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by 마부자

아직 밤의 기운이 완전히 물러가지 않은 새벽이다. 마치 동장군이 창문을 두드리듯 서재의 창을 두드리는 강한 바람 소리가 들리고 나는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책상 앞에 앉았다.


이 시간의 공기는 늘 그렇듯 생각을 과장하지 않고 정직하게 만든다. 몸은 조금 움츠러들지만 생각만큼은 괜히 단단해지는 시간이다.


독서로 돈을 버는 방법은 없으나 독서로 나를 먼저 바꾸면 돈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해주는 책을 펼쳤다.


사실 이 문장은 이미 수없이 접해온 문장이었다. 고개를 끄덕였고. 메모했고.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 새벽에는 그 문장이 다르게 읽혔다. 마치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아니 정확히는 지금의 나에게 다시 질문을 던지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재능의 본질이 노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제 태도는 정반대로 바뀌었습니다.

어떤 도전이든 그게 나와 타인을 망치는 게 아니라면 도전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노력은 우리 뇌에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불어넣어주기 때문입니다.”

10억짜리 독서법 중에서 37page



노력.

1.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몸과 마음의 힘을 들여 애쓰는 것.

2. 한 번의 행동이 아니라 계속해서 힘을 기울이는 과정.


사전 속 정의는 늘 단정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그러나 현실의 노력은 그렇지 않다. 노력은 언제나 흐릿하고 불완전하며 때로는 초라하다.


특히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 때의 노력은 노력이라는 이름보다 ‘헛수고’라는 말에 더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9개월 동안 약 160개의 단어에 대해 글을 써오며 느낀 것이 있다. 어떤 단어들은 몇 번을 써도 늘 낯설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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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어떤 단어들은

이미 다 써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노력이라는 단어는 후자에 가까울 줄 알았다. 이미 충분히 생각했고 이미 충분히 써본 단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오늘 이 단어 앞에 다시 앉아보니 나는 노력이라는 단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노력이라는 단어를 너무 자주 사용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의미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며 노력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수도 없이 만났다.


강연에서도.

책속에서도.

성공담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였다.


그래서 노력은 이미 설명이 끝난 단어라고 착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 나는 그 단어 앞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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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정의되지 않은 단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의 내용을 길게 늘어놓고 그 안에서 핵심만 추출해보면 결국 가장 많이 남는 단어는 노력일 것이다.


노력 없는 성공은 없고 노력 없는 성취는 없다고 우리는 배워왔다. 이 문장은 너무 익숙해서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 발짝만 더 들어가 보면 이 문장은 금세 흔들리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모두 나름의 노력을 한다.

그런데 결과는 왜 이렇게 다를까?


이 질문 앞에 서는 순간, 노력의 가치는 빠르게 절하된다. 노력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위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좌절의 근거가 된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 시작한다.


나는 노력했지만 안 됐다.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은 안 된다.

노력은 결국 재능 앞에서 무력하다.


이 말들이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현실은 언제나 냉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 이 새벽에 바로 이 지점에서 노력이 빛을 발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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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은 결과로 평가받을 때 의미를 잃는다.

그러나 노력은 끈기를 만날 때

비로소 성격을 드러낸다.


노력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단어가 아니다. 노력은 반드시 시간과 결합된다. 하루의 노력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일주일의 노력도 아직 부족하다. 노력은 시간이 쌓일 때만 그 본래의 얼굴을 드러낸다.


그래서 노력은 늘 오해받는다. 노력은 즉각적인 보상을 약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노력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말로는 노력의 가치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결과를 먼저 요구한다.


노력은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로 대체된다.이 구조 속에서 노력은 점점 초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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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 그 자체는 의미를 잃고

노력의 흔적만이 평가된다.


나는 이 구조 속에서 여러 번 흔들렸다. 노력하고 있다는 감각이 있음에도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을 때마다 이 방향이 맞는지 의심했다.


노력은 분명히 하고 있는데 세상은 그 노력을 알아주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세상은 노력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나는 깨닫게 되었다. 노력은 보여주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나를 설득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사실을.


노력은 타인을 위한 증명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보내는 신호에 가깝다.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신호이며 나는 여전히 이 방향을 믿고 있다는 신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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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노력은 언제나 조용하다.

노력은 떠들지 않는다.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노력은 늘 혼자 남는다.


그 고독함을 견디는 힘이 바로 끈기다. 끈기는 재능보다 훨씬 덜 화려하다. 그러나 끈기는 노력의 유일한 동반자다.


나는 이제 노력이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하게 되었다. 노력은 애쓰는 행위가 아니다. 노력은 계속 돌아오는 선택이다.


오늘도 이걸 할 것인가를 다시 선택하는 일, 어제와 같은 선택을 오늘도 반복하는 일, 특별하지 않아서 더 어려운 선택이다.


노력은 의욕이 아니다.

의욕은 쉽게 사라진다.


오늘 기분이 어떻든, 몸 상태가 어떻든, 다시 책상 앞에 앉는 것, 그리고 다시 한 줄을 쓰는 것, 다시 한 장을 넘기는 것.


이 반복이 쌓여서 어느 날 갑자기 결과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나타난다. 그러나 그 결과는 늘 늦게 온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간에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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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실패가 아니라 기다림의 실패다.

끈기가 다 닳아버린 지점에서 노력은 오해받는다.


나는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부족하다. 그렇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이제 노력의 의미를 결과에서 찾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노력은 나를 바꾸는 속도다. 아주 느리지만 분명히 방향을 틀어주는 힘이다.


그래서 오늘 새벽, 나는 노력이라는 단어 앞에서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습관처럼이 아니라 조금은 이해한 사람처럼.


나는 ‘노력’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노력이란 결과를 약속하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을 이유를 만들어주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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