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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침내 Nov 01. 2023

로댕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돌다 조각상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한 남자가 반쯤 고개를 숙인 채 왼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는 모습은 절망스러웠고, 그 남자의 뒤에 바짝 붙어있는 여자는 힘없이 왼쪽으로 고개를 꺾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로댕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 대리석 조각이었다.        


오르페우스는 아름다운 리라의 선율로 저승의 신에게 감동을 주고 지하 세계에서 아내를 데리고 나올 수 있게 된다. 단, 조건은 지상으로 나가기 전까지 그녀의 얼굴을 절대 돌아선 안 된다. 지상의 문이 가까워지고 빛이 보이자, 남자는 성급한 마음이 생긴다. 결국 지하 세계를 빠져나오기 전에 뒤를 돌아보았고 아내는 사라졌다. 여기까지는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다.      


조각의 모습은 에우리디체의 죽음을 알고 절망하는 오르페오의 모습으로 보인다. 어느 손으로도 아내를 잡고 있지 않다. 하얀 대리석으로 과장 없이 단순하게 만들어진 조각품에서 고통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표정 없이 축 처진 여자의 얼굴보다 손으로 반쯤 가려진 남자의 표정이 더 궁금해졌다. 이쪽으로 저쪽으로 돌며 바라보다 이 내용을 좀 다르게 생각해 보았다. 조건을 모르는 에우리디체는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오르페오의 마음을 의심하고 이것저것 캐묻고 닦달했고, 버티지 못하고 결국 뒤를 돌아보게 된다. 순간 에우리디체는 다시 지하 세계로 가게 된다.     


의심이 생긴 여자의 재잘거림과 그 여자를 달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고 결국 뒤돌아본 남자의 마음은 둘 다 사랑이다. 사랑 때문에 지하 세계에서 여자를 데리고 나왔고, 사랑 때문에 여자는 남자의 변심을 의심했다. 사랑 때문에 남자는 다시 여자를 놓치게 된다. 그 상황을 상상하면서 조각을 바라보는 마음은 여러 가지 감정이 들게 했다. 여자와 남자, 사랑과 이별. 그 안에서 생기는 수많은 감정. 이 모든 것들을 상상했다. 누구의 잘못이었을까?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이 만나고 헤어짐에 있어 누구의 잘못을 따질 수는 없을 것이다. 마음은 변하게 되어있고 그것이 잘못은 아니다. 상대의 변심은 배신이고 나의 변심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는 성립되지 않는다.     


지하 세계에서 데리고 나오는 두 사람의 모습이 표현된 그림이나 아내를 잃은 후 오르페우스의 죽음에 대한 그림은 여러 가지로 보았다. 로댕의 조각처럼 두 손 모두 놓은 채 절망에 빠진 모습은 처음이라 여러 가지 상상을 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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