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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보지기 Feb 12. 2021

마보홈: 프롤로그(1)

그 곳과의 첫 만남

마보에 집이 생겼다.

명상강의를 하고 명상앱 마보를 운영하면서 막연히 언젠가 사람들이 와서 명상도 할 수 있고 우리 팀원들과 함께 일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옥'이라는 개념은 작은 스타트업인 마보에게는 언감생심이었다. 사무실 출근보다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나와 팀원들의 성향도 마보가 적극적으로 사무실 공간을 찾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했다.


막연히 '언젠가'가 앞당겨지게 된 것은 뜻밖의 곳에서였다. 마보의 투자사인 DHP(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와의 미팅에서 스타트업과 최신 기술 동향에 밝으신 정지훈 교수님께서 도시재생을 고민하고 있는 '노리터'라는 부동산 스타트업을 언급하신 것이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알려져 있는 홍제동 개미마을을 청년들의 일과 주거의 공간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하셨다. (2021년 현재, 아쉬운 사실은 노리터의 처음이자 마지막 프로젝트가 마보홈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마보홈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 얼마되지 않아 내부적인 문제로 그렇게 되었다고 전해들었다.) '개미마을' 이라는 이름이 참 예쁘게 느껴졌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개미처럼 부지런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마을이라고 했다. 더 정겨웠다.


노리터 분들을 만나기로 약속을 잡아 놓고도 개미마을이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다. 친구를 졸라 2월 23일 일요일 늦은 오후 개미마을을 찾았다.  홍제역에서부터 쭉 이어진 4차선 도로에서 우회전을 하면 개미마을로 올라가는 길의 초입에 들어서는데 그 순간부터 차가 타임머신이 된 것 같았다. 2020년, 2000년, 1990년, 1980년....1970년....막 지어진 것 같은 신축빌라와 땅콩집을 지나면 2000년대 초반 스타일의 빌라들, 낡은 양옥집들이 보이고 어느순간 갑자기 화면이 전환되며 1970년대가 펼쳐친다. 기와지붕과 판자지붕이 공존하고 대문밖으로 화분들이 나와 있고, 연탄아궁이와 굴뚝이 있는 곳. 한집 건너 한집 예쁜 벽화가 그려져 있고 전봇대에 전선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곳. 

2020년 2월 23일 일요일, 개미마을과의 첫 만남

너무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에 마을주민분들께 폐가 될까 싶어 많이 둘러볼 수는 없었다. 그런데 많이 보지 않아도 그냥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마음은 이미 그 날 미래를 알고 있었다. 바로 언젠가 마보가 이 곳에 터를 잡게 될 것이라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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