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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부자 Dec 25. 2024

<독서>김금희 작가의
'대 온실 수리보고서를 읽고

이 소설은 삶에서 일어나는 인간관계의 갈등에 대해 작가의 폭넓은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책은 주인공 영두의 관점에서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가족, 우정, 세대, 나라, 역사, 의식, 관점 그리고 나 자신과의 모든 상황에서 대립에 대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이 갈등을 풀어가야 하는지 그리고 과연 이 문제들이 나만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것인지 의문을 던집니다.


갈등(葛藤)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습니다. 


1. 사람들 사이의 대립이나 충돌

개인이나 집단 간에 서로 다른 이해관계, 신념, 가치관 등이 충돌하여 대립하거나 마찰을 빚는 상태를 말합니다.


2. 마음속의 모순이나 대립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서로 상반되는 감정, 욕구, 가치관 등이 충돌하여 마음속에 생기는 혼란의 상태를 의미하는 말


그래서 이번에는 이 책의 내용에 대해 갈등을 위주로 해석해 보았습니다.



 1. 역사에 대한 갈등 


이 책의 중심 소재인 대온실은 일제강점기라는 지우고 싶은 아픈 과거에 일본이 조선에 지은 건물로서 한국에는 고통의 상징이며, 일본에는 기술의 역사로서 표현되는 상징적인 건축물입니다. 이를 복원하는 작업은 그 시작 단계에서 이미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역사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라는 주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불길을 덮으려는 깨진 얼음들 이 어딘가 조선의 역사를 생각하게 한다고. 저마다 갈라진 운명이라 다시 하나로 맞춰보기 어려울 정도로 나뉜 세계같이 - 89page"



 2. 가족 간 갈등 


영두의 친구 은혜와 그의 딸 산아와의 대화를 통해 흔히 우리가 말하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줄일 수 없는 간격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자신을 이해 못 하는 딸과 그런 딸이 못마땅한 엄마의 모습은 현실 속 우리가 살아가는 가족 간 갈등의 대표적인 한 장면입니다. 그리고 작가는 영두와 산아가 이런 세대 갈등을 대화로 풀어 갈 수 있다는 희망도 전달합니다.

"키워놔봤자 저 속을 어떻게 알까, 아주 차갑기가 쏜물 같은 기집애." - 139page"




 3. 삶과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극한의 갈등

일제 강점기에 우리 국민들이 겪은 고통 중 하나인 창씨개명 즉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일본식 이름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이 민족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국민으로서 삶과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극한의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한국 전쟁으로 인해 분단된 가족의 안전과 자신의 생명을 바꿔야 하는 그  순간에 사실 인간은 갈등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그려냅니다.

"박목주는 자기를 움켜 쥐 그의 손을 얼른 떨쳐냈다. 경험상 만세는 위험한 것이었다. - 309page"



 4. 세대 차 갈등

공무원 장 과장과 건축사무소의 제도사 제갈 도희와의 관계를 통해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사고에 대한 차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나타냅니다. 모든 일이 정해진 틀을 벗어나면 안 되는 명확한 기준이 있고 책임의 범위를 두려워하는 세대와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틀은 벗어 날 수 있고 그 책임은 당연히 자신이 질 수 있다는 자신감의 차이는 우리 세대가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는 심각한 갈등인 것 같습니다.

"뭣 하러 이 단계에서 일을 벌이려고 하냐고. 자기들도 일만 느는 것 아냐?" - 246page



 5. 친구(우정)로 인한 갈등

영두는 친구들과 사이에서도 큰 갈등을 겪는 모습을 보입니다. 어릴 적 석모도에서 친한 친구로 지내던 은혜와 헤어지던 날 심하게 다투고 풀지 못하고 헤어졌지만 결국 진정한 친구로 돌아오는 모습과 새로운 환경에서 만난 주인 집 손녀 리사와 함께 학교생활을 하던 중 친구들과 극한 갈등으로 인해 결국 풀지 못하고 이별을 겪게 됩니다. 이 두 사건을 통해 작가는 친구 간 갈등에 대한 다양한 시점을 독자에게 전합니다.

"나는 미래가 욕심나는 것이 두려웠다. 이미 차가운 실망 속에서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었다" - 224page


 6. 자기 신념과 내재적 갈등

우연히 알게 된 보수공사현장 내의 밀실에 대해 역사적 사건이 될 수 있는 이사실을 밝혀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묻어야 하는 것인지 생계와 신념의 문제로 갈등하는 건축사무소 직원들의 모습들은 우리가 현실에서 너무도 자주 부딪히는 갈등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온실 건축물의 설계자인 일본인 후쿠다의 입장에서 본 갈등은 개인과 국가관의 이념으로 인한 내면의 갈등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붓고 국가의 미래에 필요한 포도 재배 기술에 대한 연구로 일생을 바치려 하였으나 결국 국가의 요청에 자신의 꿈을 버리고 국화꽃의 연구를 하며 마음속에는 자신이 버리지 못한 꿈을 간직하다 결국 숨을 거두는 모습을 통해 인간 내면의 심적 갈등을 보여줍니다.


"개인적 상처들이 그렇듯이. 그렇게 한쪽을 묻어버린다면 허술한 수리일까." - 224page



이 작품을 읽고 나서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편협했던 의식이 얼마나 좁았으며 우물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앉은 개구리 마냥 보이는 하늘을 쳐다보며 보이는 만큼의 세계만 보고 살아온 내 삶과 내 시선의 획일 함에 부끄럽고 작가의 시선에 다시 한번 감탄을 연발하며 읽어 내려갔습니다. (물론 최근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라 요즘은 좀 쑥스럽기도 합니다.)


자신이 석모도에서 자란 시절의 이야기를 시작해서 약 100년 전의 조선 후기로 거슬러 올라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근대화의 과정에 이르며 20세기 후반에 걸친 창경궁을 소재로 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사회적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책 속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다양한 사건들이 갈등으로 표현되며 이 갈등들을 해소하거나 그 원인을 알아가는 과정의 이야기는 독자의 눈을 한시도 책에서 뗄 수 없게 만듭니다. 남자친구 순신, 건축사무소 소장, 산아의 친구 스미, 영두의 친구 유민, 영조와 사도세자, 남한과 북한, 과거와 미래, 삶과 죽음, 보수와 진보 등 정말 많은 갈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가가 이 책을 쓰며 얼마나 많은 갈등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금희작가의 책을 처음 읽어 보았지만 이 한 권으로 나는 작가의 매력에 빠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에세이처럼 시작해서 역사와 사회적 문제 그리고 엄청난 반전이 있는 후반부는 책의 두께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단번에 읽을 수 밖에 없는 매력이 가득한 책이었습니다. 이런 좋은 책을 선물한 딸에게 오늘은 맛있는 저녁을 사야겠습니다.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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