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Gee, 손바닥으로 섹스하는 사람들

by 마카롱


“쟤 왜저래?’

동계 올림픽 스키 점프 시상식 생중계를 보다가 내가 물었다.

금메달 수상자가 고개 숙인채 주먹을 높이들자 중계하던 해설진은 당황해서 횡설수설하기 시작했고 카메라도 급하게 다른 장면을 잡는것 같았다.

“Gee들 차별, 혐오 하지 말자는 거래”

와이프는 저녁을 차리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Gee? 아…그 손 마주잡고 절정에 오른다는 사람들? 지도 Gee라고 커밍아웃하는 건가?”

“그건 아닌것 같고, 그냥 지지하는거래, Gee 프라이드인가 뭔가 하는 운동에 참여한다는 거지”

“참, 내 거 차별, 혐오 하지 말자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프라이드? 프라이드는 뭔가를 노력으로 성취했을때 말할 수 있는거 아닌가? Gee가 뭔가의 성취는 아니잖아?”

“어디가서 그런 이야기 하지마, 요즘 PC다 뭐다 해서 당신 괜히 회사가서 꼰대 로 찍혀. 우리 회사에서도 누가 회식자리에서 Gee에 대해 약간 안좋은 쪽으로 이야기 했는지 블라인드에서 엄청 저격당하더라고 ”

와이프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우리 목사님 따님이신 당신도 Gee들 지지 하는거야?”

혼전 순결을 주장할 만큼(결국 내가 들이대서 실패 했지만) 보수적인 와이프가 Gee 프라이드를 입에 올리는게 같잖아서 비아냥거렸다.

“미쳤어? 저런게 말이돼? 난 단지 사회생활 잘하자는 이야기야, 그냥 튀지 말자는 거지. 우리 아빠 지난주 설교때도 Gee 프라이드 이야기 하면서 말세라고 하시더라. 어휴, 미친 새끼들, 난 이해 할수가 없어…악수하다 싼다고 참, 내…”

“어제도 퇴근할때 시청앞에 저 Gee 퍼레이드 한다고 차 많이 막히더라, 프라이드는 무슨 개뿔…”

발끈하는 와이프에 맞춰주다가 왠지 심술이 나서 슬쩍 물어 보았다.

“근데 여보야, 저 사람들 만약 결혼한 Gee들이 자기 배우자 말고 다른 사람하고 손바닥 섹스 하면 그건 불륜일까 아닐까?”

“별 생각을 다 한다, 글쎄, 난 생각 안해 봤는데”

“강간죄도 삽입설이 다수 였다가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만족설로 바뀌었다는데 삽입이 없더라도 성적 만족을 했다면 불륜 아닐까?”

내 질문에 미세하게 움찔하던 와이프는 내 의견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박성주대리, 어제 올림픽 시상식 봤냐?”

마케팅 액션플랜 보고하러 내방에 들어온 김대리에게 검토 끝난 문서를 돌려 주며 물었다.

“아, 어제 그 Gee 프라이드 보셨구나”

“성주야, 네 주변에 Gee 실제로 본적 있냐?”

“제 주변에는 없는데요, 요즘 많아진것 같아요, 아니 최근 많아진게 아니라 최근 많이들 드러내는것 같아요. 지난달 그만둔 정보보안팀 김팀장님, 그만둔 진짜 이유 아세요?”

“아, 김성수 팀장? 어디 아파서 그만둔다는 거 아니었나?”

박대리는 유리로 된 내방의 열린 문을 닫고 와서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에구, 사내 소문 파다한데 우리 이사님이 모르시다니, 그분 술자리에서 이빠이 취해서 그 팀의 강과장 손잡고 혼자 흥분해서 그 다음날 바로 강과장이 인사팀에 정식으로 문제 제기 했어요, 강간이라고”

“에잉? 그게 무슨 강간이야, 남자가 남자를, 그것도 손만 잡은건데?”

“ Gee들은 상대방의 성별은 상관 없잖아요. 하이튼 이게 형사법적으로는 좀 애매해서 입건되지는 않았는데 아무래도 사내에서는 김팀장님이 Gee라는게 소문나서 회사 더 다니기는 힘들다고 생각하셨나봐요”

“그랬구나, 몰랐네…근데 도대체 그 Gee라는 명칭은 어디서 온거야?”

“저도 확실히는 모르는데요, 일반적인 섹스가 아니어서 Gay에서 시작된거 같은데 성기가 관여되진 않으니까 Gay는 아니고, 그러다 어찌어찌 해서 Gee로 이름이 바뀐거 같아요. 원래 Gee들이 기원전 부터도 있긴 있었데요, 그러다가 유럽 페스트, 스페인 독감, 코로나 등의 팬데믹이나 에이즈 같은 거 거치면서 안전한 섹스로 조금씩 더 각광받는 분위기 였다가 지금은 뭐 그냥 그냥 이상하게 섹스하는 사람들 중 하나가 된거 같아요. 근데 자기는 Gee가 아니어도 Gee들을 좋게 보고 은연중에 지지하는 사람들, 아직 많은거 같아요”

“은연중에 지지?”

