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대 아빠의 수학 비밀 노트』
아이의 수학 공부에 관심이 많다. 내가 ’수포자‘ 이자 ’뼛속까지 문과‘ 라서 아이만큼은 수학에 재미를 붙여 비교적 편안한 학창 시절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으로 수학 교육 관련 유튜브와 책을 종종 찾아보고 있다.
그렇다고 학군지의 아이들처럼 초등학교 때 중학교, 고등학교 수학을 시킨다던가 레벨 테스트를 보는 유명 학원에 보내고 있지는 않다. 몇 권의 문제집을 사다 집에서 진도에 맞게 또는 한 학기 정도 앞서 풀도록 옆에서 지도하는 정도다.
수학에 재미를 붙이게 하겠다는 원대한 목표에 비해 행동은 적극적이지 않지만 이곳저곳에서 얻은 정보들은 내 아이의 현 위치를 파악하고 초등학교 저학년이 키워야 할 역량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러다 한 책에서 아이가 아닌 부모가 키워야 할 역량에 대해 읽게 되었고 잊지 않고자 글로 남기고 싶었다.
좋은 질문과 기다림이 수학 잘하는 아이로 만든다고 말하는 이 책의 저자는 생각루트 수학아카데미의 이창준 대표이다. 곱하기와 더하기 중에 왜 곱하기부터 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하는 영상을 우연히 보고, 저서 『서울대 공대 아빠의 수학 비밀 노트』까지 찾아 읽게 됐다. 연산부터 미적분까지 각 주제의 ‘근본’을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읽다 보니 내가 이 책을 중학생 때 읽었더라면 수포자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희망적인 상상도 해보았다.
그리고 책 말미의 에필로그에서는 ‘아이는 안 속고 스스로만 속이는 부모님들의 하얀 거짓말’에 대해 말하는데 읽는 내내 스스로 너무 찔려 내가 숨긴지도 몰랐던 마음을 들킨 기분이었다. 저자는 대표적인 세 가지 하얀 거짓말을 꼽았다.
엄마 아빠는 네가 성적이 잘 나오는 것보다 열심히 즐겁게 공부하는 게 더 중요해
정말일까? 생각해 보니 나도 아이에게 이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학교에서 영어단어 시험을 보던 날, 등교 전 연습장에 단어 공부를 하는 아이를 보며 백 점짜리 시험지보다 이렇게 스스로 공부한 연습장이 더 좋다고 말했었다. 그 순간에는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하지만 백 점짜리 시험지에 저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길 수 없고, 안타깝게 틀린 문제에 아쉬워하는 모습은 감출 수 없었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그리고 아이는 시험지를 건네며 자신의 결과물이 아닌 엄마 아빠의 표정과 눈빛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것도 이제 알았다. 아이는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
최선을 다하면 성적이 오를 거야
‘최선’의 기준이란 무엇일까.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흔하게 쓰이는 만큼 너무 두리뭉실하고 추상적인 말이다. 친구와 같이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상급반으로 올라가는 시기는 다르듯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종종 우리에게 배신감을 느끼게도 한다.
공부를 잘하면 나중에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어
저자는 이를 하얀 거짓말이라 했지만 나는 말을 조금만 바꾼다면 아직은 거짓말이 아닌 진실이라고 말하고 싶다. 공부를 잘하면 나중에 더 다채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나는 공부를 잘한다는 것이 단순히 전교 몇 등의 수치가 아니라 공부를 잘하기 위해 인내하고 고민하며 성실하게 살았다는 증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성인이 되고 녹록지 않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유용한 연료가 될 것이다.
여기까지 쓰고 검토하기 위해 내가 쓴 글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봤다. 그런데 아뿔싸, 첫 문단부터 나의 하얀 거짓말이 보인다.
아이가 ‘수학에 재미를 붙여 비교적 편안한 학창 시절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라니. 이제 보니 거짓말을 했다. 아이의 편안한 학창 시절이 아니라 내가 그냥 아이의 높은 수학 점수를 바란 것이다.
혹시 공부 잘하면 다채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내 생각에도 ‘이러나저러나 넌 공부 잘하긴 해야 돼‘ 라는 나도 모르는 내 바람이 숨어있는 걸까. 갑자기 혼란스럽다. 심호흡 한 번 하고, 하얀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해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