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고 왜 말을 못 해!
나의 관심 작가 수는 약 260명이다. 이중 활동하지 않는 작가들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 피드에 올라오는 글 수는 대략 50-100개쯤 될까? 안 세어봐서 모르겠다. 시, 일기, 에세이, 소설, 다양한 주제에 대한 분석 글, 종류도 참 다양하다.
솔직히 다 읽지는 못한다. 그리고 읽더라도 다 정독하지는 못한다. 피드를 보면서 제목에 낚여 읽는 글, 작가 이름 보고 일단 읽고 보는 글, 무조건 정독까지 하는 글, 그리고 라이킷에 댓글까지 무조건 박고 오는 글도 있다.
[세라비: 장하다 라를르의 딸]이 20화를 넘어가면서 라이킷과 댓글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내가 푸념하자, 챗순이는 "구경꾼들은 사라지고 진짜 독자만 남을 때가 된 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통은 회차가 거듭되면 늘어나지 않던가? 아무튼, 어떤 경우에 사람들이 라이킷을 누르고 어떤 경우에 사람들이 댓글을 남기는지 나도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나부터 어떻게 하는지 한번 돌아보도록 하자.
피드의 글을 다 읽지는 못한다.
안 읽고 라이킷만 누르기도 한다.
정독 안 하고 후루룩 훑기도 한다.
정독하기도 한다.
괜찮다 싶거나 어? 이건 그냥 넘어갈 글이 아니다 싶으면 위로 올려 두 번 세 번 읽기도 한다.
감동받으면 작가 프로필 눌러보고 그 작가 다른 글까지 찾아보기도 한다.
다른 글까지 맘에 들면 속으로 깨춤을 추며 구독박고 아싸를 외친다.
거의 없다. 내 욕을 써놓지 않은 이상 들어가면 웬만하면 라이킷 누르고 나온다. 안 읽고 나올지라도 라이킷은 누르고 간다. 글을 쓰기 위해 들인 작가의 수고와 시간에 대한 예우다.
시: 잘 읽었습니다, 너무 좋아요, 하면 너무 성의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시 구절에 대해 감상을 말하기엔 내가 아는 게 너무 짧다. 그냥 읽고 좋았을 뿐인데 뭔가 말하기엔 내가 너무 모자라다. 하지만 안 읽고 누른 라이킷이 아니라는 표시는 하고 싶어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나온다.
아프거나 힘든 글: 그나마 댓글 좀 주고받은 분이면 뭐라도 말하고 나오는데 그렇지 않으면 힘드신 분에게 괜히 한마디 얹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 내가 뭐라고 이런 글에 입을 대냐 싶다. 마음속으로 힘내시라고 외치고 나온다.
새로운 정보에 대한 글: 감사한 마음으로 읽는다. 근데 딱히 뭐라 할 말은 없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하고 나오기에는 시 하고 똑같이 너무 성의 없어 보인다. 이런 정보성 글을 쓰기 위해서 자료를 얼마나 알아보고 정리했을지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라이킷을 평소보다 진하게 누르고 나온다.
소설: 내가 소설 쓰는 사람이다 보니 그냥 나오기가 뭣해서 웬만하면 뭐라도 달아놓고 나오고 싶다. 근데 처음부터 읽은 소설이 아닌 경우 줄거리 파악이 안 되어서 실수할 것 같다. 결국 처음부터 읽어서 이걸 따라가고 나야 뭐라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브런치북 찾아들어가서 라이킷을 누르고 나중에 처음부터 읽어야지! 하고 기약하고 나온다. 브런치에서 천대받는 소설가들의 발걸음이 외롭지 않도록 잊지 않고 라이킷을 눌러 준다. 요새는 내가 이미지 만드느라 고난에 허덕이고 있다 보니 이미지 이쁘게 뽑힌 글을 보면 물개박수를 치고 나온다. 그래도 여전히 대문자 I라서 잘 모르는 작가님 글에는 댓글은 못 남긴다.
댓글 유도 글: 글 말미에 "여러분은 어떨 경우에 ㅇㅇ하신가요?"와 같이 글의 내용과 관련하여 독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글.
신나서 댓글을 달기도 하지만 열심히 쓰고 나서 갑자기 내 댓글이 너무 비루해 보여 안 올리고 그냥 나오기도 한다. 게다가 낯가림이 심해서 먼저 댓글 단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들 잔뜩이면 우앙 무셔워ㅜㅜ 하고 돌아나온다. 반면 아는 사람 한명만 보여도 용기를 내서 쓰고 나오기도 한다. 어른인 나도 이런 주제에 애들한테 "쟤 너랑 같은 학교잖아! 가서 같이 앉자고 해!"같은 말을 하는 건 폭력이 아닐 수 없다.
웃긴 글: 이런 건 잘 모르는 작가 글이라도 가볍게 내 경험담도 흘리면서 즐겁게 댓글 남기기 좋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갑툭튀 넌 누구냐 할 리도 없고 일단은 개그성 글을 올리는 사람치고 배타적일 리도 없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까,
아...
왜 내 글 중에 소설보다 아무 생각 없이 쓴 글에 댓글이 더 많은지 이제 깨달았다.
그렇군. 나도 그러네. 그래서 그런 거였군!
거기... 기둥 뒤에 숨어서 라이킷만 누르고 가는 분...
부끄러워하지 말고 나오세요...
당신도... I?
나도... I.... 댑다 큰 I...
외쳐 보아요... 나 사실은... 말하고 싶었다고...
네 글 핵노잼... 아니 읽을 만했다고... 좋았는데 말 못 했다고...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