“네, 그 소녀시대 Gee Gee Gee도 Gee 프라이드의 일환이래요”

“그래? 난 전혀 몰랐네, 진짜야?”

“네, 가사 보세요, Gee Gee Gee Gee baby baby 너무나 뜨거워서 만질수가 없어”

“아, 듣고 보니 그러네…난 상상도 못했어”

“그리고 어제 시상식에서도 그랬지만 주먹쥐는거요, 요즘 포스터나 전단지 그런데 내용과 상관 별로 없는 주먹이 많이 나오잖아요? 그것도 Gee프라이드 지지하는 디자이너들 짓 이래요.”


김대리가 나가고 유트브 알고리즘에 뜬 Gee 관련 영상들을 몇개 보다 보니 Gee 기원, 유전설, 선택설, 노력설등 여러 의견이 있었는데 chatGPT에게 물어보니 간단하게 정리되었다.

Gee는 유전+트리거로 된다. 트리거는 매체노출, 다른 Gee들 접촉등 다양한 경로인것 같다.

‘성적 자극→발기→성기자극→사정→쾌락중추 자극’라는 일반적 경로에서 Gee들은 ‘성적자극→발기→손 자극→쾌감중추’의 경로로 사정을 우회하는 절정이 가능한것 같았다.

손 자극에 의해서 절정에 다다르기에 대상의 성별은 취향의 문제일뿐 성적 파트너를 정하는데 중요한 요소는 아닌듯 했다. 그래서 LGBT+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았다.

Gee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약 3% 정도로 LGBT가 미국에서 7~10%, 아시아 쪽은 5~6%인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지만 최근 Z세대에서는 LGBT 보다 많아져 10%를 넘는것으로 추정됨.


전체 직원이 1,100명인데다가 평균연령이 30대인 우리 회사라면 통계적으로는 Gee들이 100명이 넘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내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심장이 더 빨리 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야, 이새끼는 맨날 늦어”

자리에 앉는 나에게 수형이가 웃으며 또 한소리 한다.

“야, 교회 다니는 사람이 장로님한테 욕해도 되는거냐?”

내가 웃으며 수형이와 악수했다.

“ 나이롱 새끼들끼리 계급 따지고 있냐?”

내 뒤에 바로 들어온 지경이가 우리와 악수하며 웃었다.

“너 언제 장로됐냐”

먼저온 기택이 악수하며 내게 물었다.

“장인어른 빽이지, 내가 하도 나이롱 신자이니 장로 자리라도 줘서 좀 독실한 교인이 되기를 바라셨나바”

“야, 교회 안에서도 빽 있어야 되는거냐”

심드렁한 내 답에 아직 집사에 머무르고 있는 수형이가 이죽거렸다.

"우리가 지금 논하는 것은 결국 본질에 관한 문제야,"

기택이 테이블 위로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그의 잔 속에 들어있는 위스키가 미세하게 출렁였다.

"사회적 차별과 혐오의 구조를 인식해야 해. Gee가 어떻든 간에, 그들의 인권은 침해되어선 안 돼."

"신앙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건 분명 죄야. 성경에는 분명히 육체의 욕망을 제어하라고 나와 있잖아. 교회에서는 그런 행위를 용납할 수 없어."

수현이는 고개를 숙이고 나지막히 말했다.

"성경 말씀을 그렇게 해석하는 건 너무 편협한 거 아니야?"

"시대에 맞게 해석해야지. 그런 식으로 가면 우리 모두 돌로 맞아 죽어야 할 죄인들이야."

기택이 반박했다.

"불교에서는 다르게 봐,"

세 번째 잔을 채우며 지경이 말했다.

"욕망 자체를 악이라 보지 않아. 다만 집착이 문제지. Gee든 뭐든 그 자체로는 선악이 없어. 집착하고 갈망하는 방식이 고통을 부르는 거야."

세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모였다. 그들은 내 의견을 기다리고 있었다.

"글쎄,"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난 사실 그런 문제에 큰 관심이 없어. 각자 자기 방식대로 살면 될 일 아닌가? 누가 뭘 어떻게 하든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상관없지."

"역시 너답다," 기택이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하지만 중립도 하나의 정치적 입장이라는 걸 알아둬. 침묵은 현상 유지에 동의하는 거니까."

나는 그저 미소로 답했다.

"그런데 너 Gee Cafe 가봤어?" 지경이가 갑자기 물었다. 다른 셋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꽂혔다.

"그게 뭔데?"

"벽에 구멍 뚫어놓고 손만 내밀어서 서로 만지는 곳 있잖아,

" 수형이가 목소리를 낮추며 설명했다.

"요즘 젊은 애들 사이에서 유행이래."

"말세야 말세," 수형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교회에서 기도해야 할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

"야, 그런 혐오 발언 하지 마," 기택이 얼굴을 찌푸렸다.

"너도 모르는 사이에 네 주변 사람이 Gee일 수도 있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이 어떻게 진정한 기독교인이라 할 수 있겠어?"

나는 그저 조용히 술을 마셨다.




