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년 전 에세이 클럽에서 만났다. 글을 쓰고 싶고, 글을 쓰겠다는 마음만 잔뜩 있는 공간이었다. 매주 금요일 밤에 줌으로 만나 첨삭받은 서로의 글을 읽으며 인연이 이어졌다. 7주의 시간을 함께하고 막을 내리며 글쓰기를 놓지 말고 이어가자는 울타리를 만들게 되었다. 우리는 진솔하고 담백하게 글을 쓰자는 뜻으로 '솔담'이라는 이름을 만들고 함께 하기로 했다.
우리는 2024년 안에 공저 출판을 계획했다. 출판하려면 글이 있어야 한다. 이미 출판 경험이 있는 작가님은 매주 한 번씩 줌에서 만나 글을 쓰는 시간을 만들었다. 화면으로 만나 각자의 글을 쓰는 낯선 시간이 계속 글을 쓰게 했다. 우리를 이어준 가장 큰 공통점은 글과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글벗'이라는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벗이, 동지가 생겼다. 나는 이 이름으로 글쓰기를 이어가겠다는 힘을 얻으며 소속감을 느끼게 되었다.
뜨겁던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시작될 무렵 첫 기획 회의를 위한 만남이 약속되었다. 1년 동안 모니터로 만났던 사람을 마주하는 느낌은 신기했다. 문을 열고 한 분 한 분 들어올 때마다 연예인을 보는 기분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줌으로 모임을 하던 사람을 만나는 일이 처음이라 떨리고 긴장도 되었다.
첫 만남이지만 손을 흔들며 서로를 알아보았다. 희한하게 어색함이 없었다. 아이들의 안부를 묻고 가족의 안부를 묻는다. 오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은 이야기가 이어진다. 나이, 직업, 사는 곳이 모두 다르지만 글로 풀어내고 글을 읽으며 서로 대화를 했다. 어쩌면 가족보다 가까운 내적 친밀감이 만들어져 있는지 모른다. 책 이야기, 모임 이야기, 글 이야기 우리는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첫 만남 장소인 북카페에서의 일정을 끝내고 우리가 2차로 선택한 곳은 '여의도 한강공원'이었다. 야외놀이를 계획한 만남도 아니었는데 모임장이신 작가님의 차 트렁크에서 돗자리와 캠핑 테이블까지 나왔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라면과 맥주를 마시며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졌다. 그리고 말을 많이 하는 나를 만났다.
대화가 그리울 때가 있다. 대화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양방통행이다. 그 주고받음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우리는 같은 관심사로 인한 대화에 끊김이 없었다. 우리는 모두 ‘I’라고 했지만 모였을 때는 ‘E’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글감이다. 글로 쓰세요.”라는 말이 나왔다. 글 쓰는 사람들이라 에피소드만 나오면 글감이라 한다며 한바탕 큰소리로 웃기도 했다. 이런 대화가 나에게 있었던가. 오래도록 이런 대화를 기다렸다 만난 사람처럼 뭉클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얘기를 쉽게 입 밖으로 내지 못한다. 잘 쓰지도 못하지만, 타인의 비웃음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글쓰기를 놓지 않았고 아무도 모르게 브런치 작가가 되어 연재하며, 어느새 ‘솔담’이라는 이름 아래 공저를 준비하고 있다. 꿈을 만들고 잊지 않는다면 어느새 그 주변 언저리에 머물 수 있다.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든 만나지는 것처럼 우리의 만남은 준비된 '만나야 할 사람들'이었다.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며 서로의 글을 읽으며 공감하고 이해하며 응원해 주는 관계로 인연 된 우리는 '솔담'이다. 진솔하게 담백하게 글로 인연을 맺었으니 마침내, 나는 '솔담'이름으로 글벗을 만났다.
당신이 긴 글을 쓰면 그런 글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고, 긍적적인 메시지를 담아서 글을 쓰면 매사에 긍정적인 사람을 만날 수가 있다. 이 얼마나 근사한 사실인가. 오랫동안 꾸준히 글을 쓰면서 우리는, 내 마음과 같은 영혼의 단짝을 만난다.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김종원, 서사원, 2003, 1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