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성이란 행동보다 깊은 곳에서 나의 생각과 감정을 이끌어가는 무의식
흐린 회색빛이 가득한 아침이었다.
새벽이라고 부르기에는 이미 빛이 충분했지만,
햇살을 막는 하늘 가득한 구름때문이었다.
이런 아침에는 마음도 잠시 차분해지는 것 같지만
이상하게 사람은 그런 시간 속에서
자기 안의 오래된 그림자를 만난다.
오늘부터 나와 함께 이 묘한 기운의 새벽을
함께 열어갈 책으로 <나와 마주서는 용기>.
그리고 오늘 내가 붙잡은 단어는 바로 습성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나침반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나침반에 기대어
길을 찾아가는 습성이 있다.”
나와 마주서는 용기 중에서 35page
타인의 기대에 맞추어 사는 태도를
저자는 습관이 아니라 습성이라고 말했다.
그 표현이 유독 오래 남았다.
습관이라고 말했다면 조금 가벼웠을 것이다.
고치면 되는 것처럼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습성은 다르게 들린다.
그것은 반복된 행동이 쌓여 만들어진
생활의 기술이라기보다 오래된 방식이
몸과 마음에 함께 새겨진 상태에 가깝다.
사전은 습성을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몸에 밴 성질이나 버릇이라고 설명한다.
나는 그 정의 안에 이미 답이 들어 있다고 느꼈다.
몸에 밴 것.
자연스러워진 것.
의식하지 않아도 먼저 나오는 것.
그것이 바로 습성의 본질일 것이다.
습관과 습성은 비슷해 보이지만 결은 다르다.
습관은 비교적 행동과 관련이 있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
책을 읽는 습관.
메모하는 습관.
이런 말들에는 어딘가
개선과 훈련의 가능성이 담겨 있다.
잘못된 습관은 고칠 수 있고
좋은 습관은 들일 수 있다는 믿음도 함께 따라온다.
반면 습성은 그렇게 쉽게 말해지지 않는다.
의심하는 습성.
눈치를 보는 습성.
비교하는 습성.
이 말들에는 이미 오래된 시간과
깊은 뿌리가 함께 들어 있다.
그래서 습성이라는 단어는
대개 긍정적으로 쓰이지 않는다.
칭찬보다는 진단에 가깝다.
권유보다는 성찰을 요구한다.
생각해보면 그 차이는
의지와 무의식의 차이인지도 모른다.
습관은 어느 정도 의지의 영역에 있다.
내가 결심하면 시작할 수 있고 반복하면 자리 잡을 수 있다.
물론 쉽지는 않다.
하지만 방향을 정하는 주체가 아직은 나에게 있다.
반대로 습성은 무의식의 영역에 더 가깝다.
나는 그것을 선택했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어느새 그것이 나를 먼저 움직인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것도 그렇다.
비교부터 하는 것도 그렇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기 전에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지부터
계산하는 태도 역시 그렇다.
이런 것은 단순한 행동의 반복이 아니라
사고의 구조가 된 상태다.
그래서 습성은 버릇이라기보다
세계를 해석하는 방식에 가깝다.
나는 살아오며 습관을 고치겠다고
다짐한 적은 많았다.
그런데 돌아보면 문제는 그 다짐을 나 스스로가 아닌 타인의 평가를 기준으로 설정해 다짐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왜 그렇게 쉽게 타인의 평가를 중요하게 여겼을까? 아마도 그것이 편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선택한 길이 틀릴 수 있다는 불안을 견디는
일보다 남이 정해준 길을 따라가는 일이 덜
무서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습성은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의 방식일 수 있다.
상처를 덜 받기 위해 익힌 마음의 자세일 수 있다.
그래서 더 바꾸기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습관을 바꾸는 일과 습성을 바꾸는 일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습관을 바꾸는 데에는 계획과 반복이 필요하다.
또한 환경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습성을 바꾸는 데에는
그보다 먼저 알아차림이 필요하다.
내가 어떤 순간에 흔들리는지.
어떤 말 앞에서 작아지는지.
어떤 사람 앞에서 내 기준을 잃는지.
그 구조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습성은 운명이 아니라
해석 가능한 패턴이 된다.
결국 인생이 바뀐다는 말은
생활 방식 몇 가지가 달라지는 것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다.
일찍 일어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성실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정말 달라져야 하는 것은 내가 나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타인의 기대가 아니라
내 방향을 기준으로 삶을 읽어내는 힘이다.
그것이 바뀔 때 비로소 습관이 아니라 습성이 흔들린다.
그리고 어쩌면 그때부터 사람은
남이 정해준 길을 벗어나
자기 길을 걷기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것을 바꾸는 일은
조금 더 천천히 이루어져야 한다.
다짐보다 관찰이 먼저여야 하고
노력보다 이해가 먼저여야 한다.
나를 바꾸는 일은 결국
나를 설득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깊이 읽어내는 일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습성’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습성이란 행동보다 깊은 곳에서 나의 생각과 감정을 이끌어가는 무의식의 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