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칭 가난_안온

가난은 단순하지 않다

by 마침내



“내 가난은 뱀딸기 같다. 길모퉁이에서 발견해도 아무도 손을 뻗지 않는, 그런 주제에 빨갛고 통통해서 힐끔거리게 되는. 좀 따서 가져가실래요? 권할 수도 없어서 나와 엄마가 서로 입에 넣어주었던 그런.” 9페이지


프롤로그에 나오는 첫 문장이 강렬하다. 『일인칭 가난』은 도서출판 마티에서 출판하는 ‘온 시리즈’ 중 5번째 책으로 2023년에 출간되었다. 작가 안온은 1997년 생이며, 20여 년간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했다. 인문 서적으로 분류되는 이 책은 작가가 경험한 ‘가난’을 바탕으로 쓴 총 33편의 글이 실려 있다.


책의 목차를 보면 한 페이지에 나열되어 있지 않고, 양쪽 지면을 이용해 지그재그 모양이다. 일반적인 책의 목차와 다른 독특한 형태의 디자인이 눈에 띈다. 글을 모두 읽고 난 후 목차를 다시 보았다. 알코올 중독 시각장애인 아빠, 교통사고로 몸이 불편한 엄마. 작가는 동네 마트마다 외상 술값을 만들어 놓는 아빠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원비를 마련하는 엄마를 보며 사춘기를 보낸 작가의 갈팡질팡했을 마음이 읽혔다. 각주를 아래에 달면 글을 읽다가 페이지 아래로 이동해야 하지만, 책 중간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해설 또한 인상적인 편집 형태다. 다른 독자들은 중간에 들어간 각주 형태가 집중되지 않아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이 부분은 호불호로 나누어질 것 같다.


“나는 가난을 말할 때 가족을 의도적으로 맨 뒤에 배치한다. 가족이 그 모양이니까 그렇게 됐지 따위의 말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불행한 가족과 가난을 세트 취급하는 클리세가 지겹다. 내 가난은 가족이 아니라 교통사고, 알코올중독, 여성의 경력 단절과 저임금, 젠더 폭력 및 가정폭력과 세트였다.” 116페이지


‘돈이 많으면 고민이 없겠다’는 단순한 생각만큼 가난은 단순하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느끼는 개인의 경제적 결핍은 돈의 액수와 상관없다.

““숱한 제도적·실천적 개입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결핍이란 지워내야 할 불운, 수지, 숙명”으로 통용된다.“(66페이지)는 작가의 말처럼 감정, 마음처럼 인간의 내면이 가져오는 결핍도 가난이 된다.

작가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복지 혜택을 받으며 느낀 인권 문제, 제도권,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 등 다양한 시각으로 ‘가난’에 접근했다. 사람은 돈으로 가난할 수 있지만 마음으로도 가난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바탕에 깔려 있다. 가난은 ‘돈’ 일 수 있으나 꼭 ‘돈’만이 문제가 될 수 있을까.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일 것이다.


작가는 개인 경험에서 터득하게 된 사실을 글로 풀어내며 복지정책의 미흡한 부분까지 짚어낸다. 경험하지 않으면 모를 부분들에 관한 이야기가 잘 보여준다. 별책 ‘복지 신청 바로 가기’는 신청해야 받을 수 있는 복지정책의 불편함까지 에둘러 꼬집어 놓은 듯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복지제도의 종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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