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암으로 인한 항암과 방사선 치료 후 퇴원 4일차의 기록
(25년 5월 30일 편도암 확진. 항암 6회, 방사선 치료 30회 완료)
지난밤, 제대로 된 잠은 오지 않았다. 목의 염증은 이제 마지막 고비를 지나고 있는 듯했지만 그 잔불 같은 통증이 뒤척일 때마다 나를 깨웠다.
결국 새벽이 오기 전까지 뜬눈으로 시간을 지새웠다. 창밖으로 얇게 스며든 햇살이 거실로 이끌 때 비로소 몸을 일으켰다.
빠르게 줄어든 체중 탓일까. 누워있다 일어나면 어김없이 어지럼증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새벽 화장실에 다녀올 때도 몸을 가누기 전 의자에 잠시 앉아 숨을 고르지 않으면 그대로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나는 아직도 습관처럼 휙 몸을 일으키려 한다. 병원에 있던 두 달 동안 내 몸은 이미 다른 리듬을 갖게 되었는데 머리는 예전의 습관을 고집한다.
그 작은 무심함이 얼마나 위험한 순간을 부를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아침이었다.
어쩌면 이 과정은 내 몸이 나에게 보내는 또 다른 신호일지도 모른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가라고. 더는 예전처럼 서두르지 말라고.
그래서 오늘 하루도 나는 의도적으로 느린 걸음을 배워야 한다. 느리게 일어나고 느리게 걷고 그렇게 천천히 회복을 향해 나아가는 법을.
아내와 막내가 현관을 나서는 소리가 집 안에 잔잔히 남았다. 그제야 나도 새로운 루틴대로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쳤다.
여전히 목은 거칠고 삼키는 일이 조심스럽지만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의식처럼 느껴졌다.
오늘은 오랜만에 외출을 준비해야 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미뤄둔 관공서 업무가 있었고 퇴원 일주일 안에 반드시 본인이 방문해야만 했다.
입퇴원확인서를 챙기며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다.
“이건 병원 밖의 삶으로 다시 발을 내딛는 작은 훈련이기도 하다.”
지하철 대신 운전을 택했다. 아직 몸은 무겁지만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내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더 뜨거워지기 전 서둘러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를 안도감이 마음 한쪽에 자리 잡았다.
거실 소파에 앉자 마른 바람이 천천히 식은 땀 위로 스며들었다. 오늘은 그저 서류 한 장을 제출했을 뿐인데 그 작은 일이 내겐 세상과 다시 연결된 신호처럼 다가왔다.
병원 밖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사실이 앞으로의 나날이 결코 병에만 묶여 있지 않으리라는 예고처럼 느껴졌다.
밤이 찾아오면 또 목의 통증에 잠을 설칠 것이고, 심한 빈혈로 주저앉을 지도 모른다. 또한 모든 음식이 짜게 만 느껴지는 이 일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을 나는 안다.
그러나 조금씩 호전되는 이 하루를 오늘도 무사히 건넜다는 사실이 나를 지켜줄 거라는 것 또한 나는 안다.
이제는 느린 속도로라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오늘은 그렇게 작고 소박하지만 확실히 나아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