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방에서는 전진하라 외치고, 앞줄은 죽어갔네
2026.03월 현재, 세상은 평화롭지 않다. 중고등학교 때 세계사 시간에서나 배웠던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그보다 더 앞서 있었던 수많은 전쟁들은 이제 더 이상 역사 속의 일이 아니다. 사실상 전쟁은 항상 우리에게 남의 일이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현재 전 세계에 몇 개 안 되는 '휴전 국가'이니 정으니가 언제든지 눈깔 뒤집히면 내일 당장 출근, 등교가 문제가 아니게 될 것이다. 아무리 우리가 농담 삼아 "한국사람들은 좀비 떼가 나타나도 걔네 때문에 차 막혀서 출근 못 할 일을 걱정한다"라고 하지만, 정말로 옆동네에 폭탄이 떨어지면 그런 말은 더 이상 못하게 될 것이다.
2001년 9월 11일, 나는 직장 동료들과 바쁘게 문자를 주고받고 있었다. 이 날짜를 모르는 사람은 세계에 없을 것이다. 바로 9/11 테러 날이다. 나는 당시 인천공항에서 일한 지 반년도 안 되는 초짜 공항러였다.
"야, 우리 내일 출근해도 돼?"
"인천공항은 괜찮은 거야? 내일이면 여기도 무슨 일 나는 거 아냐?"
TV에 나온 장면은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었다. 실제였다. 다른 나라도 아닌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 미국에서, 그들의 부와 힘의 상징과도 같은 뉴욕 맨해튼에서, 쌍둥이빌딩이 여객기에 들이 받혀 무너져 내렸다. 소름 끼치고 무섭고 두려운 장면이었다. 곧이어 미국 상공 전역은 일시적으로 비행 금지 구역이 되었다.
우리가 왜 출근해도 되는 건지 걱정했는가 하면, 당시에는 이게 테러의 끝인지, 미국이랑 친한 나라들에도 연쇄적으로 테러가 발생할지, 심지어 저 테러의 배후조차 (물론 알 카에다가 자기들이 한 거라고 금방 인정은 했지만) 아직 확실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전쟁과 테러는 항상 주요 인프라 시설물부터 파괴한다. 물론 인천공항은 군공항은 아니지만, 한 나라의 하늘길을 끊어버려서 고립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인천공항이 최우선 목표가 될 것이다.
다음날 인천공항의 전광판에는 미국행 전 항공사들이 다 '결항'으로 표시되었다. 코로나 때를 제외하고 인천공항이 그렇게 한산한 적은 없었다. 시간은 알아서 잘 흘러 이제는 9/11 테러 이후~ 라며 쉽게 입에 오르내리지만, 당시에는 전 세계를 뒤흔드는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우스갯소리로 TV 뉴스 화면이 더 충격적이라 비디오 대여점이 파리 날렸다고 한다.
오늘 갑자기 9/11 테러 얘기 라떼는 말이야를 또 꺼낸 것은 우리에게는 삼일절 연휴이지만 지구 반대편의 어디선가에는 세상이 지옥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나라지만, 환경이 많이 다르지만, 거기도 사람이 산다. 직장인들 출근하고, 애들은 학교 가고, 엄마는 밥 짓고, 가게 주인은 장사 준비 하러 샷다 올리고...
우크라이나도, 가자 지구도, 이란도, 멕시코도, 뉴스를 들으면 그냥 인간들이 다 미친 것 같다. 지렁이도 모기도 서로 죽이지 않는데, 인간은 왜 이렇게 서로 죽일까? 이게 진짜 지구에서 가장 진화한 동물 맞는지 가끔 의문이 든다. 결국 소행성 엔딩 말고는 떠오르지 않는다.
오늘 같은 날은 핑크 플로이드 얘기를 해야겠다. 갑자기 웬 핑크 플로이드냐고? 오늘 같은 날 잠들기 전에 꼭 들으면 좋은 노래 같아서 가지고 왔다. 일단 뮤직 비디오부터 보자.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는 1965년 영국 런던에서 결성된 전설적인 밴드다. 비틀스, 퀸 등과 함께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영향력 있는 밴드 중 하나로 꼽힌다. 위대하다는 것은 이들이 대중적인 인기로만 평가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핑크 플로이드는 장르가 뭐시냐 묻는다면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이다. 환각적이고 몽환적인 사이키델릭 록에 클래식, 재즈 등의 요소들을 결합한, 그들만의 사운드가 있는 프로그레시브 록의 정점과도 같은 애들, 아니 분들이다.
