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by 마부자

늘 마주하는 새벽은 특별할 것 없는 시간이다. 다만 예전처럼 무심히 하루를 시작하지 않게 되었고 의자에 앉기 전 잠시 내 호흡의 길이와 생각의 방향을 점검하는 습관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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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이후 나에게 새벽은 감성적인 시간이 아니라

상태를 확인하는 시간에 가까워졌다.


몸이 어떤지 마음이 어디에 가 있는지 그리고 오늘의 판단이 어제의 관성에 끌려가고 있지는 않은지 조용히 살피는 시간이다.


그래서 이 시간에 책을 펼치는 일은 독서라기보다 점검에 가깝다. 문장을 읽기보다 그 문장이 나의 태도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 더 가깝다.


오늘 책 속에서 나를 멈추게 한 단어는 시도였다. 그는 구조를 비판하기 전에 무엇을 해보았느냐고 묻고 있었고 그 질문은 내 삶의 방식까지 함께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그는 말했다. “이 기업들이 얼마나 나쁜지 이야기합니다. 그럼 저는 이렇게 말하죠. 그래서 뭘 시도해봤습니까? 안 그래요? 당신은 뭘 해봤죠? 보통은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


그는 개인의 변화가 방어의 최전선이어야 하며, 어느 정도의 성찰, 어느 정도의 자기 이해와 함께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중략>


“적응해야 합니다. 그게 우리의 유일한 선택지에요.”

도둑맞은 집중력 중에서 - 225page



시도.

1. 이루어 보고자 계획하거나 꾀하여 해 봄.

2. 목적을 이루기 위해 처음으로 해 봄.


책속에서 저자는 구조를 비판하기 전에 무엇을 해보았느냐고 묻고 있었고 그 질문은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침묵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었다.


우리는 세상이 잘못 설계되었다고 쉽게 말한다. 그러나 막상 그래서 무엇을 해보았느냐는 질문 앞에서는 생각보다 오래 침묵하게 되고 그 침묵은 변명보다 더 솔직한 고백처럼 느껴진다.


시도라는 단어는 완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 이 정의는 결과보다 움직임을 먼저 두고 있다는 점에서 묘하게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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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는 성공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끝내겠다는 결심을 요구하고 바로 그 지점에서 시도는 생각보다 훨씬 단단한 의미를 갖게 된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을 알면서도 시도를 망설이는 이유는 단순히 두려움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시도 이후의 나를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과 지금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예감이 더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비판만 하던 위치에서 직접 움직이는 자리로 옮겨가야 하기에 책임의 방향이 타인에서 나 자신으로 바뀌게 된다. 그렇게 시도는 지금의 익숙함을 건드린다.


그래서 우리는 준비가 더 필요하다고 말하며 미루고 조건이 완벽해지기를 기다리지만 그 완벽한 조건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기다림은 신중함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포기의 또 다른 이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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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내가 망설였던 많은 시도들 속에

기회가 숨어 있었다.

기회는 화려한 형태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때 한 번만 해볼 걸이라는 생각은 늘 시간이 지난 뒤에 찾아오고 그 후회는 실패보다 오래 남는다.


기회는 대부분은 부담스럽고 귀찮고 때로는 두려운 선택의 얼굴을 하고 나타나기에 우리는 그것을 위험으로 오해하고 지나쳐 버린다.


그리고 문득, 시도와 도전의 차이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우리는 두 단어를 비슷하게 쓰지만 도전은 대개 넘어야 할 대상이 분명하고 외부를 향해 힘을 드러내는 행위에 가깝다.


반면 시도는 상대를 전제로 하지 않고 나의 생각과 나의 망설임을 넘어서는 첫 움직임이며 그 자체로 이미 변화를 시작하는 내부의 전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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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은 성공과 실패의 구도가 분명하다.

그러나 시도는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해본 사람으로 남게 만들고 바로 그 점에서

결과와 무관한 의미를 품는다.


시도는 작지만 가볍지 않다. 작은 균열처럼 시작되지만 그 균열은 오래된 구조에 틈을 만들고 그 틈을 통해 전혀 다른 가능성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투병의 시간을 떠올리면 나는 거대한 도전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대신 아주 사소해 보이는 작은 시도들을 반복하며 하루를 통과했고 그 반복이 나를 멈춰 서지 않게 했다.


그 시도들은 완벽하지 않았고 때로는 방향이 어긋나기도 했다. 그러나 움직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무력함 속에 완전히 가라앉지 않을 수 있었다.


시도는 두려움을 인정한 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발을 내딛는 태도이며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더 인간적인 행위에 가깝다.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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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를 바꾸기 위한 거대한 도전 이전에

작은 시도들이 축적되어야 하고

그 축적이 결국 설계의 방향을

서서히 수정하게 만든다.


누군가 대신 바꿔주기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안전하지만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작은 시도를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비록 느리더라도 변화의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위로의 지점에서 시도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해보지 않은 후회보다 해보고 난 뒤의 아쉬움이 훨씬 가볍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새벽의 서재에서 나는 책장을 덮으며 시도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해 본다.


나는 ‘시도’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시도는 거대한 용기가 아니라 삶을 바꿀 수 있는 작은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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