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caron Sep 25. 2015

[운동기] 인바디 십망, 몸무게 십망, 눈바디를 믿어

#2 : 마음의 허함을 음식으로 채우지 마!



이번 글은 지금까지 수많은 다이어트 시도를 했다가 망했던 주 원인인 식탐,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건 운동기보다는 내 자전적 고백에 가까운데...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이 작은 위로와 더불어 도전이 되었으면 한다.
운동이야기는 오늘은 잘 안 나오니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다음 편으로 넘어가도 괜찮음.



내가 항상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먹는 게 낙인 사람이에요"

"앵겔지수가 90%를 육박합니다"

"먹는 것 빼면 제 인생에 남는 게 없어요"
이거, 거짓말이 아니다. 난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맛있는 것 좋아하고 먹는 것 사랑하고 먹는 게 낙인 인간이다.




<먹는 일화 약간>
일화 1. 중학교 때 간식, 매점, 등하굣길 군것질 제외하고도 하루 5끼를 먹음
일화 2. 우리 집은 전날 12시에 치킨 시켜먹고 남은 치킨을 아침식사로 먹고 가는 집안
일화 3. 난 다른 집도 밤 12시 넘어서 닭발에 곱창볶음 먹는 줄 알았음
일화 4. 동생이랑 부산여행 3일 가서 먹는 것"만" 70만 원 먹음(갚는 데 3개월 걸림.. 후달려 ㅠㅠ)
일화 5. 돼지국밥 너무 먹고 싶어서 기차 타고 당일치기로 부산 가서 돼지국밥만 먹고 옴




내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면 공부 말고는 없었다.

사춘기도 대학 때 왔고 사춘기 없이 그냥 마냥 공부만 하고 지냈는데

되돌아보니 내가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수단이 <음식>이었던 것 같다. 맛있는 음식.
정말 너무너무 행복했었다.

나중에 이리저리 스스로 분석해본 결과로는 이렇게 음식을 좋아하는 성향은 타고난 것도 일부 있고
심리학적 측면에서 유추해볼 때는 구강기 때의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아
입으로 뭔가 자꾸 만족감을 얻으려는 게 먹는 행위로 나타난 것 같기도 하다는 결론이 났다.
즉, 나에게는 <음식=행복>이라는 식이 성립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음식은 약간의 돈만 있으면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욕구이기도 하다.
하다 못해 단돈 100원이면 학교 앞 구멍가게에서 불량식품도 사먹을 수 있었으니까
음식은 쉽게 구할 수 있는 행복이었던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문제는 내가 위에서 사춘기가 대학교 때 왔다고 언급했던  그때 일어났다.
그 전까지는 몸매, 몸무게, 사이즈 이런 것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이

공부만 하고 맛있는 거 먹으면서 행복하게만 살았는데
대학교 2학년이었던 것 같다, 외모를 신경 쓰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살이 찌는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내가 행복으로 여겼던 먹는 것이 내 몸의 아름다움을 앗아가는데 정말 미치겠더라.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학교 내내 전 학원강사 + 과외 3탕 + 하루 3~4시간의 수면 + 통학 왕복 4시간 이상이라는
미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을 때여서 엄청난 양의 음식을 "쳐"먹어도 살이 찌지는 않았다. 유지되는 정도?
다만 이 때는 운동이 아니라 노동을 위한 활동이었기 때문에 딱히 몸이 예쁘진 않았다.

그냥 상체 하체 불균형인 심한 하비.
공사장 인부 아저씨들의 그렇게 일을 하시는데 트레이너들의 몸처럼 예쁘지 않은 이유를 생각해보면 될 거다.



여하튼, 내 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미워하고 학대하기 시작했다. 진짜 진짜 심한 하비였으니까.

오죽하면 성형외과에 종아리 퇴축술, 지방흡입을 혼자 알아보고 다니기도 했었다.
자료사진이라도 올리고 싶은데 그 당시에는 * 같은 모습을 당연히 남기고 싶지 않아서 그 당시는 셀카도 없다.

사진 찍는 걸 병적으로 싫어했던 시기.
난 왜 다리도 안 예쁘고 얼굴도 못생기고 팔뚝 살도 넘치고 다른 여자애들처럼 48kg이 나가는 것도 아니고
난 왜 살지? 나도 살 빼고 싶다. 나도 날씬해지고 싶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근데 위에 쓴 것처럼 스케줄이 거지같이 바쁘니까 남은 건 음식을 조절하는 건데

막상 해보니 음식을... 조절할 수가 없는 거였다.

그게 내 유일한 낙이니까. 살이냐, 음식이냐. 첨예한 가치가 대립되기 시작했다.
이 때 먹는 양을 보면 탕수육 소 + 짬뽕밥, 피자 라지 1판, 빅맥세트 2개, 야채곱창볶음 2인분, 닭발 2인분, 치킨 1마리 등등
이게 하루에 나 혼자 먹는 양이었다.
중간에 지는 강력한 설사약을 먹으면서까지 싸 대면서 몸을 유지하면서
본인이 먹고 싶다고 난리 쳐서 음식 시켜놓고 지는 안 먹으면서 남은 음식을 억지로 남에게 권해서

인생 최초로 내 몸무게를 60kg을 찍게 만든 개 같은 쌍년 일도 있었고
"넌 ~보다 날씬하지 않지만, 넌 ~보다 예쁘진 않지만 난 네가 좋아"

