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비우는 미니멀 말고, 마음 비우는 미니멀

나는 왜 글이 쓰고 싶을까?

by 마침내



나는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자꾸 글이 쓰고 싶어 질까? 이 질문은 마음속에 깊이 박힌 옹이처럼 쉽게 빠지지 않는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의 무게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지만, 이 물음을 놓지 못한다.


단어와 문장을 메모하는 것. 내가 하는 글쓰기의 대부분은 딱 여기까지다. 서랍 깊숙이 감춰둔 비밀 일기처럼, 나의 단어와 문장은 컴퓨터와 핸드폰 속에 있다. '언젠가 꺼내 쓸 수 있겠지.' 그런 마음으로 잘 보관되어 있다.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었던 시간이 있다. 관계를 이해하기 전에 사람들은 보이는 데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했고 나는 그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감정을 다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넘어가는 상대에게 속 좁아 보이는 사람이 될까 봐 나는 내 감정을 돌보지 못했다.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관계는 고통으로 변했다, 자존감은 바닥에 달라붙은 껌딱지와 다르지 동급이었다. 감정이 흔들릴 때마다 읽고 썼다. 글쓰기는 그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 준 든든한 지원자였다,

글을 잘 써야 한다는 부담 없이, 그저 쓰는 것으로 충분했다. 글쓰기는 내게 도망이자 핑계이며 위로였다. 누구에게 보여주기보다는, 나 혼자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도구였다. 그렇게 마주한 나의 감정들과 생각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꿔보고 싶다는 마음에 글을 밖으로 꺼내보았지만, 글쓰기 모임에서 받은 질문은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었다.

"어떤 글을 쓰고 싶으세요?"

"........"

자기만의 콘텐츠, 독특한 시선, 각자의 주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나는 점점 더 작아졌다. 모두가 아는 것을 나만 모르고 있는 듯한 기분, 엉뚱한 곳에서 혼자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낯 선 공간에 내 편은 한 사람도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 '그냥 일기나 쓸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내가 속하면 안 되는 공간으로 빨려 들어온 것 같았다.


버거워진 글쓰기를 마주한 나는 낯선 음식 앞에서 젓가락질을 망설이듯, 모니터 화면에 폴더만 멀뚱히 바라보는 내 모습이 비쳤다. "이 폴더는 수정 날짜가 바뀌지 않겠구나." 열지 못한 채 쌓여 있는 폴더들, 메모장에 남겨진 단상들, 수첩 귀퉁이에 적힌 문장들. 모두 나의 마음이 지나간 흔적이지만, 다시 들여다보지 못한 채 놓아두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글을 꺼내려고 시도한다. ‘왜 자꾸 글이 쓰고 싶어 질까?’ 커다란 바위를 정으로 조금씩 깨뜨리듯이 오래된 폴더를 열고, 노트를 뒤적일 것이다.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과자를 아껴 먹듯이 천천히 꺼내 묵은 감정들과 이별할 것이다.


어쩌면 나는 마음을 비우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건을 비우면 공간의 여유가 생기듯, 마음을 비우면 큰 숨을 쉬고 난 후의 평온함 같은 감정의 여유가 생긴다. 명치끝에 걸려있던 내 안의 아픔, 불안이 사라지며 글로 흘러나올 때, 그 자리에 공간이 생긴다. 그 빈 공간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고, 새로운 감정과 생각을 담아낸다. 무엇을 써야 할지 여전히 막막하지만, 글을 쓰는 그 순간만큼은 내가 온전히 나로 존재한다.


나에게 글쓰기는 마음을 비우는 과정이자, 나를 알아가는 여행이다.







5월 4일 예정이던 글을 수정중에 잘못 눌러 발행되었다. 이렇게 난감한 일이.... 발행 된 글은 삭제되지 않아 일요일 글 한편을 다시 써야 하는, 머리 쥐나는 일이 발생했다.

더군다나 이 글도 계속 수정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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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 저만 겪는건 아니죠? 아니라고 대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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