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6일의 저녁 식사, 등갈비김치찜과 배춧국
혼자 밥을 먹는게 어색하던 시기가 있다.
혼자 밥을 먹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어야지만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던 적이 있다.
처음 혼자 밥을 먹게 된 건 군생활 중이었다.
근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혼자 밥을 먹어야 했는데, 살면서 처음 혼자 밥을 먹은 일이었다.
물론 집에서 혼자 밥을 먹은걸 제외하고.
나이를 먹고 시간이 지나며 혼자 밥을 먹는 일이 점점 많아지게 되니 이게 나름 익숙하며 괜찮다.
처음 혼자 밥을 먹을 땐, 핸드폰을 들여다 보며 마치 바쁜 일이 있는 사람인 척, 그렇게 행동하곤 했지만, 이제는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어도 온전히 음식에 집중하며 밥을 먹는다.
맛을 느끼고, 레시피를 탐구하며, 온전히 나의 속도로 밥을 먹는다.
그렇게 혼자 밥 먹는 레벨이 오르면 오를 수록, 내 속은 점점 더 갈망하곤 한다.
이제는 혼자가 아닌 같이 밥을 먹고 싶다고.
어쩌면 어린 시절 혼자 밥먹기 싫고 무서웠던 건, 머리로는 몰라도 마음이 알고 있었던 것 아닐까?
혼자가 되는게 싫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느즈막히 어제 먹고 남은 걸 먹었다.
토요일인데도 출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아침을 건너뛰게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등갈비가 너무 먹고 싶었다.
이렇게 먹고 싶은게 생각나는 날은 좋다.
뭘 먹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서 점심을 먹자마자 마트로 달려가 등갈비를 샀다.
등갈비는 12대 들어있는 것 중 가장 저렴한 것이 1만 3천 3백원이었다.
이걸 하나 고른 뒤, 팽이버섯도 하나 골랐다.
그리고 살구맛이 나는 소주를 한 병 들었다.
오늘은 토요일이고 내일은 쉬는 날이니까, 그리고 등갈비니까.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어제와 다르게 밥은 잡곡밥으로 지었다.
흰쌀과 잡곡을 반씩 섞은 잡곡밥은 까칠한 식감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나는 이 건강한 식감이 좋다.
내 몸을 조금은 아껴준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잡곡은 백미보다 20분 더 시간이 걸린다.
이유는 모르겠다. 밥솥이 그렇게 해야 한다니 난 따를 수 밖에.
마치 회사 임원이 결정한 절차를 이유도 모르고 따라야 하는 나와 같다.
마트에서 배추도 좀 샀다.
나는 절대 배추를 포기로 사지 않는다.
쌈채소 코너에 가서 필요한 만큼만 산다.
많이 사면 저렴하다는 걸 알지만, 남는 만큼 버려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난 돈이 아까운게 아니라 재료가 버려지는 게 더 아깝다.
백날 돈을 줘봐라. 밭에서 배추가 하루만에 자라나.
세상엔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건 돈이 적다는 둥의 궤변은 세상의 이치를 모르는 사람들의 헛소리다.
이 팽이버섯 한 봉지가 300원이다.
인터넷을 둘러보다가 팽이버섯으로 맛있는 밑반찬을 만들 수 있다는 말에 홀린듯 구매했다.
고추장, 간장, 다진마늘과 참기름.
이런 조미료만 가지고 만들었는데 그 맛이 제법 훌륭하다.
300원이다.
고작 300원이다.
300원의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300원은 큰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하지만 그 300원짜리 식재료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세상 무엇보다 맛있는 요리가 될 수도 있다.
회사 속 사라들도 똑같은 것 같다.
저평가 받는 직원은 그 직원의 문제만이 아닐 것이다. 그 직원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누군가의 문제는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메인 요리의 등장이다.
그토록 먹고 싶었던 등갈비였다.
12개의 갈빗대를 모조리 뜯으면서 든 생각이, 지금 맛있게 먹는 건 등갈비 때문인지 김치 때문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분명히 주인공인 사람이 존재하고 그 사람 때문에 무언가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은데, 알고 보니 정말 수고한 사람은 뒤에 숨어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오늘 이 요리의 주인공은 등갈비지만, 활약은 김치가 했다.
좋아하는 요리와 출근 걱정 없는 주말의 저녁.
이 녀석이 빠질 수는 없다.
이렇게 맛이 들어 있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오늘은 왜그런지 이런 주류가 생각났다.
살구맛이 강할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진하지 않았고, 위스키에 넣을 것 같은 큼지막한 얼음과 함께 마시니 독하지도 않고 적당한 시원함에 웃음이 난다.
술 한 잔이 인생을 바꾸진 못하겠지만,
이 한 잔으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다면,
아주 조금은 마셔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본다.
그래도 지나친 음주는 건강을 해친다는 그 문구는 불변의 진리가 맞다.
외로움이란 감정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려서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좋았고, 같이 어울리는 건 곤욕이었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외로움을 크게 느끼곤 한다.
그건 연애의 감정도 아니고, 욕구의 문제도 아니다.
그저 누군가와 뜻을 같이 하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의지하며 응원하는,
그런 사람이 필요한 건 아닐까, 최근에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특히 맛있는 밥이 지어진 날이면 그렇게 외로울 수 없다.
누군가를 초대해서 "오늘 나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어"라고 자랑하고 싶은
그런 내 마음을 들어주고 이해해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그럴수록 지나친 인연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곤 한다.
그때는 왜 그렇게 서툴렀는지,
왜 그렇게 나쁘게 말했는지,
왜 그렇게 무심했는지,
그 사람들에게 너무나 미안하면서도, 그때의 내가 너무 싫어진다.
그러기에 오늘 더 다짐하게 된다.
이제는 만나는 인연에 대해 항상 감사하자고,
그리고 더 소중히 생각하자고.
오늘 당신의 옆에
당연히 있는 당연한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는 건 어떨지,
밥 먹다 갑자기 생각나서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