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 방송 플랫폼 훑어보기 1편
무한도전 100명의 스태프와 양띵 같은 1인 BJ가 경쟁하는 시대입니다. 결국 플랫폼보다는 남들과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를 겁니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한 포럼에서 한 말이다. 유튜브와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우리네가 살아가는 오늘의 이야기다. 다양한 유행이나 스타들이 TV가 아닌 유튜브 등 비디오 플랫폼을 통해 탄생하고 있고, 그들은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부와 명예를 얻으며 많은 이들에게 동경의 대상 또는 목표가 되기도 한다. 혹자의 지껄임처럼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은 이제 옛 말이다."라는 주장을 받아칠 수 있는 몇 남지 않은 수단. 바로 크리에이터나 BJ로 성공하는 일이다.
2005년에 등장한 아프리카TV의 성공으로 국내에 다양한 방송 플랫폼이 생겨났고, 2013년 시작된 유튜브 열풍을 거쳐 오늘날 한국땅은 인터넷 방송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 사이 수많은 국내외 방송 관련 서비스가 국내 시장에 출사표를 내밀었지만 별다른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시나브로 사라지거나 마이너 방송 플랫폼으로 전락했다. 결국 한국 인방계는 유튜브, 트위치, 아프리카TV의 삼파전으로 굳어졌다.
글로벌 서비스인 유튜브와 트위치, 한국 토종인 아프리카TV. 삼파전 또는 삼강구도라 표현했으나 실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 입장에서 이들 3개의 서비스는 공생관계처럼 느껴진다. 3사 모두 생방송이 가능한 플랫폼이지만 대다수의 방송자가 아프리카TV와 트위치에서 생방송을 진행하고, 이를 녹화/편집한 콘텐츠를 유튜브에 노출해 광고 수익을 발생시키며 2차적인 마케팅을 실행 중이다. 또한 운영사의 정책 이슈나 운영사와 방송자 간 크고 작은 의견 대립을 이유로 특정 방송자가 타 방송 플랫폼으로 '이적'하는 행위가 종종 일어난다. (앞에 언급한걸 한 단어로 정리하면 '대도서관'이 된다.)
구글에 속한 세계 최대의 비디오 플랫폼이다. 사용자 트래픽만 놓고 본다면 앞에 언급한 아프리카TV나 트위치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2018년 한국 성인을 기준. 90%가 넘는 사용자가 유튜브를 이용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한국인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게다가 한국 스마트폰 사용자 중 안드로이드 OS가 75%에 육박하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아프리카TV나 트위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얻게 되었다. (안드로이드폰엔 기본적으로 유튜브가 설치되어 있다.)
다만 국내 상륙 이후. 실시간 스트리밍 시장 장악을 위해 펼쳤던 다양한 시도들이 수포로 돌아감에 따라, 사용자에게 각인된 'VOD 플랫폼'이란 인식에게 탈피하지 못하고 서비스 확장이 정체되고 있는 양상을 띄고 있다. 2014년 독점금지법에 막혀 트위치 인수에 실패.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로의 확장 계획이 더욱더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미 굳어진 사용자 인식. 천하의 유튜브여도 쉽게 바꾸긴 힘들 것이다.
집어삼키려던 트위치는 결국 그들의 예상처럼 무섭게 성장했다. 트위치를 인수한 아마존의 든든한 지원도 한 몫했다. 2015년, 유튜브는 '유튜브 게이밍'이란 서비스를 론칭하며 저지선 구축에 나섰다. 약 4년 뒤인 2019년 유튜브는 트위치에 패배를 인정하듯, '유튜브 게이밍' 서비스 종료 공지와 함께 카테고리화 시켰다. 이때 유튜브 측의 핑계는 다음과 같았다.
"유튜브 사용자는 실시간 스트리밍보단 동영상(VOD)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다."
유튜브와의 타이틀 방어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트위치는 실시간 게임 방송의 최강자란 타이틀을 굳히며, 당장 아프리카TV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가 되었다. 아프리카TV 측에서도 "유튜브보다 트위치를 라이벌로 인식한다." 표현한 적이 있다.
