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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상사를 찾으시나요?

by 낭만샐러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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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좋은 상사를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어떤 부류가 좋은 상사인지를 찾기는 비교적 쉽다.

좋은 부하에 대한 자료도 찾기도 어렵지는 않은데, 그래도 어떤 상사가 좋은 상사인지를 찾기가 좋은 부하직원 찾기보다 훨씬 쉽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정명석 변호사가 좋은 상사의 유형으로 급부상했다고 한다.

사실 그 드라마를 제대로 본 적은 없는데, 다만 온라인상 검색 결과를 보면

부하가 아닌 동료로서 대우해주고 존중함

부하 직원 특성에 맞춤형 지시

하급자를 위해 상급자로서 책임을 지는 자세

친절하고 잘 생기고 등등등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현실의 상사는 위처럼 되기가 정말로 힘들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99%의 상사는 또 그 누군가의 부하직원이다. 심지어는 사장님들도 대부분 전문경영인으로서 주주의 부하 직원일 따름이다. 외국계 기업의 한국 지사장님은 상사가 층층시하로 매우 많은 편이다. 직무기능별 상사(아시아 및 글로벌 HR / Finance / Marketing / Sales / Legal 고위층 등등)도 있고, 실제 업무를 보고 드리는 보스도 있어서, 이분들은 일반 직원이 받는 스트레스보다 더 받고 있는 편이다.

이 부하직원 겸 상사, 즉 부서장을 포함한 고위직 상사들은 보다 엄격한 상사로부터 매일매일 실적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실적이 안 나오면 이 고위직 상사의 자리는 쉽게 교체될 것이다. (많은 보수를 받는 자리는 대동소이함)

교체되지 않으려면 실적을 낼 수밖에 없고,

그러려면 실적이 낮은 부하직원이 실적을 내게 하거나(꾸지람, 질책 등),

실적이 나오는 직원으로 교체(해고 등)해야

부서장도 그 상사로부터 인정도 받고 살아 남게 될 것이다.


부하직원으로서 현실 부하직원들의 얘기를 다 들어준다고 가정하면, 아마 1년후 그 부서의 가능성 높은 현실은 아래와 같다.

일단 실적 저하로 사장은 바뀐다. 부서장은 징계받을 가능성이 높다.

부하직원들은 맘대로 휴가 가고, 부서장은 뒤치닥 거리중

부하직원들은 초과근로/ 휴일근로를 싫어하니 남은 업무는 부서장의 일이 된다.

항상 가장 바쁜 사람은 부서장

기존 수행 업무 외 별도로 주어지는 업무는 부서장 몫이 된다.

회식이나 술자리 가면 얼른 계산이나 하고 가라는 눈치에 서운해진 상사는 회식 자리 자체를 없앨 가능성 (그리고 젊은 직원들은 회식도 좋아하지 않으니 윈윈임.)

무슨 얘기를 할라치면 라떼네, 뭐네 하고 상사가 왕따를 당함

실적 미달에 제대로 된 질책도 안 하니 당연히 그 부서 실적은 저조함.


좋은 상사가 되려면, 좋은 상사가 되어 줄 수 있는 좋은 부하직원이 필수라고 본다. 즉 부서장이 잘 해주면, 이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찰떡같이 알아채고 알아서 잘해 주는 부하직원이 있을 때, 정명석변호사처럼 계속 친절하고 책임지는 상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 경험상 현실은 다양한 종류의 부하직원이 섞여서 일하는 곳이 직장이므로,

못 알아듣는 직원이 꼭 있고,

실적이 낮은 직원이 꼭 있고

상사의 선의를 이용하는 직원이 꼭 있게 마련이다.


그러면 이제 다른 착한 직원들이 위 개념 부족한 직원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 사람들의 일도 결국 착한 부하직원들이 커버하게 되어 있는데, 이게 한계가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결국 팀 불화로 번지게 된다.

결국 부서장은 이 사태를 정리하기 위해 못 알아듣거나, 실적이 안 나오거나, 선의를 이용하는 직원을 질책 / 꾸지람 / 경고 / 혹은 징계를 할 수밖에 없다.