술자리가 끝나고 나는 익숙한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취기가 도리어 용기를 불어넣었다. 간판도 없는 문 앞에 서자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작은 창문이 열리고 누군가 나를 관찰했다. 아무 말 없이 문이 열렸다.

"오랜만이네요," 직원이 나를 반갑게 맞았다. 그러고 보니 일주일만이었다. 주 2-3회 방문하던 내게는 오랜만이었다.

"오늘은 2번 부스로 안내해 드릴게요. 손님이 좀 적은 날이라 편하게 즐기세요."

Gee Cafe의 내부는 항상 그렇듯 깔끔했다. 조명은 어둡지만 불결하진 않았다. 안내에 따라 2번 부스로 들어가니 벽에는 익숙한 손목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옆 부스에서 누군가 들어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구멍 쪽으로 손을 뻗었다. 잠시 후, 부드러운 손가락이 내 손을 감쌌다. 이전에도 많이 경험했지만, 매번 새로운 전율이 온몸을 훑었다. 아무 말도, 아무 소리도 필요 없었다. 오직 촉각만이 우리를 연결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점점 더 강렬해지는 감각에 나는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그 손의 손가락에서 차가운 금속이 느껴졌다. 결혼반지.

그런데 그 반지가 묘하게 익숙했다. 내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내가 첫 번째 결혼기념일에 와이프에게 선물했던, 작은 다이아몬드가 세 개 박힌 특별 주문한 백금 반지였다. 다른 이에게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디자인이었다.

내 와이프였다. 내 옆방 부스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내 아내였다.

충격과 동시에 이상한 흥분이 밀려왔다. 그런데 그녀의 손길에는 어떤 익숙함이 있었다. 초보자의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그녀의 움직임은 자신감에 차 있었고,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는 듯했다.

그녀는 단골이었다. 내 아내는 Gee Cafe의 단골이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평소 조용하고 보수적이라 생각했던 목사님의 딸. 교회 활동에 열심인 내 아내. 교회에서 Gee들을 말세의 상징이라 혐오하면서도, 스스로는 내 몰래 이런 곳에 드나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얼마나 자주? 누구와? 언제부터?

배신감이 먼저 밀려왔다. 그녀가 나에게 숨겨온 비밀. 그동안 '일이 많아서', '교회 봉사 때문에' 늦는다고 했던 날들이 떠올랐다. 모든 게 거짓말이었을까?

하지만 곧 다른 감정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호기심. 그리고 묘한 공감. 나와 같은 비밀을 간직한 그녀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절정에 이르기 직전, 나는 내 손을 좀 더 강하게 쥐었지만,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지는 않았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서로를 모르는 채로, 우리는 끝까지 갔다.

모든 것이 끝나고, 나는 부스에 혼자 남아 깊은 숨을 내쉬었다.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아내의 비밀 세계를 발견한 충격. 그녀도 나와 같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 관계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뒤섞였다.

부스를 나와 로비로 향했다. 그곳에 그녀가 서 있었다. 직원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직원 중 한 명이 그녀에게 "오늘도 오셨네요"라고 말하는 것이 들렸다. 확실했다. 그녀는 이곳의 단골이었다.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에 당혹감과 수치심, 그리고 공포가 교차했다.

"당신..." 그녀가 말했다.

"자주 오는 곳이야?" 내 목소리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아까..."

"아니," 나는 거짓말했다. "방금 들어왔어. 당신은?"

그녀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쳤다. 그녀는 내가 아까 함께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냥... 친구 따라 한번 와봤어."

"그래? 나도," 나는 미소지었다.

우리는 말없이 함께 밖으로 나왔다. 귀가하는 택시 안에서도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내가 물어봤잖아," 마침내 내가 입을 열었다. "자기 배우자 말고 다른 사람하고 손바닥 섹스하면 그건 불륜일까 아닐까..."

"당신도 그런 생각 해봤어?"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여전히 내가 모른다고 생각했다.

"많이,"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사실 나... Gee야."

그녀의 눈이 커졌다. "정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전부터. 대학교 때부터. 그동안 숨겨왔어."

"나도..."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모든 가면을 벗고, 진짜 우리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교회는?" 내가 물었다.

"연기야," 그녀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가족 때문에. 당신은?"

"나도 마찬가지,"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방금 우리가..."

"알아?" 그녀가 갑자기 물었다. "오늘 누구랑 있었는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었다.

"모르는 게 낫겠지," 그녀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모두 비밀이 있으니까."

택시의 창문 너머로 도시의 불빛이 스쳐 지나갔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아까 부스에서 느꼈던 그것과 같다는 것을 우리 둘 다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그 밤 이후, 우리는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게 되었지만, 아직 모든 진실을 마주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그날 밤의 진실을 직접 언급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일까? 우리는 이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나는 계속해서 중립을 가장할 것이다. 수형이의 종교적 혐오, 기택의 정치적 올바름, 지경의 불교적 관용 사이에서. 그리고 밤이 되면, 나와 내 아내는 각자의 비밀스러운 욕망을 찾아 나설 것이다. 때로는 같은 장소에서, 때로는 다른 파트너와 함께.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나의 가면은 무관심한 중립, 아내의 가면은 독실한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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