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실험 12. 레시피 - 고혈압 환자용 라면 끓이기
고혈압이지만 라면은 먹고 싶어
■ 이 글은 지난 주 랜선 티파티에 이어 이번 주까지 이어진 랜선 라면파티를 위한 글입니다.
시트러스 작가님의 랜선 라면 파티 현장!
무명독자 작가님의 랜선 라면 파티 현장!
어서 와, 고혈압은 처음이지?
자, 나는 이제 의사로부터 확실하게 1단계 고혈압 진단을 받고 약도 처방받은 공식적인 고혈압 환자다.
하지만 이미 나는 라면파티 글을 올리기로 했다.
랜선 라면파티.
그것은 엄숙한 약속이다.
물론, 사진만 찍고 안 먹을 수도 있다.
그치만 나는 며칠 전부터 라면이 먹고 싶었다.
그러므로 나는 라면을 먹어야만 한다.
우리 사무실의 고혈압 좀 한다는(?) 아저씨들은 약 먹기 전 혈압이 180, 200을 찍는다(살아 있는 게 용하다).
약 안 먹으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간들과 내가 같이 살아가고 있다.
내가 우리 부서 와서 처음으로 혈압이 130 넘었을 때, 고혈압 아저씨들이 말했다.
"이제 겨우 저혈압 탈피했네."
그들에게는 정상 혈압이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냥 자기들보다 낮으면 다 저혈압이다.
고혈압이지만 라면은 먹고 싶어
그러면 이제 나는 라면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
병원에서 받은 안내문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 생활습관 개선
금연 - 10 몇 년 전에 끊음
금주 - 안 마심
저염식 - 싱겁게 먹는 편임
체중관리 - 알면서 안했지롱
운동 - 上同
과일, 채소 섭취 -...
그렇다면 저염(It's me 아님) 라면을 끓여 보도록 하자.
내 최애 라면은 이거다.
라면 이름을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뭔지 다 알 것이다.
색깔이 빨간데 모자이크 처리하니까 왠지 불길하지만
넘어가도록 하자.
스프는 반만 넣는다.
아래 국물을 보면 다시마가 몇 조각 들어있다.
물은 좀 적게 넣어도 괜찮다. 나중에 추가하면 된다. 많이 넣는 것보다 적게 넣는 게 물 맞추기 좋다.
면은 3/4만 넣는다.
오늘 먹어보니 반만 넣어도 될 뻔했다.
라면에 들어있던 야채스프 말고도 이것저것 더 넣었다. 다음 사진에서 뭔지 보도록 하자.
동결건조야채. 조각미역. 그리고 아까 넣었던 자른 다시마.
라면에 원래 들어있던 야채스프 갖고는 만족하지 않는다.
특히 라면에 조각미역을 넣으면 진짜 맛있다.
국물도 시원해지고 뭔가 풍성해진다.
라면이 너구*일 때는 더욱 잘 어울린다.
안 어울리는 라면 : 참*라면, 스*면 등 해물계와 좀 거리가 있는 라면들과는 약간 안 어울리는 편이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슬라이스 양배추다.
물론 게으른 나는 마켓컬*에서 슬라이스 양배추 사서 물에 한번 헹궈서 쓴다.
양배추 사다가 직접 잘라서 써도 되지만, 양배추 한 통 혹은 반 통 사다가 다 먹는 게 정말 힘들기 때문에 나는 1/4통을 사거나 아니면 그냥 슬라이스를 산다.
숙주, 콩나물 등 다른 야채도 괜찮다.
양배추에서 물이 나오기 때문에 처음부터 물을 많이 넣으면 나중에 물 맞추기 힘들다.
계란은 라면에 필수다.
짬뽕라면이라도 마찬가지다.
계란을 넣는 시점은 면이 다 풀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화라락 한번 끓어오르기 전이다.
절대 휘휘 젓지 않는다. 휘휘 젓는 사람과는 손절한다.
계란을 넣은 다음 뚜껑을 닫는다.
마지막으로 불을 끄고 뚜껑을 덮은 채로 조금 기다린다.
계란이 반숙으로 잘 익은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뚜껑을 열고 유성스프를 휘릭 두른다.
그릇에 담은 다음에 둘러도 된다.
그릇에 담는다.
양배추 때문에 양이 늘어나서, 면은 반만 넣어도 되었을 것 같다.
다이어트하는데 라면 먹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강추다.
면 반, 양배추(숙주나 콩나물) 반 넣고 살짝 싱겁게 한 다음에 먹으면 생각보다 영양가 있다.
물론, 국물은 마시지 않는다.
그것은 고혈압 환자나 다이어터에게 기본이다.
큰 샷으로 다시 보도록 하자.
이 라면이 오늘 나의 저녁밥이다.
양배추와 면과 각종 야채 그리고 계란(반숙)이 들어간...
면은 꼬들하고, 양배추는 적당히 아삭, 계란 노른자는 톡~
맛있다...
그래도 자주 먹으면 안 된다고 한다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