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별회를 위해 방문하는 마지막 본사 출장길의 감회는 섭섭보단 시원했다.
마지막 본사 출장을 위해 기차에 몸을 실었다. 플랫폼을 떠나는 기차 앉아 창가를 바라보며 잠시 회상에 잠겼다. 27년 전 그러니까 24살 때 당시 자동차 정비 공장에서 일을 하다 젊은 패기에 노사갈등 전면에 나섰다가 해고를 당하고 당장 먹고 살길이 막막해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다 우연히 벼룩시장이라는 생활광고지의 구인광고를 보고 입사를 지원했던 회사에서 27년간 일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추억을 쌓았던 회사와 이제 마지막 작별을 하는 송별회에 참석을 하는 날이다. 많은 생각이 든다. 입사할 당시부터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면 1년에 1분씩만 이야기해도 27분이 걸리는 시간이다. 그 모든 추억은 일기보다는 별도의 공간에 작성을 하기로 했다. 늘 그렇듯이 지하철, 기차, 버스, 택시를 타고 회사에 도착을 했다.
오늘은 타 부서 사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타 부서의 이사, 경영지원실의 상무, 부장, 기술연구소 고문, 소장 들과 개인적인 간단한 담소와 함께 지나간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다들 묻는 첫마디는 그래서 퇴사하고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이다. 난 모두에게 같은 대답을 했다. 아무 계획이 없고 당분간을 쉬려고 한다. 그러면 한결같이 돌아오는 것은 의아한 표정들이다. 아직 은퇴하기에는 너무 젊은데 왜 쉬느냐는 물음에 딱히 명쾌한 답을 줄 수 없다. 아니 답이 있지만 그들은 믿지 않는 듯하다.
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안타까운 감정이 들었다. 진심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부럽다고 한다. 내 나이에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쉬겠다는 계획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워준다. 그러나 그들이 치켜세워주는 엄지는 100% 응원의 메시지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나를 바라보는 그 들의 눈빛에는 한심, 걱정, 측은 등의 감정들이 보인다. 가끔 그들의 눈빛과 이야기를 들으면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마음이 살짝 흔들릴 때도 있지만 잘 중심을 잡고 그들과의 미팅을 마쳤다.
퇴근시간이 되어 송별회 장소에 도착을 했다. 관리팀 직원들이 미리 와서 자리 배치 및 송별회 준비를 미리 해놓고 있었다. 미리 예약된 방에 들어서자 벽에 걸린 현수막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20대 중반의 사진을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사진과 더불어 문구가 적혀 있었다.
“빛 나는 후반전, 당신의 내일을 응원합니다.” 고마웠다. 오늘의 내 감정을 그대로 담고 있는 글이어서 더욱 고마웠다.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런 문구였다면 아마 좀 실망을 했을 것이다. 다시 시작한다는 문구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기술부 부장이 송별사를 낭독했다. 가슴 뭉클한 내용에 살짝 눈시울을 붉어졌다. 그리고 짧은 답사를 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준비를 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오늘 기차에서 오면서 준비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간단한 답사를 하고 함께 한 직원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어차피 오늘은 취하려고 나온 날이다. 솔직한 마음은 이 송별회 자리가 부담스러운 마음이 있어서 빨리 술에 취해 나는 빠져나오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더욱 빠른 속도로 술잔을 기울였다. 함께 한 모두와 한 잔, 두 잔 건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내 정신을 저 멀리 가고 있었다. 그렇게 송별회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