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2월이 내겐 너무 길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잔인했던 24년도의 2월이여 이젠 안녕

by 마부자

새벽 4시쯤, 문득 잠에서 깨어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다시 잠들었다가 또 깨어나기를 반복하며 흐릿한 새벽 시간을 보냈다. 몸은 크게 피곤하지 않았지만, 이 반복되는 깨어남 속에서 잠자는 루틴이 어긋난 것 같아 마음 한편에 불편함이 남았다. 새벽 공기를 느끼며 다시금 이 흐트러진 리듬을 다잡아야겠다고 다짐했다.

2월의 마지막 날이다. 유난히도 길게 느껴졌던 한 달, 내 인생에서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시간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매일이 끝없는 터널을 걷는 것 같았고, 한 걸음 한 걸음이 힘겹기만 했다. 하루라도 빨리 이 보기 싫은 2월의 달력을 찢어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리 길게만 느껴지던 시간도 결국 이렇게 끝나게 마련이다. 마침내 2월이 막을 내린다.

내일이면 아내가 퇴원을 한다.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지 셀 수도 없다. 그런데도 기쁨이 넘치는 것보다는, 그저 빨리 내일이 오기만을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아내가 퇴원하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한다는 기대와 함께, 그 뒤에 이어질 재활과 회복의 과정이 가져올 또 다른 무게가 내 마음에 자리 잡고 있었다.

새벽 공기가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지만, 오늘만 지나면 드디어 기다렸던 3월이 찾아온다. 이 힘겨웠던 시간을 지나, 봄의 첫날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묵직했던 마음에 작은 희망의 숨을 불어넣었다. 아내와 함께, 그리고 우리 가족이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날들을 떠올리며 다시금 눈을 감았다.

비 소식이 들리더니 날이 흐릿하다. 출근길에 오랜만에 커피 한 잔을 테이크아웃해 사무실로 향했다. 손에 쥔 따뜻한 커피 잔이 묘하게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것 같았다. 흐린 날씨 속에서도 이런 소소한 여유가 오늘 하루를 조금 더 가볍게 만들어 줄 것 같았다.

사무실에 도착해 어제 현장설명회에서 받은 자료를 정리했다.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본사에 등기 송부를 요청하고, 회신도 깔끔하게 마쳤다. 할 일을 하나씩 해결할 때마다 마음이 조금 더 정돈되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중 기술부에서 견적 작성 전 미팅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다. 본사에서 진행할지, 음성에서 할지 고민했지만, 내가 직접 움직이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 같아 본사로 가기로 했다. 단순히 업무만이 아니라, 사장님께 감사 인사도 드리고, 아내의 근황도 전할 겸 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다.

마침 본사가 어머니와 가까운 위치에 있어, 짧게라도 얼굴을 뵐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편안해졌다. 업무와 개인적인 시간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선택이라 생각하며 일정을 확정했다.

흐린 날씨 속에서도 이렇게 하루를 차근차근 준비하며, 필요한 일을 하나씩 해나가는 내 모습이 어딘가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모든 것들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다. 오늘도 작은 선택들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며, 가족과 일 모두에 최선을 다하는 하루를 만들어 보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쩌면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 2월의 마지막 날은 아무것도 새롭게 시작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했던 것 같다. 버리고 싶은 시간 속에서 무언가를 도전하고 시작하려는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마음을 다잡고, 루틴 복귀를 위해 첫걸음을 뗐다. 새롭게 읽을 책의 목차를 정리하고,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관련 영상을 보며 자료를 준비했다. 3월이 되면, 24년 2월 1일 이전의 모든 일상을 되찾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각오로 정진하기로 했다.

2월의 마지막 날을 맞으며 술 한 잔으로 모든 것을 털어내고 싶었다. 그래서 형님께 연락을 했지만, 선약이 있다는 답을 듣고 결국 집에서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어쩌면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필요했던 것 같다.

오늘은 병원에 가지 않기로 한 날이기도 했다. 아내가 쓰러진 뒤 처음으로 병원에 가지 않는 날이었다. 한 달 내내 병원과 집을 오가며 보냈던 긴 여정을 떠올리니, 굳이 오늘까지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핑계로 병원을 찾을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이 잔혹했던 2월과 완전히 작별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2월은 정말 견디기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을 지나온 덕분에, 이제 아내와 함께할 3월의 새로운 시작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 깊이 깨닫게 되었다. 과거에 머물기보다는, 다가올 날들을 준비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느껴졌다.

아내가 집으로 돌아오면 내 일상도 변화를 맞이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한동안 술 약속은 피하고, 아내와 함께 산책하거나 건강한 일상을 만드는 데 집중하려 한다. 술잔을 자주 들던 습관을 줄이고, 체력과 몸 관리를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그 변화는 아내의 회복뿐만 아니라 내게도 필요한 일이었다.

아내와 함께 걸으며 작은 대화를 나누고, 건강한 음식을 챙기고,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큰 행복일 것이다. 술을 줄이는 건 단순한 절제가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 더 좋은 에너지를 주기 위한 작은 실천일 것이다.

집에서 차분히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의 고요함이 오히려 나에게 큰 위안으로 다가왔다. 아내가 퇴원한 뒤 함께 시작할 새로운 일상, 그리고 봄처럼 따스한 날들을 맞이할 기대감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병원에 가지 않는 오늘은 아내와 나 자신을 위한 작은 쉼표 같은 날이었다.

3월이 시작되면 다시 힘을 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이렇게 조용히, 그리고 온전히 2월과 작별을 고하며 지나온 시간에 스스로 고생했다고 다독였다. 그렇게 나만의 방식으로 이 긴 한 달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