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by 마부자


오전 짧은 독서를 마친 후, 창밖에서 밀려든 초여름 햇살과 방 안에 들어온 열기를 느끼며 간단한 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장면이 오늘의 사유를 열어주었다.


목안의 염증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아 침을 삼킬 때마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따라왔다. 그래서 새로운 책을 펼쳐 몰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나는 오히려 책장 속에 오래 묻혀 있던 문장들을 다시 꺼내보기로 했다. 마치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났을 때 비로소 내 마음과 대화가 시작되는 글귀들.


그 첫 번째가 존 소포릭의 <부자의 언어>였고 오늘 그 두번째로 스치듯 지나쳤던 문장이 오늘은 내게 깊게 파고들었다.


“우리는 그날 할 일 중 어려운 일을 하는 데 늘 저항을 느낀다.
그렇지만 행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각각의 일을 정복할 수 있다.”

존 소포릭의 <부자의 언어> 중에서



저항.

나는 오늘 이 단어를 오래 붙들어보았다. 저항이라는 단어를 단순하게 들으면 부정적인 기운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무언가를 막고 거부하고 거슬러 올라가는 힘.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이 단어는 전혀 다른 성질을 드러낸다.


저항은 단순히 거부가 아니라, 선택의 기로에서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를 드러내는 힘이다. 때로는 나를 지켜내기 위한 방패가 되고 때로는 나를 앞으로 밀어내는 발판이 된다.


생각해보면 내 몸이 보내는 신호들 역시 저항의 한 형태다. 사라진 미각, 목안의 통증, 줄어든 체중, 갑자기 밀려드는 어지러움.


모두가 무심코 흘려보내기 쉬운 감각이지만 사실은 내 몸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저항이다. 이 신호들이 없다면 나는 내 한계를 모른 채 무너져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저항은 단순히 방해가 아니라 나를 붙잡아 세우는 보호장치이기도 하다.


감정의 세계에서도 저항은 흥미롭다. 우리는 불안을 저항으로 느끼고 두려움을 저항으로 마주한다. 그러나 그 감정이 반드시 장애물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감정 속에서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의 나를 멈추게 하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저항이 없다면 우리는 선택의 순간을 자각하지 못한다. 저항은 나를 괴롭히지만 동시에 나를 일깨운다.


실천의 차원에서도 저항은 중요한 신호다.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것도 저항이고 불확실한 길 앞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것도 저항이다.


그러나 행동을 시작하는 순간 그 저항은 서서히 힘을 잃는다. 소포릭의 문장이 말하듯 저항은 결국 시작을 기다리는 문 앞의 경비원 같은 존재다.


멈춰서면 영원히 길을 막지만, 한 걸음을 떼면 길을 열어준다. 나는 지금 투병의 과정 속에서 수많은 저항을 매일 만난다.


몸의 저항은 가장 먼저 찾아온다. 목 안에 남아 있는 염증은 한 모금의 물을 삼키는 순간에도 날카롭게 반응하며 나를 멈춰 세운다.


느닷없지 찾아오는 빈혈은 나의 몸을 흔들어 놓는다. 예전과 달리 빠르게 바닥을 드러내는 체력은 활동을 제약한다.


그리고 마음의 저항은 그 뒤를 따른다. ‘오늘은 그냥 쉬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유혹, ‘이 고통이 언제 끝날까’라는 회의감이 마음 깊숙이 스며들어 나를 흔든다.


상황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기약 없는 기다림, 작은 움직임에도 쌓이는 피로, 예전 같지 않은 일상의 리듬이 때로는 벽처럼 앞을 가로막는다.


그러나 그 모든 저항 앞에서 나는 여전히 글을 쓴다. 다시 책장을 연다. 그것은 단순히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증거를 나 스스로에게 확인시키는 행위다. 저항은 나를 괴롭히는 동시에 나를 증명한다.


몸이 저항한다는 것은 아직 반응할 힘이 남아 있다는 뜻이고 마음이 저항한다는 것은 여전히 원하는 것이 있다는 뜻이며 상황이 저항한다는 것은 내가 여전히 길 위에 서 있다는 뜻이다.


나는 오늘도 저항 속에서 작게나마 앞으로 나아간다. 고통이 전부일 것 같았던 순간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는 저항이 나를 완전히 꺾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삶이란 늘 저항과의 대화다. 고통이든 두려움이든 피로든 그것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그것을 안고서도 어떻게 살아낼지를 묻는 과정이다.


저항이 없는 삶은 아마도 더 이상 삶이 아닐지도 모른다. 저항이 있다는 것은 내가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오늘 ‘저항’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저항은 나를 멈추게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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