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때로 기억합니다. 메트로놈 박자에 맞춰 피아노를 치고 있는 누나를 막둥이가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고, 엄마는 집안일을 하고 계셨고, 아빠는 신발끈을 조여매고 계셨습니다.
“갔다 올게.”
아빠의 말 한마디에 건반소리와 물소리가 멈췄고, 모두가 신발장 앞으로 우르르 나왔습니다.
“다녀오세요.”
현관문이 닫힘과 동시에 누나와 막둥이는 피아노 의자 위로, 엄마는 주방으로 돌아가 각자의 시간을 다시 재생시켰습니다. 고무장갑에서 뚝뚝 떨어진 연한 거품을 발로 슥슥 닦으며 엄마를 뒤따라갔습니다. 중요한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엄마, 어디까지 얘기하셨죠?“
“집중해서 들어. 이 그릇에 물을 가득 채워. 이게 라면 하나 양이야. 이걸 그대로 가져와 냄비에 붓고 가스 밸브를 열어. 그리고…“
2025. 12. 07. 21:00
이번 주제는 최애 라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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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배웠던 그대로 라면을 끓여보겠습니다. 우선, 시작 전에 ’불조심‘ 5번을 외쳐줍니다. 이거 안 하면 다음 단계로 못 넘어갔습니다. 국그릇으로 물 양을 조절해 냄비에 붓습니다. 가스 밸브를 열고 불을 켜줍니다. 양은냄비가 없는 게 참 아쉽습니다. 면은 부수지 말라고 배웠습니다. 부스러기가 떨어지지 않게 봉지를 천천히 세로로 뜯어줍니다. 물이 끓으면 분말스프, 건더기스프, 면을 순서대로 넣어줍니다. 스프는 양쪽을 잡고 탈탈 털어주며 넣어야 합니다. 아, 계란은 넣지 않습니다. 넣지 말라고 배웠습니다. 3분 동안 집게로 면을 괴롭혀 줍니다. 예. 꼬들면 좋아합니다. 불을 끄고 가스 밸브를 잠가줍니다.
그럼,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