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UX 디자인의 시대
2021년 11월 10일, 구글 소유의 세계 최대 비디오 공유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싫어요'수를 비공개로 전환한다는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기본 정책이 변경됨에 따라 유튜브 API 쪽도 싫어요 수에 대한 액세스가 제거될 예정이죠. 올해 3월부터 시작된 그들의 실험이 끝이난 모양입니다.
공지를 통해 전한 유튜브 측의 메시지는 '싫어요 기능을 악용해 무분별하게 크리에이터를 비난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크리에이터는 유튜브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자 상품이기에 각종 비난, 그에 따른 스트레스로 활동을 중지하게 되면 서비스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한 결과인 거죠.
누군가는 그런 말을 합니다. '싫어요 수를 숨기는 게 아니라 그냥 기능을 제거하면 안 돼?'라고 말이죠. 아마 못할 겁니다. 싫어요 기능은 좋아요, 댓글, 관심 없음, 시청시간 등과 함께 그들의 알고리즘에 포함된 요소이니까요. 때문에 숫자만 숨기고 기능을 살려두는 겁니다. 게다가 관리자 툴인 유튜브 스튜디오에서 싫어요 수를 계속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죠. '싫다는 소리 앞에서 듣나, 뒤에서 듣나 똑같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알고리즘 때문에 제거할 수 없다고 그냥 말해...
따지고 보면 이 같은 고민을 한건 유튜브가 처음이 아닙니다. '좋아요'와 '따봉충'의 본가인 페이스북은 2014년 싫어요 버튼 추가에 대해 고민했고, 그 결과로 싫어요가 아닌 여러 개의 감정 버튼을 도입했습니다. 이걸 이어받아(베껴다가) 네이버 뉴스 등 각종 서비스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버튼들을 추가했으며, 그것이 오늘날 온라인 상에서 대표적인 비언어적 표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다양한 콘텐츠엔 여러 가지의 감정과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그것이 이미지 건 영상이건 또는 글이건 말이죠. 온라인상의 커뮤니티에선 본디 소통의 수단으로 댓글과 답글 등을 활용했고, 아직까지도 기본적이며 가장 좋은 소통의 수단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세대 그리고 시대 변화를 핑계 삼아, 단순 사용자 인터랙션에만 치중하는 의미 없는 클릭질에 반감이 생깁니다. 왜 좋은 건지, 왜 싫은 건지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 없으니까요.
'싫다'라는 표현, 부정적이며 비동의적이고 감정적입니다. 버튼 클릭 한 번으로 누군가의 생각과 고민을 부정하고 비동의하고 있는 거죠. 때론 감정까지 실립니다. 이런 걸 굳이 기능으로 만들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요? 저 같아도 몇 년 혹은 몇십 년간 간직해온 소중한 생각을 한순간에 부정당하면 그게 누구 건 그곳이 어디건 멀어지고 싶을 겁니다. 모든 평가는 신중해야 하고 쉽게 실행되면 안 됩니다.
실무자들은 언젠가부터 UX의 중요성을 따지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위해 UX Writing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치열한 서비스 전쟁에서 사용자인 사람을 잡기 위해 긍정적인 것들을 무기로 선택한 거죠. 부정적인 것들을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렵고 불친절한 것들 또한 버릴 때가 왔습니다.
각종 충격 요법 등을 활용해, 보는 이로 하여금 경각심을 고취시키던 금연 공익광고 마저 부정적인 메시지가 아닌 긍정적인 메시지로 시청자에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폐암 말기 환자나 꺼멓게 타들어가는 폐 이미지를 노출하던 과거의 광고와는 정반대로 흘러갑니다. 실제 어필되어야 할 타깃과 비슷한 또래의 모델을 등장시켜, 살면서 흡연을 처음 경험할지 모를 학생들에게 직접적이며 좋은 금연 동기를 부여합니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하고 발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것들을 잊고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더 나은 것들 만든다는 그리고 더 정확한 것을 만든다는 핑계로, 다양한 알고리즘이 탄생했고 익명성이 보장된 비인간적인 경쟁 또한 유지되어 왔죠. UI와 UX. 결국은 사용자를 위한 것입니다. 사용자는 곧 사람이고, 사람과 사람 간엔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절이 존재합니다. 세대와 문화적 차이를 막론하고 말이죠. '재미'는 그다음에 고려되야할 요소인 거라 생각합니다. 그게 사람다운 거라 알고 있습니다.
개인과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도덕'적인 책임을 외면하거나 묵인하며 제품과 서비스를 운영한다면, 결국 시장에서 버림받게 됩니다. 사용자들에게 싫어요를 받게 됩니다. 인공지능(AI)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시대. 과도기를 보내고 있는 사용자들이 기계가 갖지 못한 소중한 것들을 다시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겁니다. 우리 모두는 사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