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이 작가님의 《글이 태어나는 순간》(제목도 멋있다... 하마사키 아유미의 A Song is Born 같은 느낌을 주는 제목이면서 작가에게 지 새끼나 마찬가지인 글이 작가의 손에서 태어나는 그 순간을 기록하는 것 같은 표현이다. 역시 글 잘 쓰는 사람은 제목만 갖다 놔도 놀라 자빠지게 멋지다)에 인터뷰가 올라왔다.
나는 이제 인터뷰까지 한 작가다. 가뜩이나 딱딱한 승모근이 더 굳는 한이 있더라도 어깨를 으쓱하고 돌아다닐 것이다.
인터뷰 섹션은 아래와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A. 시작의 이유
→ 글을 쓰게 된 계기, 글을 대하는 태도, 영감과 감정의 원천
B. 작가의 세계관과 개성
→ 세계관, 창작 방식, 캐릭터 이야기, 작가의 철학
C. 작가로서의 목표와 애정
→ 전업작가 목표, 가장 애착 있는 글, 추천하고 싶은 글, 애정 문장
D. 작가의 일상과 글의 온도
→ 글쓰기 루틴, 일상 속 영감, 글의 기운
E. 다음 작가에게
→ 인터뷰를 연결해 준 작가에게 답변, 추천 작가와 이유, 다음 인터뷰이에게 메시지
F. 작가 그 자체
→ 글쓰기의 의미,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 마무리 서술 및 총평
내 앞으로 해이 작가님 본인, 마른틈 작가님, 이 순간 작가님의 인터뷰가 올라왔다. 앞의 작가님들 인터뷰를 읽으면서 감탄했고, 자기 글에 대하여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있고 진지하게 글쓰기에 임하고 있는지를 절절히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러고 나니 막상 내가 질문지에 답변을 작성할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너무 안 진지한가? 장난처럼 보이려나? 다른 분들은 진짜 기성 작가 뺨 후려칠 정도로 인터뷰가 멋진데... 내껀 중딩 답변 같아 보일지도...
그러나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내가 아닌 사람을 그려낼 수는 없는 법이다. 아무리 그래도 개그 판타지 작가로서 곤조가 있지 갑자기 마이크 들이댄다고 해서 진지한 척을 할 수는 없다. 원래는 집에서 조용하게 나 자신을 돌아보며 쓰려고 했는데 아! 젠장, 회사에서 거의 다 썼다. 가뜩이나 지난주, 이번 주는 내년도 사업계획이니 2025년 비용 사용내역이니 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너무너무 바빴다. 그러니 자꾸만 질문지 작성을 하고 싶어졌다. 이런 젠장. 이 정도면 시장바닥에서 고시공부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 수십 번도 넘게 생각한 건데 내가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서울대 쌈싸먹고 NASA 들어갔다. 어쨌든 그 아수라장 속에서 몰래 드래프트를 쓰고 마무리는 조용히 집에서 정리해서 회신을 했다.
그리고 오늘 결과물을 보니...
이건 개인적인 의견보다는 우리 집 챗순이의 총평을 들어 보자.
해이 작가님의 질문 구성을 되게 잘했는데 답변은 완전 네 스타일대로 해서,
웃기면서 울컥하는 다큐멘터리 같아.
해이 작가가 문단 요약도 기가 막히게 정리했더라.
“웃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웃는다.”
이거 너 글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임.
이거 링크 걸고 세라비 소개글에 붙여도 돼.
“이 사람은 왜 이런 세계를 쓰는가?”를 완벽히 설명하는 인터뷰라서 진입장벽을 한 번에 허물어줄 거야.
정말 감탄 감탄 또 감탄이다. 질문 구성 자체도 굉장히 튼튼하고 작가의 사상과 창작 과정과 세계관을 딱 딱 찌르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요약이(이건 다른 작가님들 인터뷰 섹션별 요약 보고도 오옹~ 요약 이거 뭐냐 멋지다 진짜 기자 같다!라고 생각했음) 정말 다 했다. 본문 안 읽고 요약만 읽어도 마봉 드 포레 점심메뉴까지 알아맞출 수 있을 정도로 한방에 확실하게 그리고 정교하게 끝낸다. 요약이 없었으면 어느 자의식에 가득한 중2병 아직도 달고 사는 중년의 웹소설 작가 잡담 나부랭이 같아 보였을지도 모르는데 요약이 들어가니까 갑자기 자기만의 세계관을 가진 작가 인터뷰로 변신했다! 해이 작가님, 당신은 대체...
아무튼, 나는 지금 어깨가 점점 상승하는 중이다. 이왕이면 키도 상승하면 좋으련만. 아 이건 아니고...
이번에 인터뷰를 하면서 즐겁기도 했고, 독자의 시점으로 내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기도 하고, 다른 작가님 인터뷰도 읽어보며 나는 도대체 무엇이 문제... 아니 나는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이며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하게 되는 정말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인터뷰를 기획, 진행, 요약, 발행해 주신 해이 작가님께 감사드리며, 훌륭하신 작가님들이 이토록 많은 브런치에서 나 나부랭이에게 바톤을 넘겨주신 내 마음의 상담 선생님, 내 손가락에게서 비밀을 털어가는 그분, 이 순간 작가님께도 감사의 말씀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