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범의 노래엔 서사가 있다. 수행하듯 기도하듯 쏟아내는 가사에는 그동안 자신과 싸우며 견뎌낸 모습이 그대로 들어있다. 노래 한 곡마다 진화하는 그의 마음이 있다. 경험하지 않으면 생각할 수 없는 사유가 들어있다.
'40년을 돌아보니 사람이 남았더라'는 팬들에 대한 마음이기도 하지만 결국 모든 인생은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이란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주었다. 아픔도 기쁨도 인생의 모든 순간에는 사람이 있고 떠나는 것도 남는 것도 사람이다.
40주년 공연을 끝으로 무대를 떠난다는 공식 은퇴 선언이 들어서였을까. 오늘 그의 서울 무대는 한 가수의 콘서트를 보는 것이 아니었다. 선곡과 멘트는 한 인간의 삶을 고스란히 내보였다.
이제 임재범이라는 가수의 공연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지만 다음 여행지로 떠나는 길을 끝까지 응원해 주고 싶다.
임재범 40주년 기념 서울 콘서트
내 하루는 긴 여행자처럼
헤매며 길을 찾는 것
암흑 같은 바다 그 밑에
길이 없는 길을 뛰어드는
간절함으로
채우는 삶도, 그걸 버리는 삶도
선택엔 늘 용기가 필요했어
매일 낯선 길
다신 못 걸을 좌절이 와도
존재 의미를 나는 찾고 싶어
버티는, 이 시간의 끝에
뭐든 되지 못하고 사라질까 봐
또 하루는 거센 폭우에 앉아
무력하게 고개 숙였지
그 누군가 정해 논 삶대로
순응하고, 살아내면, 찾게 될까 봐
방을 치우고, 뿌연 창을 닦으면
이 생의 분노도 좀 닦이겠어
기도 하면서, 평온한 나를 지켜내면서
존재 의미를 나는 찾고 싶어
버티는, 내 인생의 끝에
뭐든 알지 못하고 사라질까 봐
무모한 삶도, 내가 상처 낸 삶도
잠깐의 숨을 쉬는 방법이었어
달래가면서, 지친 마음에 힘을 내면서
존재 이유를 나는 찾고 있어
버티는, 이 시간의 끝에
기억도 의미도 없이 잊혀질까 봐
혹시나, 이 여행의 끝에
아무도, 무엇도 아닌 날 볼까 봐
임재범의 여행자 노랫말
임재범 40주년 기념 서울 콘서트
임재범 40주년 기념 서울 콘서트
서울 공연은 내일 끝나지만 5월까지 지방 공연이 남아 있다. 임재범의 노래로 한 번이라도 위로받았던 경험이 있다면 그의 마지막 무대를 즐겨보시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