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거짓말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우리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자격이 있다

by 마침내
좋으면 좋고 안 좋으면 안 좋은 거지 괜찮은 건 없는 거야. 괜찮다고 할 뿐이지. 좋지 않으면 나쁜 거야.

채널십오야 <키 큰 형이랑 나불-차승원의 생각>



“네, 괜찮아요.”

매일 하는 이 평범한 말이 무겁게 느껴졌다. 차승원의 말처럼, 정말 좋으면 좋은 거고 안 좋으면 안 좋은 건데 우리는 왜 자꾸 '괜찮다'는 말로 모든 감정을 뭉개버릴까. 생각해 보면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르게 이미 습관이 되어 버린 말이었다. 분명 마음은 불편했는데 입에서는 자동응답기처럼 '괜찮아요'가 흘러나왔다.


어느 날, ‘너 정말 괜찮아?’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고, ‘아니, 안 괜찮아,’라는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상대에게 대답을 했으니 어쨌든 나는 괜찮아야 했다. 언짢은 내색을 해서도 안 되고, 표정이 어색해도 안 된다. 변검배우처럼 가면을 바꿔가며 연기를 했다. '좋아요'는 '좋아요'로, '싫어요'는 '싫어요'로 간단하게 표현하면 되는데, 솔직해지는 일은 너무 힘들었다.


우리는 '괜찮다'는 말을 방패와 가면으로 삼고 일상을 되풀이한다. 아마도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가 제일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그다음이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내 감정을 마주하는 게 두려워서. 우리는 매번 '괜찮다'는 말 뒤에 숨어 나보다 타인이 먼저인 삶을 사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퉁 쳐버린 감정들이 깨끗이 사라질까? 오히려 해결되지 않은 그 마음들은 한구석에 차곡차곡 쌓일 뿐이다. '괜찮아'라고 답했던 그 순간에 '진짜 나'들은 삐진 채 마음속 서랍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계속 자기를 꺼내 달라고 신호를 보낸다. 진짜 내 마음은 어디선가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괜찮다는 거짓말에 대한 후유증은 낮에는 괜찮았지만 밤이 되어 혼자일 때 괜찮지 않은 나와 만나게 된다. 부자용이 마음에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그제야 억눌렀던 감정들이 폭발한다. 이불속에서 뒤치락 거리며 혼자 화를 낸다. 화의 대상이 사라졌으니 그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자신이 화의 대상이 된 것이다.


'괜찮다'는 말은 때로는 꼭 필요한 순간도 있다. 하지만 그 말이 내 진짜 감정을 가리는 장막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내 감정에 솔직해지자고 생각하지만 상황이 닥치면 예전과 마찬가지다. 생각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부터라도 내 마음이 불편해졌을 때 누군가 '괜찮아요?'라고 물으면,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을 만드는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아직도 눈치 보게 되고, 거절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지만 적어도 타인의 눈치를 보기 전에 내 마음의 눈치를 보려고 한다.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심으로 나를 돌보는 시간이자 '괜찮음'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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