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새벽 서재 안의 정적은 계절보다 더 차갑게 느껴졌다. 나는 두꺼운 스웨터를 여미고 책상 앞에 앉아 이 새벽이 주는 느린 호흡을 먼저 받아들이려 했다.
겨울 새벽의 서재는 생각을 빠르게 몰아가지 않는다. 책등이 늘어선 벽과 낮은 온도의 공기는 감정을 부풀리기보다 생각을 가만히 가라앉힌다.
<상처받지 않은 영혼>을 펼치며 만난 문장은 마치 내가 책을 펼치기 전부터 오늘의 단어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새로움이나 결심의 단어가 아니라 지금까지 이어져 온 상태를 돌아보게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경험했던 가장 고양된 상태는 당신이 마음을 활짝 열었던 결과일 뿐이다.
당신이 닫지만 않으면 언제나 그런 상태로 있을 수 있다.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끝없는 영감, 끝없는 사랑, 끝없는 열림,
이것은 늘 지속될 수 있다.
이 것이 건강한 가슴의 본연의 상태이다.”
상처받지 않는 영혼 중에서 - 101page
지속.
1. 시간의 흐름 속에서 중단되지 않고 이어지는 상태.
2. 변화가 있더라도 근본적인 흐름이나 방향이 유지되는 것.
이 문장을 읽으며 지속이라는 단어를 더 이상 의지나 근성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속은 오히려 마음이 닫히지 않은 상태를 얼마나 오래 허락할 수 있는가의 문제처럼 느껴졌다.
지속의 사전적 설명만으로는 삶 속에서 지속이 어떻게 무너지고 어떻게 다시 이어지는지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
나는 그동안 지속을 참고 견디는 일로 이해해 왔다. 마음이 닫힌 상태에서도 이를 악물고 이어가는 것을 지속이라 착각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러나 책은 말한다. 가장 고양된 상태는 애써 만들어낸 결과라기 보다는 마음을 활짝 열었던 결과일 뿐이며 닫지만 않으면 언제든 다시 그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문장을 곱씹으며 나는 지속이란 버티는 힘이 아니라 열림을 유지하는 태도에 더 가깝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지속은 긴장을 오래 유지하는 일이 아니라
긴장을 풀 수 있는 방향을 잃지 않는 일처럼 느껴졌다.
감정의 차원에서 지속은 종종 피로와 연결된다. 좋은 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은 마음을 닫게 만들고 닫힌 마음은 오래 버티지 못한 채 스스로를 소진시킨다.
나는 열려 있었던 순간보다 잘 해내려 애썼던 순간들이 훨씬 더 빨리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지속을 의무로 만들었던 시간들이 오히려 지속을 끊어냈다.
열림은 힘을 쓰지 않는다. 열림은 애쓰지 않으며 다만 닫지 않는 상태로 머무는 일에 가깝다.
책이 말하는 끝없는 영감과 끝없는 사랑과 끝없는 열림은 이상적인 문장이 아니다. 그것은 건강한 가슴이 본래 지닌 상태라는 설명으로 다가온다.
이 말 앞에서 지속은 더 이상 더 채우는 일이 것이 아닌 덜 막는 일이며 더 증명하는 일이 아닌 더 닫지 않는 선택이라는 생각이 또렷해진다.
나는 이 겨울 새벽의 서재에서 지속이라는 단어를 성실함이나 근면함보다 훨씬 부드러운 개념으로 다시 놓아본다.
오래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힘이 아니라
여지라는 생각이 든다.
투병의 시간 속에서도 지속은 늘 노력의 얼굴로만 다가왔다. 나는 계속해야 한다는 말로 나를 몰아붙였지만 그 방식은 오래 가지 못했다.
오히려 몸과 마음이 열려 있을 때 아주 작은 회복이 이어졌다. 그 작은 이어짐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사실을 조용히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면 지속을 계속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것은 계획을 더 세우는 일이 아니다. 오늘도 마음을 닫지 않겠다는 단순한 선택에 가깝다.
상태가 좋을 때만 이어가겠다는 조건을 내려놓는 순간 지속은 다시 숨을 쉰다.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나를 과소평가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지속을 가능하게 한다.
닫히지 않은 마음은 스스로를 밀어붙이지 않는다.
그 대신 회복과 연결과 영감을 자연스럽게 허락한다.
그래서 지속은 나에게 버팀의 언어가 아니라
신뢰의 언어로 남는다.
삶이 본래 가진 리듬을 믿고 그 흐름에 계속 몸을 맡기는 일처럼 느껴진다.
위로의 지점에서 지속은 충분히 괜찮은 상태로 오래 머무를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다가온다. 완벽하지 않아도 중단되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이 마음을 느슨하게 만든다.
나는 이 겨울 새벽의 서재에서 책장을 덮으며 지속을 다시 정의해 본다.
이어진다는 것은 애써 붙잡는 것이 아니라 닫지 않음으로써 자연스럽게 남아 있는 상태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속’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지속이란 애써 이어가는 힘이 아니라 마음을 닫지 않고 머무는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