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을 치유하는 약

Macaron 감성살롱

by Maca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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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큼 아픈 건 자연치유에 맡기는 편인데 정말 너무너무 몸살이 나서

몸을 어찌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심하게 아플 땐 판피린에프 류의 물약 감기약을 마신다.

이 약의 특징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잠이 오면서 자는 내내 몸에서 땀을 쏟아내게 만든다.

약이 독하긴 하지만 대신 그렇게 반나절에서 하루를 견디면 몸이 가벼워지며 몸살 기운이 낫는다.


문득 사랑의 아픔을 낫게 하는 물약이 있다면 난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보았다.

아마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으니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항상 약을 들이키는 게 습관으로 자리 잡았겠지.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런 물약은 없다.


근데 이건 들은 이야기인데 이런 류의 몸살감기약이 강하게 잘 듣는 대신 워낙 독해서 간에 안 좋다 한다.

약이 독한 만큼 해독을 하는 간에 무리를 주기 때문이란다.

그래, 어느 한쪽이 빨리 낫는 만큼 어느 한쪽은 그만큼 나빠지고

결국 갑자기 좋아지는 갭만큼의 반대급부는 존재하는 구나.

그것이 양(+)의 방향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사랑을 하면 안팎으로 내 모든 것이 변한다.

그러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변화된 시스템은 길을 잃는다.

변화된 시스템을 유지해오던 에너지의 근원이 사라지고

사랑하기 전 나를 유지하던 원래의 에너지가 다시 재 공급된다.

그럼 살기 위해서는 원래의 에너지에 적응해야 하고 이를 위해 그 에너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시스템으로

나를 근본적으로 다시 고치고 바꾸어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휘발유 차를 경유 차로 바꾸는 과정이랄까.

구조를 바꾸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말 못할 통증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렇게 바꿔야 부작용 없이 살아날 수 있다.


사랑 때문에 나를 송두리째 바꾸고 그 사랑이 끝나 나를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쉽고 아픔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니까

실연의 아픔을 낫게 하는 물약이 존재한다면 누구나 그 물약을 입에 털어 넣었을 거다.

그 과정이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우니까.

하지만 금방 나을 뿐 근본적으로 바뀐 게 없는 상태에서 그 당시의 통증만 가라앉게 하는 만큼

어딘가에는 부작용이 쌓이고 쌓일 것이다.

극단적 양(+)의 효과와 극단적 음(-)의 효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불안정한 시한폭탄이

바로 내 삶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사랑이 끝나면 그저 온전히 아파해야 한다.

충분히 아파하고 심연을 기어 다니는 인고의 시간이 나를 강하고 견고하게 만들어 준다.

뼈대가 잡히고 힘줄이 붙고 살과 피부가 양감 있게 붙어가며

열 달간 엄마 뱃속에서 엄마 자궁 바깥 새로운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생명체로 재정비되는 아기처럼

이별 후에도 일상으로 되돌아 와서 적응하며 살기까지 깨진 균형을 되찾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조물주는 수정되자마자 태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러면 필시 죽으니까.


그럼 실연을 치료하는 물약이 없는 이유도 간단하지 않을까.

소중한 당신을, 나를 어떻게든 죽지 않고 살리기 위해서.

당장 실연의 아픔을 치료하고 생명을 잃게 하는 것보단 오래 아파도

결국은 이겨내어 견고하게 살아나는 게 더 가치 있다고 보니까.

세상은 그대를 잃고 싶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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