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변수란 우리가 계산하지 못한 삶의 또 다른 가능성이다.

by 마부자

새벽 공기가 아직 완전히 물러나지 않은 시간이다. 밤의 어둠이 조금 남아 있는 베란다 너머로 흐릿한 빛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늘 그렇듯 조용한 새벽에 차 한 잔을 준비하고 책을 펼친다. 세상이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이 시간은 생각을 붙잡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


오늘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창순 교수와 새벽의 만남을 준비했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속에서 한 문장을 오래 바라보았다.

“인생은 우연과 변수와 아이러니의 집적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


나는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당위적 사고에

갇혀 있는 경우가 그렇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중에서 - 69page



변수의 사전적 정의가 상황에 따라 값이나 결과가 달라지게 만드는 요소라면 변수라는 단어는 감정적인 단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단어도 아니고 차가운 단어도 아니다.


그저 어떤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을 설명하는 중립적인 단어에 가깝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이 변수라는 말일지도 모른다.

%EC%98%81%EC%83%81_(30).png?type=w1

우리는 종종 인생을 계획이라는 말로 설명하려 한다.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따라가면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계획은 필요하다.


계획이 없다면 방향도 잃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이 계획만으로 이루어진다고 믿는 순간 우리는 하나의 사실을 잊어버리게 된다.


바로 인생에는 언제나 변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변수는 대개 예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내가 준비한 길과 전혀 다른 방향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변수를 반가워하지 않는다.

계획을 흔들기 때문이다.


안정이라고 믿고 있던 흐름을 멈추게 만들기도 한다.

%EC%9D%B8%EA%B0%84%EA%B4%80%EA%B3%84%EB%A1%A0_(222).png?type=w1

어떤 사람에게 변수는 실패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떤 사람에게 변수는 좌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변수는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변수가 없다면 인생은 지나치게 단순한 공식처럼 흘러갈지도 모른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만 흘러간다면 삶은 오히려 지나치게 예측 가능한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변수는 때로 계획을 흔들지만 동시에 새로운 길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가 처음에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방향을 발견하게 만들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나의 삶에도 여러 번의 변수가 있었다. 그 중에는 내가 원하지 않았던 변수도 있었고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도 있었다.


어떤 변수는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어떤 변수는 나를 멈추게 만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이 있다.

meerkat-4370850_1280.jpg?type=w1

그 변수들이 결국 나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병이라는 경험은 내 삶에서 가장 큰 변수 중 하나였다. 나는 어느 날 갑자기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 순간까지 내가 생각하던 삶의 흐름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뀌었다. 계획했던 시간과 계획했던 일상들이 멈추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멈춘 시간 속에서 나는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조금 더 천천히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고 조금 더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변수는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것은 인생이 가진 본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lego-5332910_1280.jpg?type=w1

우리는 인생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래서 삶은 때때로 우리가 만든 계획보다

훨씬 넓은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나는 반드시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할수록 변수는 더 큰 불안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생이 변수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유연해질 수 있다.

%EC%9D%B8%EA%B0%84%EA%B4%80%EA%B3%84%EB%A1%A0_(95).png?type=w1

계획이 흔들리더라도 삶 전체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새벽의 빛이 점점 더 밝아지고 있다. 창밖의 하늘이 천천히 색을 바꾸고 있다.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오늘의 단어를 다시 떠올린다.


어쩌면 변수란 삶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니라 삶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미리 계산할 수 없는 시간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생은 여전히 살아 있는 이야기로 남는다.


나는 ‘변수’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변수란 우리가 계산하지 못한 삶의 또 다른 가능성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욕구’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