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소중함 '루스커스'

by 마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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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장식용 꽃꽂이를 끝낸 선생님이 ‘이게 좀 남았어요’라며 초록 이파리 한 묶음을 주고 갔다. 싱싱해서 그냥, 정말 그냥 화병에 꽂아 놓았다. 이름도 모르는 초록빛 잎은 조화인지 생화인지 헷갈리게 생겨서 신기하기도 했다. 화병 속 물이 마르면 물을 주었을 뿐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초록 잎은 시들지 않았고 처음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자라지도 않았고 시들지도 않았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붙박이처럼 꼼짝하지 않았다.


어느 날, 물을 주려고 다가갔을 때 잎 앞면과 뒷면에 작은 벌레 알 같은 것이 붙어 있었다. 모든 잎에 작게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보며 ‘이제 시드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바로 빼어버리지는 못했다. 왜 그랬는지는 잘지 못하겠다. 그리고 또 며칠을 잊고 지냈다.


청소를 하다 이젠 버려야겠구나 하는 마음에 화병 앞에 가까이 섰다. 그리고 잎을 바라보며 나는 소리쳤다.


“어머! 이거 꽃이야?” 내 소리에 직원들이 모여들었다.

“뭐가요? 어디? 이게 뭐지?”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소란을 피웠고 나는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확대해서 본 사진 속에는 별이 가득했다. 벌레 알인 줄 알았던 것들이 만개해 별 모양의 꽃이 되어 있었다.


꽃을 확인한 사람들은 신기해하며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다.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이 생명체의 그 이상을 궁금해하지 않았다. 나만 그 자리에서 검색창을 열었다. 요즘은 꽃 사진을 찍어 검색하면 이름을 알려주는 편리한 시대다. 곧바로 생명체에 대한 설명이 나왔다.


백합과 잎 보기 식물로 이름은 ‘루스커스’였다. 꽃말은 ‘변하지 않는 소중함’.

‘루스커스’는 꽃말처럼 묵묵히 반년을 살아낸 것이다. 나는 처음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로 사람들에게 이름과 꽃말을 카톡으로 남겨주었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났다. 화병 근처에 작은 꽃들이 떨어져 있었다. 떨어진 한 송이마저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6개월 만에 꽃을 보여준 루스카스는 이후 천천히 시들어 갔다. 처음에 벌레 알인 줄 알았을 때 그냥 버렸더라면 나는 이 별들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특별한 애정을 주지 않았어도 자기가 할 일을 해낸 녀석 '루스카스'를 보며 변함없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 이후 종종 꽃집에서 루스커스를 본다. 잎마리만 있는 것처럼 보여 다른 꽃들과 함께 꽃꽂이용으로 많이 사용되지만 나는 이제 알고 있다. 이 녀석만 데려가도 별 같은 꽃을, 꽃 같은 별을 만날 수 있다.

'루스커스'는 수경 재배가 가능하다. 꽃병에 담아 두기만 해도 묵묵히 변함지 않는 소중함을 내게 선물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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