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졸업앨범의 단체사진에서 활짝 웃고 있는 아이들이 더 귀여워 보이는 건 입술 사이로 이 두세 개가 빠진 빈 공간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혹여 얘기를 나눠보게 된다면 풍선 바람 빠지듯 술술 새는 발음으로 귀여움은 배가 된다.
나의 이런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는 종종 ‘오늘 누구누구 앞니가 빠졌어’, ‘주말에 누가 집에서 실로 이를 뽑았대’ 라며 유치가 빠지기 시작하는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 자기에겐 일어나지 않아 불안한지, 아이는 왜 내 이는 안 빠지냐며 걱정스러워했었다.
유치원 졸업을 몇 주 앞두고 치과에 정기 검진을 하러 간 날, 의사 선생님께 유치가 빠질 기미가 보이는지 여쭤보았다. 의사 선생님은 하얀 장갑을 낀 손가락으로 이 여기저기를 조심스레 만져보곤 말씀하셨다.
“아직 빠질 기미가 있는 유치는 없어요. 전혀 흔들리지도 않고요. 또래에 비해 늦게 빠질 것 같긴 한데, 늦게 빠지는 게 좋아요. 영구치가 빨리 나오면 그만큼 일찍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하니까요.”
간이침대 같은 치과 의자에 누워 줄곧 천장에 붙은 화면에서 나오는 만화영화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던 아이는 의사 선생님 말이 끝나자 나를 곁눈질로 쓱 봤다. 눈빛에 안도의 한숨이 섞여 있는 듯했다. 그날 이후, 아이는 만나는 어른들마다 얘기할 기회가 생기면 자신은 아직 이가 하나도 빠지지 않았고 늦게 빠질수록 좋은 거라며 자랑하듯 말하고 다녔다.
어느새 여름방학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 저녁을 먹던 아이가 갑자기 숟가락을 내려놓더니 말했다.
“엄마. 이가 움직여.”
“응? 이가? 흔들린다고? “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한 이는 그다음 날 기다렸다는 듯 바로 빠졌다. 조금씩 흔들리는 준비기간(?) 없이 바로 빠져 당황스러웠지만 아이는 드디어 첫니가 빠졌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있어야 할 것이 없어진 것 같아 나도 신기하게 빠진 자리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유치가 빠진 자리에는 지혈이 끝난 빨간 동그라미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약 8년의 시간 동안 입에 들어오는 것들을 자르고 씹다가 이제 할 일을 마치고 물러난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레 이 유치가 처음으로 자라던 때가 떠올랐다. 아이가 신생아 티를 벗고 방긋방긋 웃기 시작할 때쯤 제일 처음으로 붉은 잇몸을 뚫고 올라오던 첫니였다. 작고 하얀 쌀알 같았던 첫 유치는 볼 때마다 귀여워서 우는 얼굴일 때도 내 입가에 미소를 띠게 했다.
첫 유치가 빠진 후 약 6개월 동안 유치 네 개가 더 빠졌고, 유치와 영구치의 시간 사이에서 요즘 나는 영유아기 때 추억을 되살려 과일이나 고기를 다시 작게 자르고 있다. 위아래로 앞니가 없어 기다란 파스타 면을 고개를 기울여 옆으로 끊어 먹는 모습은 돌 전의 쌀알 같은 치아 모습만큼 귀엽다.
단지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양치하라는 내 잔소리가 더 진지해졌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나올 영구치로 죽을 때까지 써야 하는데, 이빨이 빠지면 언제든 다시 자라나는 상어가 불현듯 부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