유튜브도 반 포기한 국내 실시간 방송계에서 신흥 강자로 떠오른 게 바로 아마존의 '트위치'였다. 트위치는 미국판 아프리카TV라는 저스틴티비(justin.tv)에서 따로 분리된 게임에 특화된 라이브 플랫폼으로 '라이브 방송'을 보는 시청자의 성향과 니즈를 나름 정확하게 판단한 서비스로 인정받고 있다. (게임을 좋아하는 덕후들의 취향 저격에 성공했다 말하고 싶다.)
일단 현시대를 살아가며 온라인 콘텐츠를 소비하는 주요 세대(20~40대)가 '게임'이라는 주제에 익숙하는 점과 다른 주제에 비해 방송자가 방송을 실행/지속하는 데 있어 유리하다는 점을 게임 장르에 특화된 트위치의 인기 요인을 꼽는다. '게임 방송이 쉽다.'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단지 다른 주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료가 풍부하고, 주제 관심도에 대한 지속력 또한 좋다 말하는 거다. 예컨대 게임 유저는 하나의 게임을 평균 3~4개월 정도 플레이한다. 자연스레 게임 영상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역시 비슷한 기간 동안 유지된다.
대표적인 예가 '마인크래프트'다. 2011년 론칭 이후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PS, Xbox, 닌텐도 기기 등으로의 확장.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두뇌발달'이라는 훼이크를 부모세대에 시전 하며, 초등학생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로 인해 한국땅에서 찾아보기 힘든 '게임 방송으로 성공한 자'인 도티, 양띵이라는 사업가가 탄생했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한 거냐고? 상상해보자. 닭을 재료로 요리 방송을 몇 년 동안 진행한 것과 맞먹는 수준인 거다.
트위치엔 도티와 양띵처럼 게임을 즐기는 방송자가 넘쳐난다. 그런 자들이 모여 트위치만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게임을 즐기는 방송자와 시청자들이 특유의 공감대를 만들며 양질의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다. 그렇게 그들은 게임 방송만으로, 게임 방송만 가득한 플랫폼으로도 엄청난 경쟁력과 파괴력을 지닐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헷갈리지 말자. 게임 방송에 특화된 플랫폼인데도 이 정도인 거다. 가끔 이러한 트위치의 흥행을 질투라도 하듯. 오해소지가 있는 데이터가 웹상에 올라오기도 하는데...
방송 관련 커뮤니티를 살피다 보면 종종 위와 비슷한 통계를 만나게 된다. 해당 통계는 아프리카TV 방송 도우미(서드파티)를 통해 집계한 통계라 그 신뢰도를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트위치나 유튜브 방송자가 아프리카TV 도우미를 사용할 의무는 없지 않은가? 트위치나 유튜브로 인방에 입문했다면, 아프리카TV 도우미를 모를 수도 있다.
검색량에서 이미 트위치는 아프리카TV를 넘어섰다. 청색과 적색의 그래프를 살피면 아프리카TV와 트위치의 사용자 패턴이 비슷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양 서비스 모두 라이브 방송에 집중된 플랫폼임을 알고 있다면 아프리카TV가 트위치에 사용자를 뺏기고 있다는 걸 유추할 수 있다. 동시간대의 생방송이라면 시청자는 결국 하나의 채널을 선택해야 하니. 검색 시간대를 보면 유튜브는 출근에서 퇴근시간대까지 관심도가 높게 나타나고, 아프리카TV와 트위치는 방송자가 활동을 시작하는 저녁 8시 이후가 되어서야 관심도가 상승하는 걸 파악할 수 있다. 이 정도면 '게임'이라는 특정 방송 장르에 집중한 트위치가 인방계에서 어느 정도 성장했는지... 굳이 길게 떠들 필요가 있을까?
이처럼 게임 장르에 있어서 넘사벽급으로 성장해버린 트위치는 최근, 메인 페이지에 방송 카테고리를 추가했고 저스틴TV 시절로의 회귀. '역진화'를 실행하며 아프리카TV의 목을 조이고 있다. 과거 게임 방송만 해야 할 듯한 분위기에서 차츰 탈피해 음방, 여캠, 소통 방송 등이 자연스레 일어나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트위치 커뮤니티 서비스인 '트게더'가 트위치의 인기를 유지하는데 든든한 지원군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형 방송 플랫폼은 죄다 아프리카TV를 모방했다 말할 정도로 국내에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서비스다. 국내 실정에 맞는 다양한 사업 확장을 시도했으나 큰 성과를 내었다 보긴 어렵다. 단, 최근까지 OGN(온게임넷)의 대체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음은 분명하다. 몇 해전부터는 유튜브와 트위치에 방송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 본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꽤 보였다. KOO TV와 트위치 이적 사태를 겪으며 그들에게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다.
