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by 마부자


10월 하순의 오전 5시를 넘어가는 새벽은 이제 완전한 어둠의 세상이 되었다. 차가운 바람이 서재의 창문을 두드렸다. 어둠은 깊었고 공기는 예리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보일러를 켜고 따뜻한 공기가 방 안에 스며들기를 기다렸다. 차가운 발끝이 서서히 온기를 찾는 그 순간 이번 한 주 내 생각을 담을 한 권의 책을 꺼냈다.


그 책은 한때 나를 AI라는 늪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이 새벽, 챗GPT의 도움으로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 또한 어쩌면 그 책 때문일 것이다.


최재붕 교수의 <AI 사피엔스>. 수많은 책들 중에서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꾼 단 한 권을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책이다.


어둠 속에서 다시 따뜻해진 서재 안. 오늘 나의 눈에 들어온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특별히 잘못한 것은 없습니다.

그냥 변하기 싫었던 것뿐입니다.

그걸 바꾸자는 겁니다.


변화와 도전이 진정으로 필요한 시대입니다.

그 출발점이 ‘내 마음’에 있다는 걸 명심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AI 사피에스 중에서 - 111page


도전.

언제나 이 단어를 마주하면 마음이 조금 뜨거워진다. 도전은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는 행위이자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몸짓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삶의 시작도 이미 도전이었다. 수많은 정자가 생명의 문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 양수 속을 뚫고 나와 첫 울음을 터뜨리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도전하는 존재로 태어났다.


sperium-2505954_1280.jpg?type=w1 사진출처: 픽사베이



탄생의 도전이 끝나면 곧바로 생존의 도전이 시작된다. 먹는 법을 배우고 걷는 법을 익히고 말 한마디를 내뱉는 것조차 그때는 큰 시도였다. 그렇게 살아온 인생은 결국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도전은 점점 더 어렵고 두려운 일이 되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실패의 경험이 쌓이고 그 흔적이 마음에 벽을 세웠기 때문이다.


실패가 남긴 기억은 우리를 쉽게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괜히 했다가 또 아프면 어떡하지.” “지금은 때가 아니야.” 그런 말로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변화를 미뤘다.


그래서 ‘그냥 변하기 싫었던 것뿐입니다’라는 문장이 내게 깊이 와닿았다. 결국 우리 대부분은 잘못한 것이 아니라, 익숙함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나는 투병의 시간 속에서 그 익숙함과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다. 병은 내게 강제로 변화를 요구했다. 체력도, 식습관도, 일상의 리듬도 모두 다시 짜야 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내 안의 ‘변하기 싫은 마음’을 무너뜨린 시간이었다. 나는 더 이상 어제의 나로는 살 수 없었다. 몸이 허락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마음이 안주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spartan-4801160_1280.jpg?type=w1 사진출처: 픽사베이

도전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그 싸움은 실제로 매일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가장 현실적인 전투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일어나야 한다는 이성과 더 자고 싶다는 감정이 맞부딪히는 순간에도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과 “괜히 해봤자 달라질 게 있을까”라는 의심이 부딪히는 순간에도 그 싸움은 우리 안에서 조용히 시작된다.


나는 병을 앓으며 그 싸움을 수없이 반복했다.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운동을 미루고, 통증이 두렵다는 핑계로 약속을 미뤘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나를 멈추게 하는 것은 통증이 아니라, 통증을 핑계로 삼는 내 마음이었다.

animals-755720_1280.jpg?type=w1 사진출처: 픽사베이

진짜 두려운 것은 아픔이 아니라

다시 아플지도 모른다는 상상,

그리고 그 상상에 스스로 갇혀버리는 나 자신이었다.


세상이 요구하는 변화는 언제나 크고 화려해 보이지만 진짜 도전은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순간에 있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와 약속을 지키는 일 그리고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그 짧은 선택들 그것이 바로 나 자신과 싸워 이기는 순간이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일상 같지만 병을 겪은 이후의 나는 그 소소한 시도 속에 더 큰 의미를 느꼈다. 병이 내게 가르쳐준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이었다.


도전이야말로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방식이라는 것이며 고통을 견디고, 두려움을 끌어안고,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반복 속에서 나는 조금씩 단단해졌다는 것.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마음은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그 변화는 도전의 결과가 아니라 도전 그 자체의 선물이었다.


도전은 완성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여정이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자주 스스로에게 묻는다.

man-4008575_1280.jpg?type=w1 사진출처: 픽사베이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졌는가.”

그 질문에 솔직히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인간의 역사는 결국 도전의 역사다. 기술의 진보도, 문명의 변화도, 모두 누군가의 ‘한 걸음’에서 시작되었다.


그 한 걸음은 언제나 두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 두려움조차 끌어안았기에 우리는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병을 이겨내며 다시 일상으로 나아가는 그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에서 또 다른 인류의 역사를 배우고 있다.


도전은 미래를 향한 문을 여는 열쇠이며 동시에 지금의 나를 성장시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변화가 두렵다고 느껴질 때마다 나는 그 문장을 다시 떠올린다.

chalkboard-620316_1280.jpg?type=w1 사진출처: 픽사베이


“특별히 잘못한 것은 없습니다.

그냥 변하기 싫었던 것뿐입니다.”

변하기 싫었던 마음을 넘어서려는 순간,

이미 도전은 시작된 것이다.


나는 오늘 ‘도전’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도전은 변화를 향한 용기의 또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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