이걸 다 참고 책임지는 상사를 기대한다면 상사가 정말로 힘들어질 것인데, 실제로 많은 마음 약한 상사들이 머리 깨지게 고민을 하고 있거나, 심지어는 부하직원 때문에 이직을 하는 사례도 간혹 있다고 한다.


한 부서 직원들의 MBTI 유형을 보면 대부분 매우 다양하다.

이 얘기는, 동일한 건에 대해 받아들이는 태도도 다르고, 요구하는 내용도 다르고, 기대하는 상사의 역할도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부하직원은 왜 강하게 혼내지 않느냐고 하는 반면,

어떤 부하직원은 부드러운 게 좋다고 하고,

세부적으로 업무 지시를 원하는 부하직원도 있지만,

내가 알아서 할 텐데 굳이 세세하게 얘기해주는 잔소리쟁이라고 하는 직원도 있고,

상사의 휴가 일정을 보고 이를 피해서 자기 휴가를 잡는 직원도 있으나,

나는 부서 일은 모르겠고, 내 휴가가 우선인 직원도 상당히 많고,

그리고,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직원은 참으로 많다.


본인이 잘못하는 것은 모르면서, 다른 직원 잘못하는 것에 대해서까지 엄격하게 상사에게 따지는 직원도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직원들에게까지 인내심을 지키기는 아무리 상사라도 월급 받는 직장인에게는 무리가 아닐까?


결국, 보통의 리더는, 뻔하지만 보통의 방법을 쓸 수 밖에 없다.

즉, 나쁜 리더는

부하직원의 공을 가로챈다든가

책임을 전가한다든가

소리 지르고 욕한다든가

대놓고 공개적으로 비난한다든가 정도이니


좋은 상사가 되려면 이런 사항을 피해서

기본 예의를 지키면서

지각하면 혼내고

업무를 펑크 내면 시말서 받고

잘하는 직원은 칭찬해주고 성과급도 더 주고

과외로 주어진 업무는 적절히 (강압적으로라도) 분배를 공정하게 해야 하고

말을 안 듣는 부하직원은 불러서 따로 지적하는 등

이 정도가 평균적으로 좋은 상사일 것이다.

현실과 이상은 엄연히 다르다.


참고로 올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달 14∼18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직장인 111명을 대상으로 `좋은 상사의 조건`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 결과라고 한다.


1위, 하급자를 ‘상명하복’에 따라야 하는 아랫사람이 아닌 ‘역할이 다른 동료’로 대우해주는 상사(68표)

2위, 괴롭힘 당하는 직원이 있는지 세심히 살피는 상사, 언행과 지시가 일관된 상사가 공동(56표)

3위, 문제가 생겼을 때 남 탓하지 않는 상사 (52표),

4위, 호칭이나 말 한마디에 예의 갖추는 상사 (50표),

5위, 휴가나 퇴근에 눈치 주지 않는 상사(40표)가 좋은 상사

6위, 아무리 화가 나도 소리 지르지 않는 상사 (37표)

7위, 회식 강요·따돌림 않는 상사 (36표),

8위, 공식 석상에서 반말하지 않는 상사(33표) 및 아플 때 쉬도록 배려해주는 상사 (33표)

필자도 14년차 부서장(겸 부하직원)의 입장에서 위에 대한 몇가지 솔직한 느낌은

부하 직원들도 제발 남 탓 안 했으면,,,

상사에 대해서도 적절히 예의를 갖추길 바람.

휴가는, 부서를 생각하면서 내야지, 가장 바쁜 시기에 휴가 내고, 일이 없을 시기에는 출근하는 그런 부하도 많다 (그들은 상사가 이것을 모를 거라고 생각한다.)

상사는 공자님이 아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소리 지르지 않는다니, 그러면 화나게 한 직원은 그냥 두나?

아플 때 당연히 배려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너무 자주 아픈 사람이 있고, 꼭 바쁠 때, 특히 금요일, 연휴 전일에 아픈 사람이 있다.


박수는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양 손바닥은 상사와 부하직원이다.

서로 조심하고 잘해야 좋은 상사, 좋은 부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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