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Message Personnel

프랑소와즈 아르디의 개인적인 메시지

by 마봉 드 포레

사실은 다른 작가님들이 좋아하는 음악, 노래 얘기를 너무 맛깔나게 쓰셔서, 나도 음악 얘기를 좀 해보고 싶었다. 마침 10월 1일이고 날씨도 선선해졌으니 가을이면 듣는 노래 하나 올려야겠다.


나는 음악 듣는 취향이 좀 잡탕이다. 하나를 깊게 파지는 않지만 좀 잡다하게 듣는다. 한국 가요 빼고 모든 장르 다 듣는다고 봐도 될 것 같다. 클래식도 듣고 메탈도 듣고 J-POP도 듣고 라틴 음악도 좋아한다(삼바! 삼바가 최고다!).


나는 대학 입학은 불문과로 했다가 2학년때 전과하면서 졸업은 영문과로 했다. 보통 이런 케이스들은 불어도 못하고 영어도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불어를 할줄 아냐면 당연히 할 줄 모르고(프랑스 갔더니 메뉴판 음식 이름 정도는 알겠더라. 그 이상은 무리), 대신에 잠깐 다니는 동안 음악 하는 선배들한테 줏어들은 샹송들이 나중에 음악 취향에도 반영되어 아직도 샹송을 가끔 듣는다.


90년대 에스콰이아 광고 음악으로 유명한 Comment te dire adieu(어떻게 너에게 안녕이라고 말할지), 이 노래를 부른 프랑소와즈 아르디(Françoise Hardy, 1944-2024. 프랑수아즈라고 써야 맞는 표기인데 나는 왠지 프랑소와즈라는 표기가 더 좋다 -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 때문이라고는 말 못하겠다)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샹송 가수이자 작사가, 그리고 배우와 모델로 활약한, 실비 바르땅이나 제인 버킨, 브리지트 바르도와 함께 60년대 청춘문화의 아이콘 같은 사람이다. 2024년에 사망했을 때에는 마크롱 대통령도 애도 메시지를 낼 정도로 국민적 스타였다.

Françoise Hardy - Comment te dire adieu (Reworked)

아르디의 초기 음악은 밑단 통 넓은 부츠컷 청바지 입고 들어야 할 것 같은 60-70년대 포크송 느낌이긴 하지만 이 Comment te dire adieu(1968)는 매우 팝적이다. 이 언니는 시적인 가사와 섬세한 멜로디, 그리고 에디트 피아프나 파트리샤 카스같은 파워풀한 보컬이 아닌 쓸쓸하고 내성적인 보컬톤이 특징이다. 뭔가 힘을 다 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심금을 울리는게 딱 프렌치 시크 같은 감성이다. 얼굴 몸매 다 되시는 사기 스펙으로 모델로도 활동하며 패션의 아이콘이기도 했다. 외모, 목소리, 패션까지 딱 우리가 생각하는 파리지엔느의 꾸안꾸 프렌치 시크 그 자체다.


오늘 들고 온 노래는 우리 아르디 언니의 Message Personnel(영어로도 Personal Message가 연상되는 만큼 '개인적인 메시지'라는 뜻이다)라는 곡이다. 가을에 들으면 왠지 낙엽 하나 주워 책갈피에 끼워야 할 것 같고, 구남친 구여친에게 메시지 하나 보내고 싶고 카페 야외테이블에서 카페오레 한잔 마시고 싶은 그런 노래다.


이 노래는 앞부분이 독백(Parlé), 뒷부분이 노래(Chanté)로 되어 있다. 독백 부분이 아주 쓸쓸하고, 나직하고, 읊조리듯이 시작하는데, 후반부 노래도 에디트 피아프처럼 마! 난 인생 한 점 후회도 없다! 시방 이거시 내 인생! 하면서 내지르고 쏟아내는게 아니라, 얘긴 다 끝났는데 아직 가슴 한 켠에 못다한 말이 남은 듯한… 그런 느낌으로 끝난다.


