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by 마부자

새벽 여섯 시 긴 연휴가 끝난 뒤, 베란다에 서서 연휴를 마치고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며칠 동안 채워졌던 시간의 결을 정리하고 있다.


책상에 앉아 지난 책을 꺼내기 보다는 이번주는 쉼과 일상의 관계에 대해 짧은 생각을 하며 그 안에서 떠오르는 단어들에 대한 생각을 주저리 적어보기로 했다.


매일 같은 새벽이었지만, 달라진 것은 풍경이 아니라 내 마음의 속도라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설명하며 나는 오늘 ‘충전’이라는 단어를 오래 붙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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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은 보통 멈춤이나 휴식을 떠올리게 하지만 내가 느끼는 충전은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흩어졌던 마음을 다시 제자리에 놓아두는 과정에 더 가깝다.


잠시 속도를 늦추고 내가 서 있던 자리를 돌아보는 일까지 포함해야 비로소 충전이라는 말이 온전해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연휴 동안 가족과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나누었고 그 시간은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충분히 따뜻했으며 그 따뜻함이 우리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함께 밥을 먹고 웃고 사소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상이야말로 내 삶의 배터리를 조용히 채워 주는 장면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충전은 몸을 쉬게 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마음이 놓치고 있던 얼굴들을 다시 또렷하게 바라보는 일까지 포함한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부모님의 주름과 눈빛을 이전보다 더 오래 바라보게 되고 그들의 시간이 나보다 빠르게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순간 지금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늘 앞으로만 걸어가느라 뒤를 돌아볼 여유를 잃어버리곤 하지만 연휴라는 이름의 여백은 잠시 멈춰 서서 지나온 시간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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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은 그 여백을 통해 자신을 다시 점검하고 방향을 바로 세우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쉼과는 다른 결을 가진다.


며칠 동안 미뤄 두었던 생각들을 꺼내어 정리했고 그동안 애써 무시했던 피로와 서운함도 조용히 인정하는 시간을 갖고 그 과정을 통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충전은 강해지기 위한 준비라기보다 솔직해지기 위한 용기에 가깝다는 생각이 이 아침에 또렷해진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사람들은 종종 허전함을 느끼지만 나는 그 허전함이 오히려 충전이 잘 이루어졌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에게 말해 본다.


충분히 따뜻한 시간을 보냈기에 그 온기가 식어 가는 순간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고 그 아쉬움이 다시 살아갈 힘으로 전환될 수 있다.


충전은 돌아옴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움직이기 위한 숨 고르기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 우리는 일상을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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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이 끝났다는 생각 대신 에너지가 채워졌다는 관점으로 바라볼 때 발걸음은 훨씬 가벼워진다.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분들의 삶 역시 수없이 많은 충전의 시간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 이해가 나를 조용히 겸손하게 만든다.


충전은 또한 내가 있던 자리를 다시 확인하는 일이고 그 자리가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며 그래서 일상은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떠났다가 돌아온 자리에서 우리는 이전보다 조금 더 또렷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게 된다.


우리 삶에서 충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무너질 뻔한 균형을 다시 맞추며 스스로를 재정렬하게 된다.


그 정렬이 곧 활기찬 일상의 시작이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삶을 다시 세팅하는 시간이기에 충전은 늘 조용하지만 깊다.


나는 이 아침에 차를 다 마시고 빈 잔을 내려놓으며 다시 시작될 하루를 준비하고 있고 그 준비 속에는 이미 연휴 동안 채워진 힘이 스며 있다.


나는 ‘충전’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충전은 나만의 권리가 아니라 세대를 이어 내려오는 삶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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