지 않습니다. 완주와 완등을 향한 길은 눈앞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여정은 앞뒤, 위아래 사방으로 자유롭게 뻗어나가는데요. 어느 길로 향하든 숨이 차오를 때까지 오르고 달린 끝에 비로소 맞닥뜨린 장면은 만족감, 위로와 함께 고민의 실마리를 다시 움켜쥐게 하더군요. 그리고 깨닫게 됩니다. 오르는 동안 고개를 돌린 적 없는 제 시선은 어느새 목표 이상, 그러니까 저 위를 향하고 있다는 걸요.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는 세상을 바라보며 곱씹는 여정의 기술.
Photographer & Writer 김병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