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4.더딘 걸음이 지금은
나를 살리는 길일것이다.

편도암으로 인한 항암과 방사선 치료 후 퇴원 3일차의 기록

by 마부자

(25년 5월 30일 편도암 확진. 항암 6회, 방사선 치료 30회 완료)


아침은 여전히 뜨거운 바람이 창을 밀고 들어와 나를 깨웠다. 병실의 낯선 하얀 천장이 아닌, 익숙한 집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뜨는 일.


그렇게 시작된 아침은 이제 세 번째다. 거실로 걸어 나가 베란다에 서면 그저 서 있기만 해도 ‘내가 집에 있구나’ 하는 실감이 새삼스럽게 밀려든다.


그러나 오늘 하루는 지나치게 조용했다. 바쁜 병원 생활 속에서는 늘 무언가를 하고 있었는데 정작 집으로 돌아와서는 할 일이 없어 텅 빈 마음을 마주한다.


마음은 이미 아내와 함께 동네를 산책하고 싶고 작은 가게 앞에서 잠시 쉬어가고 싶지만 날씨와 내 체력은 아직 그 마음을 따라가지 못했다.


땀을 흘리는 더위와 가벼워진 몸은 지금은 멈추어야 할 때라고 말하는 듯했다.


이 무료함은 어쩌면 오래된 일상의 초대장 같다. 치료라는 이름으로 늘 긴장하며 달려왔던 지난 두 달 동안, 나는 ‘멈춘 시간’이라는 게 없었다.


그래서 오늘처럼 아무런 약속도, 치료도, 링거도, 진료 대기도 없는 하루는 낯설지만 한편으로는 감사하게 느껴진다.


다시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이런 일상의 텅 빈 순간을 받아들이는 법일 것이다.


나는 안다. 아직 몸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동시에 준비될 시간과 기회가 내게 충분히 주어졌다는 의미라는 것을. 천천히 걸어도 된다.


오히려 더딘 걸음이 지금은 나를 살리는 길일 것이다.


창밖의 세상은 여전히 뜨겁게 달아올라 있지만 나는 창가에 서서 그 빛을 잠시 바라보았다. 뜨거운 햇살 속에서 오늘을 무사히 보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충분히 의미 있었다. 고요하고 무료했던 오늘의 시간이 어쩌면 내 몸과 마음이 회복을 준비하는 가장 소중한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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