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야해, 감각적이야

Macaron 감성살롱

by Macaron

아름다운 여체를 놓고 그림과 글로 각각 표현하면

내 경우엔 그림보단 글이 훨씬 더 야릇하고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그림은 그 장면이 망막에 상이 맺히기는 하지만

그 그림에 대한 모든 정보를 한 번에 받아들이는 건 개인차가 있다.

사람마다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 중요도가 다르기 때문에

인지하는 부분부터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 순으로 순차적으로 관찰하며 정보를 습득한다.


반면 글은 그림처럼 보는 이가 받아들이는 것과 상관없이 한 번에 모든 정보를 제공할 수도 없다.

글은 글쓴이의 호흡과 시선에 독자가 함께 따라간다.

독자는 글로 글쓴이가 보여주는 만큼만 볼 수밖에 없다.

즉, 글은 정보 제공방법이 순차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글은 항상 대상을 관음하고, 날카롭고 섬세한 시선으로 대상을 훑어 내린다.


리드당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의외로 적지 않다.

상대방이 이끄는 대로 이끌려 가면서 조금씩 의존하기 시작하고,

그 소속감과 의존감, 그리고 그저 이 사람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는 일종의 안도감이 뒤섞여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감정에 휩싸이는 것이다.

그에게 나를 맡긴다, 감각적이다.

글쓴이는 그 시선을 활자화하여 종이 위에 새기고 재현한다.

읽는 이는 숨을 죽이고 글을 읽으며 글쓴이의 글 쓸 당시의 감정을 느낀다.

함께 호흡한다는 것, 그리고 그 감성과 느낌을 공유한다는 것. 얼마나 성적인가.


난 글 잘 쓰는 사람을 좋아한다. 언어 표현력이 좋은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내가 지적인 사람을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알았다, 글 쓰는 행위는 섹슈얼한 표현 방법이고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은 그래서 섹시하다.

난 누구보다 야하고 감각적인 사람에게 끌리는 것이었구나.


나에게 있어 글쓰기란, 순간의 편린을 순차적으로 활자에 투영하는 유혹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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