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조언이란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질문이다.

by 마부자

새벽의 공기가 아직 차갑게 남아 있는 시간이다. 계절이 변화하고 있음을 이제 새벽의 빛을 통해 조금 느낄 수 있다.


봄의 문턱에 다가선 하늘은 묘한 색을 띤다. 서재의 창문을 열어 보니 조용한 바람이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온다.


늘 그렇듯 차 한 잔을 준비하고 심리 상담을 위해 올바른 자세로 책상에 앉아 한권의 책과 함께 나의 심리 상담을 시작한다.

“왜 우리는 남에게 하듯이 자신에게는 조언을 할 수 없는 걸까?


우리가 다른 사람의 문제에 대해 조언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문제는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반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내 문제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할 수 없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중에서 - 82page


조언의 사전적 정의는 상대에게 도움이 되도록 의견이나 생각을 말해 주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만 놓고 보면 조언은 참 단순한 단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생각을 전하는 일. 그러나 우리의 일상 속에서 조언은 그렇게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때로는 위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어떤 조언은 마음을 가볍게 만들기도 하지만 어떤 조언은 오히려 마음을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에게 조언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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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아마도 누군가의 삶을 조금이라도

덜 흔들리게 해 주고 싶다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가 고민을 털어놓을 때 우리는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가 자연스럽게 한마디를 덧붙인다.


“내가 보기에는 이렇게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 한마디 속에는 상대의 상황을 조금 더 나아지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차분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고민을 이야기하면 그 상황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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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바라보면

문제는 의외로 단순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비교적 쉽게 조언을 건넨다.


그러나 같은 문제가 나에게 닥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때부터 우리는 쉽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들이 뒤섞이고 감정은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남에게는 그렇게 차분하게 설명할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 내 일이 되는 순간 복잡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자신의 삶을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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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 얼굴을 너무 가까이 대면 전체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처럼 삶 역시 너무 가까이 들여다보면 전체의 흐름을 놓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자신의 문제 앞에서 길을 잃는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미 많은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에게 건네던 그 말들 속에 이미 우리의 답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그 말을 나 자신에게 건네려 하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망설여진다.


스스로에게는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나의 감정이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언이라는 말은 단순히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는 행위만을 의미하지 않는 것 같다.


조언은 결국 삶을 바라보는 거리와도 관련이 있는 말이다.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바라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상황을 이해하게 되고 그때 비로소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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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자신을 몰아붙이지 마.”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

“지금의 선택이 틀렸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어.”


가끔 내가 누군가에게 위로를 위해 건넸던 말들을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어쩌면 내가 나에게 해 주어야 할 말들이었다.


삶을 살다 보면 누구나 흔들리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그때 우리는 답을 찾기 위해 많은 곳을 바라본다.


누군가의 경험을 듣기도 하고 책 속 문장을 읽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누군가의 조언 한마디에서 잠시 멈추어 서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삶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말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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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에게 건네는 한마디.

그것이 때로는 가장 솔직한 조언이 된다.


새벽의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다. 어둠이 물러난 자리에 희미한 빛이 번지고 있다.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오늘의 단어를 다시 떠올린다.


나는 ‘조언’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조언이란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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