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뚱이 하나만 챙길 때는 몰랐다. 매 끼니를 고민하고 준비해서 차려내고 치우는 게 얼마나 번거롭고 힘든 일인지.
‘요리’라고 칭할 수 있는 범위는 생각보다 넓었다.
재료 구매부터 재료 손질 (그리고 재료를 포장했던 각종 쓰레기 버리기도), 조리, 남은 재료 보관 그리고 설거지까지. 언제 어떤 메뉴를 먹을지, 그러면 얼마나 미리 준비하기 시작해야 하는지, 냉장고에 남은 재료를 썩히지 않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요리는 뭔지 고민하는 시간까지 더하면, 아침에 눈 떠 밤에 잠들기 전까지 하루 세끼에 시간을 쏟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외식과 배달이라는 한줄기 빛이 있다. 하지만 아직 어리고 성장기인 아이와 빡빡한 가계부가 눈에 밟힌다. 무엇보다도 퇴사를 결심하기 전 저녁은 대충 때우는 나와 남편을 안쓰러워하고 아이에게는 전날 만들어두었던 식판을 데워주며 미안해하지 않았던가. 다 같이 건강하고 따뜻한 집밥을 먹고 싶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무색하게 벌써 외식과 배달에 기대려 하다니, 다시 마음을 고쳐먹어야 했다. 아이 영양식, 요리 꿀팁 등을 몇 번 검색하니 내 알고리즘은 금세 기발한 레시피들과 팁들로 가득해졌다.
먼저 냉장고 속 재료를 파악한다. 선입선출이 틀어지면 돈 주고 산 식재료를 그대로 버려야 할 수도 있기에 최대한 냉장고 속 재료를 활용할 수 있는 메뉴로 고른다. 그리고 해당 메뉴에 부족한 재료 몇 가지만 새로 산다. 재료를 새로 샀을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이 보관 방법이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구매한 봉지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싹이 난 초록 감자와 곰팡이 핀 양파를 마주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 일명 ‘냉털’ (냉장고 털기)로 재료를 남김없이 썼을 때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메뉴 선정은 여러 방법을 시도해 본 결과 일주일 단위로 짜는 게 수월했다. 초반에 냉장고 재료를 쓰고 주말이 오기 전 새로 장을 본다면 주말 특식을 시도해 보기도 좋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가족 구성원들이 내가 짠 요일별 메뉴를 군말 없이 먹어주는 것이다. 맛있어해 주면 더 좋고!
조리를 할 때는 작은 쓰레기통을 가까이 두고 하면 그때그때 정리하기 수월하다. 음식물쓰레기는 한 곳에 모아두고, 가볍게 쓴 조리도구들은 사용 후 바로 씻어 건조대에 두면 설거지가 훨씬 쉬워진다. 난 이렇게 치우면서해야 나중에 다음 요리를 기약할 수 있었다.
요리에 소질이 없는 나도 요리가 즐거워질 때가 있다.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줄 때와 자기 전 아주 깔끔히 주방 마감을 하고 불을 껐을 때의 순간이다. 요리 고수나 살림왕이 되긴 어렵지만 이렇게 소소한 순간을 모으다 보면 언젠간 버거웠던 하루 세끼도 여유 있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