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역량이란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삶의 범위를 아는 힘이다.

by 마부자

햇살로 가득 찬 새벽이었다.

베란다 앞에 서서 짧게 눈을 감았다.

명상이라고 해도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는 동안

내 안의 소음을 조금 늦춰보려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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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부터 새벽은

고요나 적막으로 기억되지 않았다.

도로를 지나가는 차 소리와 쓰레기차의 기계소리.


하루를 먼저 시작한 사람들의

작은 움직임이 이미 공기 속에 번져 있었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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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은 역량을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과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뜻만 보면 능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두 단어가 주는 느낌이

미묘하게 다르다.


능력이 부족하다는 말은 조금 더 날카롭고 단정적이다. 그 사람에게 무엇이 없다고 바로 선을 긋는 느낌이 있다.


반면 역량이 부족하다는 말은

같은 부족을 말하면서도 약간의 여지를 남긴다.


지금의 상태를 설명하는 말처럼 들린다.

결함을 말하기보다 조건을 말하는 표현에 가깝다.


우리는 많은 것을 노력으로 설명하려 한다.

노력하면 된다.

마음먹기에 달렸다.

조금만 더 애쓰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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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들은 사람을 움직이게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을 쉽게 몰아붙이기도 한다.


물론 능력이 부족한 것은

노력으로 메울 수 있다는 말은 어느 정도 맞다.


익히고 반복하고 부딪히는 과정 속에서

실력은 분명 자란다.


하지만 역량은 꼭 그런 방식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어떤 일은 지금의 내가 아무리 애써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것은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물리적인 한계일 수 있다.


노력의 양보다 선택의 정확성이

더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역량이 부족하다는 말은

꼭 나쁜 말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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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자신을 좀 더 정확히 아는 말일 수 있다.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나는 어디까지는 감당할 수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정직해지는 것이야말로

역량을 아는 일의 시작일 것이다.


무조건 더 하겠다는 태도보다

내가 어디에 힘을 써야 하는지 판단하는 태도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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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은 무한한 확장의 언어가 아니라

적절한 배치의 언어에 가깝다.


나를 어디에 놓아야 가장 잘 살아낼 수 있는지를

묻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안 되는지를 아는 일은

동시에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아는 일이기도 하다.


사람은 모든 일을 다 잘할 수 없고

모든 자리에 다 어울릴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부족함을 감추는 일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는 일인지도 모른다.


노력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노력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내 힘이 닿는 범위를 아는 일이다.


그래야 무리한 기대 대신 정확한 성장으로 갈 수 있다.

그래야 남의 기준으로 나를 몰아세우지 않게 된다.


결국 우리가 역량을 키운다는 것은

단순히 부족한 부분을 억지로 메우는 일이 아닐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사람이 되려는 방향으로

자신을 몰아가는 일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더 정확히 알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무엇이 부족한지를 확인하는 일에서 멈추지 않고

어디서부터는 방향을 바꾸어야 하는지를 아는 일이다.


역량은 무작정 더하는 방식으로 커지지 않는다.

정확히 알고 제대로 쓰일 때 비로소 자란다.


그래서 역량을 효과적으로 키운다는 것은

먼저 자신을 과장하지 않고 바라보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반복할수록 단단해지는

영역이 있고 아무리 애써도

자꾸만 무너지는 영역이 있다.


그 차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역량은 남과 비교해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내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이해하면서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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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역량은 한 번의 결심보다

작은 축적을 통해 자란다.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배우고.

감당할 수 있는 크기로 시작하고.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며.


한 번에 크게 증명하려 하기보다

꾸준히 오래 가져가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역량은 화려한 성취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 속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내 힘이 닿는 곳을 알고

그 힘을 가장 바르게 쓸 수 있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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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붙드는 대신

잘할 수 있는 것을 오래 밀고 가는 것.


그리고 부족함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서도 멈추지 않는 것.


나는 그것이 역량을 키운다는 말의

가장 현실적인 의미라고 생각한다.


나는 ‘역량’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역량이란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삶의 범위를 아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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