음악적으로 실험적인 시도도 많이 했다. 시계 소리, 동전 떨어지는 소리, 심장 박동 소리 등을 음악에 도입한 것이 얘네들이다. 그리고 거대한 스크린에 몽환적인 영상을 띄우거나 레이저, 돼지 풍선 등을 활용한 극적인 라이브 공연으로도 매우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록밴드 공연처럼 머리 풀어헤치고 헤드뱅잉 하는 공연이 아니라,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너는 잠이 온다...' 느낌의 뽕 맞은 것 같은 영상이 나오는 대형 스크린을 배경으로 점잖게 생긴 아저씨들이 노래한다. 옴매 머 저런 심심한 공연이 다 있냐 싶을 것 같지만 거장들이시다 보니 공연마다 표 구하기 개 힘들 정도로 대중적으로도 인기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가사가 철학적이고 문학적이다. 인간의 내면, 광기, 소외, 자본주의, 전쟁 등 무거운 주제들을 다뤘다. 그중에서도 오늘 가지고 온 곡은 핑크 플로이드의 전설적인 앨범 〈The Dark Side of the Moon〉수록곡인 'Us and Them' - 우리, 그리고 그들 -이다.
1973년에 발표한 이 앨범은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유명한 콘셉트 앨범 중 하나다. 프리즘을 통과하는 빛이 그려진 그 앨범 커버, 전쟁, 광기, 시간, 돈, 인간의 불안 같은 어둡지만 보편적인 주제들을 다룬 곡들. 그중 한 곡이 바로 오늘 들을 Us and Them이다.
설명이 너무 길었으니 바로 가사부터 보도록 하자.
가사 및 한국어 번역: 젬순이(Gemini)
Us, and them
우리, 그리고 그들
And after all we're only ordinary men.
결국 우리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
Me, and you.
나, 그리고 너.
God only knows it's not what we would choose to do.
우리가 원해서 한 일이 아니란 건 신만이 아시지.
Forward he cried from the rear
후방에서 그(장군)가 "전진!"이라고 외쳤고
And the front rank died.
최전선의 병사들은 죽어갔어.
The general sat and the lines on the map
장군이 앉아있는 동안 지도 위의 선들은
Moved from side to side.
이리저리 움직였지.
Black and blue
검은색과 푸른색 (피멍 든 상처)
And who knows which is which and who is who.
어느 것이 어느 것이고, 누가 누군지 대체 누가 알겠어.
Up and down.
위로, 그리고 아래로.
And in the end it's only round 'n round.
결국엔 그저 빙글빙글 돌고 도는 것뿐인걸.
Haven't you heard it's a battle of words
이건 말(words)의 전쟁이란 거 못 들었어?
The poster bearer cried.
시위 피켓을 든 사람이 외쳤어.
Listen son, said the man with the gun
들어봐 젊은이, 총을 든 남자가 말했지.
There's room for you inside.
안쪽에 네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고.
Down and out
밑바닥으로 떨어져 빈털터리가 된 사람들
It can't be helped but there's a lot of it about.
어쩔 수 없다지만, 주변엔 그런 일이 참 많지.
With, without.
가진 자, 그리고 가지지 못한 자.
And who'll deny it's what the fighting's all about?
싸움이란 게 다 그런 이유 때문이라는 걸 누가 부인하겠어?
Out of the way, it's a busy day
비켜봐, 오늘은 바쁜 날이야
I've got things on my mind.
신경 쓸 일이 많거든.
For the want of the price of tea and a slice
차 한 잔과 빵 한 조각 살 돈이 없어서
The old man died.
그 노인은 결국 죽고 말았지.
70년대 곡이다 보니 당시에는 뮤직비디오라는 개념이 거의 없었다. 지금 공식적인 비디오라고 일컬어지는 저 위의 영상에 나오는 것들은 이런 것들이다.
전쟁 장면 / 군인 / 행진
폭발, 연기, 붉은 조명
분열된 얼굴, 대비되는 색감
프리즘·빛·무지개 모티프
50년 후에도 저 화면들과 별로 달라지지 않은 세상에서 연휴가 끝나고 출근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살포시 이 노래를 바쳐 본다.
“Old men declare war. But it is the youth that must fight and die.”
늙은이들이 전쟁을 선포하고, 젊은이들이 싸우다 죽네.
이 말은 미국 31대 대통령인 후버 대통령의 말이라고 전해진다.
그가 그 말을 했을 때에는, 폭탄이 떨어지는 초등학교나 병원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인간은 조금도 발전하지 못했다.
문명이 발달한 척하면서 결국 그거 갖고 하는 짓은 기원전 몇 세기부터 주구장창 해온
전쟁이다.
결국 소행성이 한 번 쎄게 치고 가서 죄다 초기화되는 날만을 기다릴 뿐이다.
고대의 신들, 아눈나키들이여, 다시 니비루를 보내주시옵소서.
이난나 여신이여, 제발 한방에 초기화해주소서.
이왕이면 내일 출근하기 전에 초기화 해주소서. 출근하는 길에 맞으면 개빡칠것 같사옵니다.
살아남은 인류는 니비루에 싣고 가시고 지구는 그냥 버리소서. 이곳은 이미 죄다 썩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