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작성 1주년, 그날의 일기를 열어보았다. 정말 뭐 별 내용은 없다
채식주의자를 다 읽고 새로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이라는 10년 전에 읽었던 책을 펼쳤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떠나면서 과연 우리는 가방을 꾸리는데 너무도 많은 불필요한 것들로 인해서 무거워진 가방으로 인해 여행을 포기하게 되는 일을 겪지 말라는 신선한 내용의 책이다. 그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무심코 넣었던 내 어깨 위에 올려진 가방은 무게가 나를 너무 짓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다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시작하는 단계에서 정말 그 가방을 어깨에서 내려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꺼내서 풀어보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그 속에 있던 매 묵은 감정(서운함, 두려움, 분노, 아쉬움, 슬픔, 욕심, 자만심, 괴로움 등)들은 전부 꺼내고 정말 필요한 것들(희망, 열정, 노력, 긍정, 재능 등)로 채워서 다시 여행을 준비하기도 마음먹은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처음 구매했을 10년 전에 그렇게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지금부터 10년 후에는 반드시 내 가방 속에 있는 것들로 인해 난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굳은 약속과 다짐을 하며 책을 덮었다.
오늘은 내가 블로그에 일기를 작성한지 정확히 1년 되는 날이다. 과연 나는 1년 전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고 일기장을 다시 열어보았다. 정말 심플한 일기다. 심플하게 다짐을 하고 꾸준히 달려온 지난 1년간 내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에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정말 말도 되지 않는 많은 일이 있었던 지난 1년이다.
"시간을 돌아보며 요즘 내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문득 의문이 생겼다. 1997년에 입사해서 30년 가까이 같은 일을 해오다 보니 이제는 지겨워진 것 같다. 처음이라 긴 글을 쓰는 것이 서툴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에 일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
운동과 체중 관리 운동을 시작한 지 3개월이 되어간다. 8월에 몸무게가 80.4kg까지 나갔는데, 지금은 71kg까지 내려갔다. 꾸준한 운동, 적절한 단식, 그리고 절주 덕분이다. 역시 꾸준함이 최고인 것 같다.
시간의 흐름 2023년이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11월이 훌쩍 지나갔다. 이제 정말 50이 넘어간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들 하니 나도 오늘부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 봐야겠다."
사실 기쁘고 웃음 가득했던 날들보다는 슬프고 가슴 아팠던 기억이 더 많은 1년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참고 이겨내서 살아왔으니 앞으로의 날은 더욱 새로운 희망을 가져 보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부터 매일의 일기를 쓰며 1년 전 같은 날의 일기를 한 번씩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연락이 오셨다. 좀 부드럽게 대답을 해 드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뒤이어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투정으로 만 들려서 퉁명스럽게 나중에 이야기하시자고 하자 어머니가 실망하시는 말투로 ‘그냥 알고 있으라고 하는 소리야’라고 하시며 전화를 끊으신다.
별로 좋지 않은 기분에 저녁 식사 뒷정리를 하고 예전 같으면 소파에 같이 앉아 티브이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오늘 이런 기분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가는 내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일이 생길 것 같아 그냥 서재로 들어와 오늘 읽은 책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블로그 후기를 다 작성하고 시간을 보니 9시였다. 와이프는 여전히 소파에 앉아 티브이를 보고 있다. 내일 인천에 가면 일요일에나 내려올 텐데 이런 기분으로 인천에 가는 것이 나 스스로가 너무 마음에 걸렸다. 서재에 와서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글을 쓰다 보니 마음이 한결 누그러진 것을 알게 되었다.
역시 순간의 감정을 참아 내는 것에 가장 좋은 것은 글쓰기 인가보다는 생각을 하며 노트북을 덥고 와이프에게 아직 잘 시간이 조금 남았는데 맥주 한잔하겠느냐고 했더니 흔쾌히 좋다고 한다. 좀 전까지 서먹한 집안의 분위기가 결국 나 혼자만의 행동과 생각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좀 우스운 생각이 들고 아직 내가 더 많이 성숙해져야 한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와이프와 맥주 한 잔을 하며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하고 내일 본사 송별회에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자칫 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썰렁한 분위기에 다툼이 생길 수도 있던 상황을 잘 참아낸 오늘처럼 앞으로 살아가는 모든 일에 감정을 추스르는 습관을 철저히 가지자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