라고 고백하면서 날 디스 하는 개씨발놈 구남친도 있었고
뭐  외모 콤플렉스를 열반의 경지까지 다다르게 한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날 제일 힘들게 하는 건 내 자신이었다.
배가 고프면 배가 고파서 성질을 내고, 배가 막상 부르면  살찔 텐데 하는 걱정에 나에게 또 성질을 내더라.
불행하지 않아? 난 먹으나 안 먹으나 항상 불행했던 거다.
내가 몇 년을 다이어트 실패하면서 느낀 건, 식욕 못 잡으면 다이어트 실패한다, 백퍼.
무슨 말이냐면 얼마 간은 억지로 참으면서 닭가슴살 먹고 샐러드 먹고 인위적으로 감량할 수 있어.
근데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더라.
억지로 닭가슴살, 샐러드를 먹는 사람은 정말로 맛있어서, 좋아서

닭가슴살, 샐러드를 먹는 사람을 이길 수 없어.
정말 오래, 스트레스 받지 않고 다이어트를 하고 운동을 하려면 즐겨야 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식단> 역시 즐겨야 성공확률이 높아진다고 난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내가 운동, 다이어트를 망쳤던 건 아직도 식탐이 넘쳐 나는데 억지로 그 욕구를 억눌렀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2014년 작년  5월쯤, 내 절친이 나에게 그랬다.

"왜 네가 먹어도, 먹지 않아도 기쁘지 않은 줄 알아? 네 배고픔은 음식의 배고픔이 아니기 때문이야.
넌 다른 배고픔을 지금 착각하고 계속 음식으로 채우고 있어.

그러니까 여전히 그 배고프고 그래서 넌 화를 내는 거야."

뒤통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더라. 내가 그동안 느낀 배고픔이 가짜였다니.
태어나서 다이어트를 한 이래로 이렇게 많이 고민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난 내 배고픔의 원인이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마음, 자신감 없음, 외로움, 사랑받고 싶은 욕구>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내가 사랑할만한 내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그래서 운동을 결심했다.
운동해서 몸이 예뻐지면 거울 속 나를 볼 때 스트레스도 없고

옷 입고 밖에 돌아다니는 것도  살쪘을 때보다는 훨씬 즐거울 거고
그러다 보면 원인이 사라져서 음식에 대한 욕구가 좀 제어되지 않을까? 싶었다.


우선 첫 한 달은 정말 많이 고생했다.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침대에서 엉엉 운 적도 있었고,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이불을 침대 위에서 발을 구르고 밖에 나가서 소리를 지른 적도 있었다.

사람마다 이 과도기간이 다르겠지만 이 때를 잘 이겨내셔야 한다.
이 때를 잘 이겨내려면 내 배고픔 중 진짜 배고픔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고
정말 내 몸이 필요로 하고 소화 가능한 양을 알 수 있다.

난 29년을 대식가인 줄 알았는데 소식이 맞는 사람이었더라.
신기하게 그 1달을 견뎌내면서 안개 걷히듯 나의 식습관의 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20년 넘게 그렇게  먹고살았으니 먹는 게

마치 파블로프의 개새끼처럼 그냥 반사적으로 먹는 습관이 많았던 거다.
일정 정도를 참고 나니 처먹으라고 계속 신호를 보내던 내 뇌도 잠잠해지고
그러면 배고파 죽을 것 같았던 감정이 사라지는 경험이 한 번 두 번 쌓이기 시작했다.
그게 체득화가 되고 나니까 소식이 자리 잡고

예전이었으면 치킨 5번 시켜먹을 걸 1번만 시켜먹어도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신비한 경험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몸에서도 종종 고기를 넣어줘, 햄버거를 넣어줘, 초콜릿을 넣어줘, 당이 필요해 이렇게 신호를 보내는데

전처럼 계속 음식을 밀어넣을 때는 가짜 배고픔과 이 진짜 배고픔이 뒤섞여 그냥 대책 없이 먹었었다.
근데 위 기간을 거치고 나면 진짜 배고픔을 확실히 느낄 수 있으니
먹고 싶을 때 치킨을 먹어도 이건 내 몸이 필요로 하니까 먹는 거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먹게 되더라.
그러면 정말 행복하다.

내 몸이 필요로 할 때 이런 기름진 걸 원하고 있으니 난 먹는 거다, 고로 난 정당하다 이렇게 말야.
내 경험 상 스트레스 받으면서 운동하고  다이어트하면 스트레스를 안 받은 상태에서 하는 것보다 효과가 준다.
난 당신이 이왕  다이어트할 거면 행복하게,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다.
마음의 허함을 음식으로 채우지 마. 음식이 답이 아니야.

몸이 그걸 깨닫고 돌이켜야  그때부터 진짜 변화가 일어나.



첫 1달은 운동과는 별도로 이렇게 습관을 잡는데 주로 주력을 해서 몸무게 변화는 1kg 있었다.
근데 알 거야, 1kg 쯤은 모닝응아 한 번이면 왔다 갔다 하는 몸무게라....
이 시기가 운동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인 것 같다.
식욕은 미친 듯이 땡기는데 운동은 효과 더럽게 안 나고 근육통만 심해져서

한 달은 근육통으로 인한 불면증으로 잠을 못 잤었으니 말이다.

난 아직도 운동 진행 중인 초보다.
어제도 점심에 회사에서 점심 회식으로 오리 먹고

저녁에 집에서 주먹밥에 밥 한 그릇 또 먹어서 집에서 쌍욕 하면서 운동함 ㅋㅋㅋ


어떤 운동을 해서 살을 뺐냐도 중요한데 나에게는 이 정신적인 베이스를 구축하는 게
궁극적인 다이어트 성공으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자 정석이라고 생각해서 좀 주절주절 적어보았다.
다음 글부터는 진짜 내가 돌렸던 운동 프로그램을 올릴 예정이다.

150920 복근 체크, 무보정

매거진의 이전글 [운동칼럼] 많이 먹고 많이 운동하면 건강한 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