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나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읽고

작가 임경선을 뒤흔든 인생의 질문들에 답하다.

by 마부자

작가소개

임경선 -산문 <태도에 관하여> <자유로울 것> <평범한 결혼생활>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공저), 소설 <다 하지 못한 말> <호텔 이야기> <가만히 부르는 이별> <곁에 남아 있는 사람> 등 다수의 책을 썼다. 나홀로 한 번, 경북궁 주위를 달린다.


책 선택 이유

임경선 작가는 그 제목만으로도 묘한 무게감을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얼마 전 “태도에 관하여”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글은 직설적이면서도 묘한 매력을 가졌습니다.


작가 스스로 ‘건조함이 느껴지는 문장’이라 표현했듯이, 첫 책 "태도에 관하여"는 화려한 꾸밈 없이 정직하게 쓰여진 글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건조함 속에서 역설적으로 따뜻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단단하고도 부드러운 이 모순이, 내가 그녀의 글을 사랑하게 만든 이유일 것입니다.


언젠가 정말로 작가가 되어 제 이름을 단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는다면, 그 문장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처럼 소란스러운 생각들을 주섬주섬 꺼내놓기만 할까, 아니면 임경선 작가처럼 불필요한 감정을 덜어내고 정제된 언어로 독자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을까. 그녀는 제가 작가라는 꿈을 품으며 처음으로 닮고 싶다고 느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문득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너무 성급한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겨우 백 권 정도의 책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임경선 작가의 책 한 권만으로 그녀를 ‘멘토’라거나 ‘스승’이라고 칭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작가의 글에 매료된 감정이 진짜라고 해도, 아직 나의 독서 경험은 바다의 물방울만큼이나 작지 않은가?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나는 에세이를 먼저 선택했다. 소설보다 더 진솔하고 가까이 다가오는 작가의 목소리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임경선 작가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나는 그녀를 스스로의 기준으로 다시 한 번 검증해보기로 했다. 단 한 권의 책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녀의 다른 작품과 문장들 속에서 진정성을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그녀의 에세이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였습니다.


줄거리&요약

임경선 작가의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는 총 세부분으로 나뉘고 각 부분에서 독자들과의 질문에 대한 작가 자신의 진솔한 마음을 담은 답변을 적는 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삶의 기술을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진솔한 경험과 고민을 통해 독자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돕는 작품입니다.


나이, 직업, 선택이라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통해, 각자의 삶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이 책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 그리고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독자들에게 큰 용기와 영감을 줍니다.


나이를 잊고 살 수 있을까(그리고 묻고 답하기)

첫 번째 부분에서는 나이와 관련된 사회적 편견과 압박 속에서 개인이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다룹니다. 작가는 나이로 인해 제한받거나 규정되는 삶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숫자에 얽매이지 않는 삶의 태도를 제안합니다.


작가로 생존할 수 있을까(그리고 묻고 답하기)

두 번째 부분은 작가로서의 생존과 창작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임경선 작가는 자신의 창작 과정과 작가로서 겪었던 도전, 실패, 그리고 성공을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안정적인 수입과 불안정한 창작 환경 사이에서의 갈등,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독자와 소통해야 하는 어려움 등 작가로 살아가는 현실적인 고민들이 상세히 다뤄집니다.


삶의 선택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묻고 답하기)

마지막 부분에서는 인생의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에 대해 깊이 고민합니다. 삶은 크고 작은 선택의 연속이며,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작가는 자신의 삶에서 내렸던 주요 결정들과 그 과정에서 느꼈던 두려움, 설렘, 그리고 후회들을 공유합니다.


나의 생각&서평

책 읽은 계기에서 말했듯이 용기를 내어 나만의 조용한 검증을 시작했습니다. 일방적인 감상에서 한 발짝 물러서, 그녀의 문장과 태도, 그리고 그녀가 세상과 마주하는 방식을 더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저는 마음속에서 그녀에게 “합격”이라는 통지서를 보냈습니다.


어디론가 전달될 편지가 아니라, 오직 나만이 알고 있는 작은 선언이었으며, 그녀는 이제 나의 글쓰기 멘토로서 충분한 자격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감정적 동의가 아니라, 내 안에서 우러난 확신과 신념이었습니다.


그녀가 독자들과 논객들에게 질문을 받고, 그것에 답하는 과정들을 담아낸 책의 내용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단지 글로 전달되는 교훈을 넘어, 그녀가 자신을 향한 질문에 얼마나 진지하고 정직하게 응답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태도는 단순한 문장력이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것임을 느꼈습니다. 나는 그녀의 답변 하나하나에 너무 많은 공감을 했고, 또한 그녀와 비슷한 질문 앞에서 흔들렸고, 방황했으며, 어쩌면 답을 찾으려는 용기조차 부족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던 시간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 이상의 무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가 아닐까? 임경선 작가는 그 점에서 나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사람이라는 것을 오늘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그녀의 글을 두고 “냉정하다”는 평을 내릴지도 모르지만, 작가로서 그녀의 문장은 지나치게 건조하고, 독자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대신 담담하게 사실만을 전하려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런 점에서 독자에게는 다소 차갑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읽는 내내 어떤 위로도 기대할 수 없는, 마치 온기를 거둬낸 듯한 글.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런 그녀의 필체가 좋았습니다.


그녀의 문장은 감정에 기대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나친 감정을 걷어내고, 한 발짝 떨어진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닮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녀의 글은 평론가적이며, 차가운 이성과 논리, 그리고 사려 깊은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그 차가움 속에서, 저는 이상하게 친숙함을 느껴집니다. 마치 오래된 벗과 나누는 대화처럼, 그녀의 문장은 우리를 과도하게 다독이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가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우리 생각의 자리를 허락합니다. 작가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처음 독자가 내 책을 집어 들어주는 것은 운이고 두 번째 집어 들면 내 실력이다. 두 권 다 마음에 들면 그는 '내 독자'가 되어 줄 것이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중 - 98page


결국, 저는 그녀가 자신의 책에서 말한 것 처럼 책 두 권으로 인해 독자가 될 것 같습니다. 그녀의 글을 읽는 것은 단순히 글을 따라가는 과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그녀의 문장 속에서 나만의 방향을 찾아가는 여정에 가깝습니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깊은 공감을 남기는 그녀의 글은 제가 지향하고 싶은 글쓰기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저는, 이제 그녀의 팬으로서 다음 책을 기다리는 독자가 될 준비를 마친 것 같습니다.


사유하고 고민하고 행동하면서,
건전한 자기 의심을 곁들인 선택들을 거듭 내리면서,
내 인생을 자율적으로살아가고 있다는 감각.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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