이후 한국 토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사용자와의 다양한 소통으로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시도를 했다. 방송자 수익모델, 방송 품질 및 서비스 등을 개선했고 일부 방송자의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등의 제도를 도입하면서 암흑기를 버티어내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그러한 시도들은 좋은 작용을 했다. 외국계 서비스인 유튜브와 트위치가 한국 사용자에 대응하는 걸 비교해보면, 한국 기업이며 한국의 정서를 이해하고 있는 아프리카TV가 운영 측면에 있어 그나마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게 점차 한국형 방송 플랫폼이라는 타이틀로 유튜브와 트위치의 장점을 잘 믹스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던 어느 날.
2021년. 땡초사건(지적장애 여성의 벗방)과 아프리카 대표 방송인인 철구, 외질혜 이혼 논란. 머니게임을 통해 유튜브의 전기가 '파이 버프'를 받았고, 6월 코트 사건으로 대망의 아프리카 코인 게이트가 열린다. 그로부터 며칠 뒤 BJ은지가 라이브 합방 중 '한남충'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젠더이슈를 불러일으키며 막타를 날렸다.
아프리카TV에 있어 2021년은 역대 최악의 해다.(올해는 반년이나 더 남았다.) 별풍선 선물과 결제한도 등의 규제가 목을 조여 오고, 구글의 인앱 결제 수수료가 발목을 잡고. 믿었던 BJ 놈들마저 서수길 대표의 뒤통수를 가격하며 아프리카TV의 이미지를 나락으로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의 사건들이 여론 확대로 인해 전 국민의 공분을 살 정도로 커질 거라 생각지는 않는다. 지금껏 아프리카TV에서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그러했다. 양은 냄비스러웠다. 다만 그렇게 굴려진 스노우볼이 경쟁업체가 아닌 아프리카TV 본사를 덮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꽤 많이 그리고 시급해 보인다.
맨 처음 김태호 PD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시작했듯. 방송 플랫폼의 주된 자원은 방송자이며, 플랫폼은 방송자 관리에 많은 정성을 쏟는 게 맞다 보고 있다. 몇 해 전부터 늘어나고 있는 인터넷 방송 기획사. 그런 엔터에 소속된 방송자를 보다 철저하게 검증해 시청자에게 선보이는 게 현명한 방법이고, 그런 방송자들이 다양한 수익 쉐어와 양질의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할 수 있도록 함께 아이디어를 찾아가는 일이 곧 경쟁사를 물리치고 한국땅에서 살아남는 방법일 것이다. 운영하는 당신들도 알고 있지 않은가? 코로나 이후의 실적은 어디 갈 곳이 없어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만들어 준 일시적인 거품이라는 것을. 여름에 수박 많이 팔았다고 자랑하지 마라.
경쟁사에 무슨 기능이 추가되었는가를 살피기 이전에, 경쟁사의 사용자들은 무슨 콘텐츠에 환호하는지를 살피는 것이 타당하다. 사용자는 플랫폼이 서로가 베껴가며 같아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유튜브에 틱톡과 같은 것인 '쇼츠'가 추가되었다고 환호하지 않으며, 다양한 동영상을 보겠다고 트위치를 기웃거리지 않는다. 그냥 유튜브를 본다. 시대가 바뀌었다. 다름을 인정하는 세대가 시대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고, 그들은 각각의 플랫폼의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용하고 있다.
'방송'이라는 단어 안에 답이 있다. 어느 플랫폼에서 방송하는가를 따지기보다, '누가 무엇을 방송하는가'가 더 바람직한 고민이 될 거라 생각한다. 당신들의 브랜드는 플랫폼이 아니다. 방송자가 곧 브랜드다.
개떡 같은 주장이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와 구독을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