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바보들의 배를 읽고

"우인문학"의 창시자 제바스티안 브란트의 명작<구텐베르크 출판>

by 마부자

작가 소개

제바스티안 브란트 - Sebastian Brant, 1457~1521

15세기 말 독일 인문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이자 우인문학(愚人文學)의 창시자다. 독일 슈트라스부르크에서 태어나 바젤대학에서 철학과 법학을 공부한 뒤 1489년 동 대학의 법학 교수가 되었다. 번역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다수의 법학서와 시문학 등을 번역해 출간했고, 당대 유럽 사회의 허위와 맹목, 어리석음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글쓰기로 명성을 얻었다.


특히 중세 말기의 최대 걸작으로 꼽히는 『바보들의 배』(1494)는 당대 사회의 정치·종교·문화를 통렬하게 풍자하는 사회 비판서이자 우인문학의 시초로, 고전문학과 성서, 역사서, 잠언집 등 다양한 문헌에 대한 폭넓은 인용과 날카로운 해석이 담긴 인문 교양서로도 큰 역할을 했다.


『바보들의 배』는 출간 이후 전 유럽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당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고,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를 이끈 종교개혁 및 르네상스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 인간 군상의 온갖 어리석음을 유쾌하면서도 냉소적으로 그린 그의 작품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며, 시공간을 뛰어넘어 인간과 사회를 통찰하는 그의 지혜와 시선은 참된 삶의 모습과 이를 위해 필요한 덕목을 돌아보게 한다.




책 선택 이유

아침 루틴의 소중한 일부가 된 블로그 서평 이벤트에서 선정되어 선택한 책입니다. 평소 서평 이벤트에 자주 참여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출판사가 직접 진행하는 특별한 이벤트였기에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책 소개를 읽으며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색채가 강해 망설였지만, "우인문학"이라는 단어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저자가 우인문학의 창시자이며, 이 책이 1494년, 무려 531년 전에 출간된 문학 작품이라는 점이 더욱 궁금증을 자극했습니다. "531년 전 사람의 생각은 과연 지금과 어떻게 다를까?"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최근 인문학 서적을 많이 읽고 있지만, "우인문학"이라는 생소한 문학 장르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할 용기를 얻었습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내 삶의 배에 어떤 바보들이 타고 있었는지 돌아보고, 이제는 그들과 이별할 준비를 하려는 강한 신념으로 첫 장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줄거리&요약

제바스티안 브란트의 <바보들의 배>는 선장 브란트가 항해를 준비하는 과정을 다루는 책입니다. 그러나 이 배의 항해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삶을 준비하는 한 척의 배입니다. 그리고 이 배를 타고 항해를 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우스꽝스러운 광대들 즉, 바보들의 모습이 가득합니다.


저자 제바스티안 브란트는 우인문학(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유행했던 풍자 문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바보를 주인공으로 사회적 부조리 또는 탐욕 등의 사회문제를 비판하고 그 과정에서 교훈을 얻고자 하는 문학이며 <바보들의 배>는 우인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선장 브란트의 시선으로 광대들 즉, '바보'들이 배를 타고 항해하는 이야기입니다. 작품은 60개의 짧은 풍자적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다른 유형의 바보들이 등장해 인간의 어리석음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이 배에는 탐욕스러운 부자, 허영심 가득한 귀족, 위선적인 성직자, 무지한 학자, 게으른 농부, 사치에 빠진 사람들 등 다양한 바보들이 승선합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똑똑하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어리석은 행동을 일삼으며 혼란 속에서 살아갑니다.


예를 들어, 책을 많이 모으지만 읽지 않는 학자, 도박과 술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는 귀족, 무의미한 논쟁에 몰두하는 성직자, 눈앞의 이익만을 좇다가 결국 파멸하는 상인 등이 대표적입니다.


브란트는 이들을 풍자하며, 그들의 행태가 삶을 파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작품 속 바보들은 끝까지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지 못한 채, 바보들의 나라로 향하는 배를 타고 항해를 계속합니다. 결국 이 이야기는 중세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으며, 독자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지혜로운 삶을 살라는 교훈을 전달하는 철학적 우화로 마무리됩니다.



인상 깊은 구절

부드럽고 절도 있는 말은 듣기에 즐겁고,

알맞은 때와 올바른 상황에서 적절히

한마디를 건네는 것은 큰 미덕이다.

침묵은 가난한 이든 높은 지위에 있는 이든

큰 품격을 보여주는 미덕이고,


언어는 선하고 진실할 때 참으로 칭송할 만하다.

현명한 이는 말하기 전에 신중을 기하여

무엇을 누구에게 왜, 어떻게,

언제 어디서 말할 것인지를 숙고한다.


말 많고 수다스러워 신뢰를 잃는 자 중에서 - 117 page





나의 생각&서평

제바스티안 브란트의 <바보들의 배>는 단순한 풍자가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을 담은 지침서입니다. 책은 저자 브란트의 시점으로 배를 준비하고, 항해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형식으로 구성됩니다.


작품 속에는 60가지 인간 군상이 등장하며, 그들은 모두 바보로 표현됩니다. 탐욕스러운 부자, 무지한 학자, 허영심 가득한 귀족, 부패한 성직자 등 우리가 삶 속에서 흔히 마주하는 인물들이 바보의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브란트는 그들의 어리석음을 풍자하며 독자들에게 자기반성을 유도하고, 나아가 더 나은 삶을 위한 방향을 제시합니다.


브란트의 <바보들의 배>가 더욱 인상적인 이유는 531년 전에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입니다.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 속에도 브란트가 묘사한 ‘바보들’이 여전히 존재하며, 심지어 그 바보들은 지난 531년 동안 우리의 성장을 방해하며 삶을 갉아먹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마치 브란트가 시대를 초월한 예언을 남긴 것처럼 말이죠.


책의 서술 방식은 예상과 달리 어렵지 않습니다. 브란트는 <바보들의 배>에서 그리스 신화, 로마 역사, 다양한 역사적 사건을 인용하며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또한, 풍자를 통한 해학적인 표현 덕분에 단순한 철학서가 아니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문학 작품이 됩니다. 번역 과정에서도 역사적 배경 설명이 잘 어우러져 있어, 신화와 역사에 대한 지식까지 함께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인생을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에 비유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삶의 목표를 가지고 항해를 떠나지만, 정작 자신의 배에 누가 타고 있는지는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출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그 배에는 삶을 함께하는 ‘동료’만이 아니라, 우리를 침몰시키는 ‘바보들’도 함께 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브란트는 이 바보들을 가려내고, 때로는 강제로 내리게 하며, 이미 출항한 경우에는 그들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책을 읽고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내 삶을 돌아보며 마지막 문장을 적어봅니다.

"지금 갑판에 서서 당신의 삶이라는 배를 보라.
너무나 많은 바보들이 타고 있는가?
그들이 당신 삶의 배를 침몰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다.
그대로 같이 갈 것인가?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마부자의 생각


이제, 당신의 배에 누가 타고 있는지 확인할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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