일단 아래 링크를 눌러 음악을 틀어놓고, 한국어로 챗순이가 친절하게 번역해준 가사를 읽으면서 들어보자. 노래가 다 끝나도 어딘지 먹먹한 감성이 잔잔하게 남으니 삘받아서 괜히 구여친 구남친에게 전화하지 않도록 미리 주의 필요하다.


2013년 리마스터 버전이 음질이 더 좋은데, 아래 것은 1973년 버전이지만 아르디 언니 노래하는 얼굴도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 이걸로 가져왔다. 참고로 영어 버전도 있는데, 프랑스 사람이 영어할때 느껴지는 그 특유의 발음 때문에 영어 버전도 꽤 괜찮다. 아무튼 프랑스어 원곡을 들어보자.


Françoise Hardy - Message Personnel

[독백 – Parlé]

전화기 너머에는 당신의 목소리가 있어,
하지만 나는 끝내 말하지 못할 단어들이 있지.

영화나 노래, 책 속에 넘쳐나는 그 수많은 말들—
웃음으로 삼켜지지 않는, 오히려 두렵게 만드는 말들.

나는 그 말을 하고 싶어.
나는 그 말을 살고 싶어.
하지만, 나는 하지 않을 거야.

나는 원하지만, 할 수 없어.
나는 홀로 죽을 만큼 외롭지만, 당신이 어디 있는지 알아.
나, 가고 있어요. 기다려 줘요, 우리는 곧 알게 될 거야.
당신의 시간을 준비해 둬요, 나는 이미 내 시간을 다 드렸으니까.

나는 다가가고 싶어. 하지만 멈춰 서 있고, 나 자신이 미워져.
나는 가지 않을 거예요.
원하지만, 할 수 없어요,

나는 당신에게 말해야겠지.
아니면 그냥 잠들어야 할까요.

나는 두려워—당신이 귀를 닫아버릴까 봐.
나는 두려워—당신이 비겁할까 봐.
나는 두려워—내가 너무 성급하게 드러내 버릴까 봐.

나는 이렇게밖에 말 못 해요.
“난 당신을 사랑해요… 아마도.“라고.


[노래 – Chanté]

하지만, 만약 언젠가 당신이 날 사랑한다고 믿는다면—
그걸 짐으로 여기지 말아요.
그리고 달려와 줘요, 숨이 다할 때까지.
나를 다시 찾아와 줘요.

만약 언젠가 당신이 날 사랑한다고 믿는다면—
그 순간은 당신 곁에 내가 있을 거예요.
슬픔 속에라도,
수많은 길들이 결국 당신을 나에게 데려오리라.

나를 다시 찾아와 줘요.

만약 삶에 대한 염증이 당신을 덮친다면,
만약 삶의 무기력이 당신 안에 자리잡는다면
그때는 나를 생각해요.

나를 생각해요.
나를 생각해요.

그리고… 만약…


독백 부분에서 '당신(Vous)'로 시작했다가. 노래 부분에서는 '너/너에게(Tu, Toi)'로 변한다. 처음에는 거리를 두고 독백하다가, 점점 곡이 무르익으며 거리감이 줄고, 말 못하던 속마음이 터져 나오듯이 표현된다. 노래 마지막도 "Mais si tu...(But if you...)"로, 뭔가 더 있는데 차마 말을 다 못하듯이... 끝난다. 저작권 문제로 프랑스어 가사를 옮겨오지는 못하지만 검색해보면 그냥 막 올려놓은 사람들 많으니 불어 좀 하시는 분들이라면 찾아보셔도 좋다. 독백 부분 가사는 아르디가, 노래 부분 가사는 작곡가인 미셸 베르제가 썼다.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의 낙엽이 흩날리는 거리의 그림. 노천카페 테이블에 카페오레 한 잔.

'감성 없는 감상문'에는 주로 책과 영화, 번역 얘기를 썼는데

음악, 댄스스포츠, 리듬체조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써 보겠습니다.

(책 읽은 게 없어서 쓸 거 다 떨어져서 그런 거라고 말못함)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의 멘탈을 뒤흔든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