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by 마부자

마지막 항암주사를 마치고 병실로 돌아오던 날. 병원의 복도와 기계음, 차가운 주사액의 기억이 아직도 몸에 남아 있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안도의 숨이었다. 이제는 끝났다는 말이 내 입안에서 천천히 맴돌았다. 고통이 끝났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가벼워지는 듯했다.


안도

안도는 그 자체로 작은 위로다. ‘이제 괜찮다’라는 속삭임은 순간적으로 내 몸과 마음을 풀어주었다.


그러나 그 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몸은 여전히 낯선 반응을 보였고, 구토와 무기력은 안도의 자리를 금세 흔들었다.


그래서 나는 깨달았다. 안도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 속에서 잠시 머무는 쉼표라는 것을.


안도라는 감정은 우리의 기대와 맞닿아 있다. 어떤 고통이 끝났다고 믿는 순간 우리는 안도한다. 그러나 고통이 끝나지 않고 다른 모습으로 이어질 때, 안도는 깨지기 쉽다.


그렇다고 해서 그 안도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잠시라도 안도의 숨을 쉴 수 있기에 다음 고통을 마주할 힘이 생긴다.


안도는 끝을 보장하지 않지만 새로운 시작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짧은 휴식이다.


나에게 안도는 항암이라는 긴 여정에서 처음 맞이한 짧은 휴가와 같았다. 고통이란 파도 속에서 잠시 잠깐 물 위로 얼굴을 내밀어 숨을 고르는 순간이었다.


그것이 진짜 끝이 아니었음을 곧 알게 되었지만, 그 순간의 안도가 없었다면 다음 날의 구토와 무기력, 다시 찾아오는 두려움 앞에서 나는 서 있지 못했을 것이다.


안도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았으나, 그 바람이 내 뺨을 스치며 전해준 온기가 분명히 있었다. 나는 그 온기에 매달려 다시 하루를 견뎠다.


결국 안도란 ‘다 끝났다’라는 결론이 아니라 ‘조금은 숨 쉴 수 있다’라는 일시적인 허락이다. 하지만 그 허락은 작아도 절실하다.


겨우 몇 걸음이라도 앞으로 내디딜 수 있게 만드는 힘. 고통 속에서 무너져버린 나를 붙잡아 일으켜 세우는 작은 손길. 그 손길이 있었기에 나는 다시 버틸 수 있었다.


나는 오늘 ‘안도’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안도는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허락된 잠시의 숨결이다.

이전 03화‘신념’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