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티파티에 초대합니다! 모두 오세요!
무생물에 캐릭터 입혀 스토리 써보기
나는 직장인으로서 커피 수혈은 당연히 하고 있고 좋아하기도 하지만 차(tea, not car)도 좋아한다.
그리고, 과연 문인(文人)들이 모인 브런치답게 차를 즐기는 작가들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 조상들도 달 밝은 밤이면 시조 한 수를 읊으며 글벗들과 함께 차 한 잔을 나누지 않았던가.
그러나 물리적인 거리의 제약사항으로 인하여 글벗들과 같이 차를 나누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
그리하여...
랜선 티파티(Remote Tea Party) 를
하기로 하였다!!!
(+시트러스 작가님, +무명독자 작가님)
자, 서두 길게 갈 것 없이 빨리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우선 나는 기분이 하도 구려서 11월이 되자마자 방에 트리를 설치했다.
트리: '내일의 집'에서 구매한 1미터짜리 소형 트리 (가까이서 보면 허접한데 불 켜면 그럴듯해 보임)
바구니: 피크닉 티타임 어쩌고 저쩌고 그런 걸로 검색해서 산 바구니(*갖고 나가본 적 없음)
무늬 있는 천 같은 거: '내일의 집'에서 산 티타월. 바구니 속에서 그릇들끼리 부딪치지 말라고 완충재로 넣어놔서 구겨져 있다.
어? 곰순이가 들어있네.
자세가 일진이네. 게다가 저 눈까리 봐라...
포숑이한테 한쪽 어깨 딱~ 걸치고 바나나, 사과, 귤한테 삥 뜯는 포스네?
저 곰순이가 저래뵈도 인천공항 오픈했을 때(2001년) 아직 테디베어 뮤지엄이 있던 그 시절에 구매해서
벌서 스물다섯 살이나 먹은 곰순이임.
스물다섯 살이면 뭐다? 음주 흡연 다 가능한 성인임.
바나나, 사과, 귤, 포숑 티 따위 다 내 밑으로 깔으라면 깔아!
- 안녕하세요 브런치 작가 언니오빠들?
깜쯱이★ 곰순이랍니다.
- 이미 다 봤다 이뇨나...
- 누나. 이 차는 뭔가요? (※작가 주: 곰돌이는 마봉 조카(*최근에 제대)가 애기 때 갖고 놀던 애라 곰순이보다 연하임)
- 몰라. 닥치고 그냥 주는 대로 처마셔.
- 이 사과 뒤쪽은 왜 이렇게 다 썩었죠?
- 조용히 해, 작가가 멀쩡한 부분만 보이게 찍고 있어.
- 이 포숑 티는 유통기한이 3년 지난 것 같은데 맞나요?
- 작가가 면세점에서 케이스 예쁘다고 사 온 거라 어쩔 수 없어.
- 그 작가는 립톤하고 차 맛 구별도 못하면서 꼭 비싼 거 사 오더라.
- 이 촌티 흐르는 스뎅들은 또 뭐죠? 분식집에서 쓰는 건가요?
- 작가가 집에서 브런치 차려 먹겠다고 삘 받아서 산 건데, 아직 뒷면 스티커도 제거 안 했대.
- 이 시퍼런 티포트랑 크리머는 뭐죠?
- 쟤네들도 '내일의 집' 출신이야. 세트로 각 잡고 샀는데 라면 먹을 때 쓰는 면기 빼고 바깥 구경도 못해봤대.
- 명품은 차마 못 사고 저렴이로 찔끔찔끔 사는군요. 저 때 인테리어 소품 사대느라 '내일의 집' VIP 됐죠?
- 다행이지 뭐. 저 작가 명품 도자기에 손대기 시작하면 이 집 파산할 거거든.
- 오, 진짜 물 건너온 애들이다.
- 작가가 올해 초에 폴란드 여행 갔다가 사서 이고 지고 온 애들이래.
- 아, 들었어요. 쇼핑 너무 많이 해서 올 때 짐값 낼 뻔했다고.
- 진짜 가지가지한다. 또 공항 쓰레기통 옆에서 울면서 짐 정리하고 있었겠네.
- 근데, 밑에 깔아놓은 흰 천은 뭐죠?
- 행주.
- 이건 또 뭐냐.
- 작가가 십 수년 전쯤 정서불안 다스린다고 도자 할 때 만든 거래요.
- 가지가지하다가 가지 되겠다.
- 흉기처럼 크고 무겁기만 해서 다 버리고 그나마 남겨놓은 게 저거래요.
- 누나 근데 이 차 맛이 홍차는 아닌 것 같아요. 뭐죠?
- 보리차. 저 작가 요새 속 울렁거린다고 보리차 마셔.
- 컵도 이제 평소에 쓰는 거 보여주죠. 솔직하게.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1) 아마존에서 산 스타워즈 "May the froth be with you"(글자가 가려서 안보임) 머그
(2) 스코틀랜드 여행 끝날 때쯤 파운드랜드(Poundland - 천원샵, 백엔샵 같은 싸구려 물건 파는 가게)에서 산 스뎅 포트
(3) Yes24에서 제인 오스틴 '설득' DVD 사고 받은 사은품 머그
(4) Yes 24에서 뭐였는지 기억 안 나지만 여튼 제인 오스틴 뭐 책인지 DVD인지 사고 받은 티백 홀더
(5) 다이소 욕실용품 선반에서 집어왔는데 아무 데나 쓰기 좋아서 과자, 티백 등 아무거나 담는 그릇
배경: 담터 보리차, 어딘가에서 산 레이스 깔개(3500원)
언제 플레이팅하고 티포트 꺼내 씻고 닦고 그러고 사냐.
잎차를 걸러서 어쩌구 다 필요 없고 티백 슥슥슥
티푸드? 아무거나 차랑 먹으면 티푸드지. 오징어도 버섯도 고구마도 배추도 다 티랑 먹으면 티푸드임.
생활감 가득한 샷을 보여드리기 위해 턱별히 찍어 보여드림.
무생물 갖고 캐릭터 부여해서 글 쓰는 거 진짜 어렵네요.
다른 작가님들의 토순이, 병아리 글 애정하면서 읽었고/읽고 있는 저로서는
이렇게 어려운 건 나는 다시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는 기회가 되었답니다.
(열심히 읽기만 해야겠습니다)
다음번에는 티포트 세트 말고 진짜 차(tea) 컬렉션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