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샐러리맨 Jan 31. 2023

레알 상사 열전

레알 상사 열전

공직 및 직장생활 30여년동안 정말로 많은 상사들을 만나 보았다. 특히나 인사부서장으로서 직속 상사 뿐만이 아니라 인접 부서의 상사, 그리고 회사 전체를 아우르는 대표이사 등을 다양하게 봐 왔었고, 50대 중반이 된 지금도 함께 여러 임원분들과 일하고 있는 중이다.


좋은 직장을 위한 만고불변의 하나의 진리를 꼽으라면, 바로 `좋은 상사`다. 아무리 좋은 회사라 하더라도 매일매일 일을 같이 하고, 평가도 받아야 하는 상사가 좋지 않다면, 일단 출근 자체가 싫어진다.


좋은 상사, 사실 이 내용은 본인과도 관련이 크다. 상대적이라는 얘기다.

나만을 위한 좋은 상사는 정말로 만나기 힘든 인연이니, 혹시라도 지금의 상사가 그럭저럭이라도괜찮은 분이시라면 소중하게 지금의 인연을 유지하시라고 조언 드리고 싶다.


당신이 굉장히 꼼꼼한 편인데, 성격이 급한 A와 B라는 상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A상사는, 내가 성격이 급해서 꼼꼼하지 않은데, 네가 대신 꼼꼼하게 처리해 주니 고맙다, 일 잘한다고 할 수 있고,

반면 다른 B상사는 성질 급한데 맨날 뭘 그렇게 꾸물거려, 게으름뱅이 라고 호통을 칠 수가 있다.

A의 경우에 당신은 기분이 좋으니 일일 더 잘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점점 더 인정을 받게 될 것인데,

B의 경우 당신은 너무도 화가 나거나, 실망하거나, 기가 죽게 될 것이고, 직장 자체가 싫어져서 결국은 다른 부서로 전직 혹은 아예 이직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업무를 완벽히 하기 위한 노력이 폄훼되는 것보다 실망스러운 일은 없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좋은 상사`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쌍방향이 맞아야 성립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30여년간 겪어온 상사들 중 회사 내의 부하직원들로부터 전반적으로 사랑받고 선호되는, 속칭 그분 참 좋은 분이야 하시는 분은, 그분의 상사로부터는 좋은 평가를 받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경험상 팩트이다. 차갑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이유는, 경영은 갈등 관리가 주된 업무인데, 이 갈등관리는 윈윈하기가 말로는 쉽지 현실은 무척 어려워서 결국은 어느 한 쪽이 좀더 양보하여 손해를 보거나, 양쪽이 서로 약간씩 물러나게 되는 형국이 대부분인데, 속칭 성격이 좋은 분들은 본인이 더 양보를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회사 갈등은 금전 이슈가 얽힐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회사를 위해서는 금전적으로 손해가 나게 될 양보를 하는 사람을 경영진이 좋아할 리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고 겪었던 실제 상사(타 부서 포함)들 중 여러 사례들을 간단하게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힘들었던 상사 유형이 훨씬 더 많다.

지원 부서 직원인데, 협조적이지 않으며 말을 함부로 거칠게 하는 타 부서 과장님

오로지 영업 실적만이 회사의 명운이 달린 듯 강조하면서, 실적이 낮은 영업사원들에게 나가라고 회의 석상에서 대놓고 큰소리치던 사장님.

나이와 경력이 최고임을 항상 강조하며, 반말이 기본이고, 술자리에서는 당연히 술을 먹여야만 직성이 풀리는 구닥다리 부장님, 실무 능력은 없고, 책임을 전가하며, 오로지 사장님 결재에만 신경 쓰던 분

좀 잘 나간다고 다른 부서, 특히 지원부서를 공개적으로 대놓고 개무시하던 이사님.

오로지 본인의 보너스와 대외 홍보에만 신경 쓰시던 사장님, 부서별 선호도를 확연히 표를 내시던 분, 회사 자산 (법인 차량 등)을 사적으로 유용하던 분, 본인 부인 대접을 제대로 안했다고 회사 직원을 내보내라던 분.

본인 출세를 위해 중상모략으로 배신을 한 이사님, 부하 직원 알기를 하인 다루듯이 하시던 분.

필요할 땐 간 빼줄 듯이 하여 잘 다니던 회사를 포기하게 하고 뽑더니, 막상 이견이 생기니 헌신짝처럼 팽개치던 사장님, 회사의 전체적인 안정보다 개인의 감정이 앞서던 사장님

정치에 능한 편인데, 소소하게 경비 등을 사적으로 쓰던 사장님

이전 기업에서 하청업체들을 통해 떡고물 챙기던 것이 버릇이 되었던 상무님, 결국 해고되었다.

엘리트주의에 쩔어서 직원들과, 타 부서장 알기를 우습게 알고, 협조적이지 않던 상무님

오로지 영업이 최고다 하면서 다른 모든 규정과 방식들을 영업에 맞추라고 요구하시던 상무님

본인 입맛에 맞는 직원만 총애하고, 바른 말 하는 직원은 압력을 넣어 어떻게든 내보내던 외국인 사장님

한국 지사의 정말로 급한 일은 나몰라라 하면서 2주일 정도 뭉개다가, 결국 본인 휴가를 가던 외국인 본부장

너무도 정치적인, 정치가 직장생활의 전부인 부사장님

부하직원은 마른 걸레 짜듯이 해야 한다는 방식으로만 승승장구 해온 전무님, 부서 이직률이 상당히 높았다,

본인 출세를 위해 한국 지사 상황을 이용하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던 외국인 사장님. 실적을 조정하는 것도 다반사이며, 일부러 노사간 갈등을 조장하기도 한다. 반말 욕설 등이 일상화 되었던 건방진 사장님. 정말 실화다.

부하 직원들에게는 너무도 막말을 달고 살면서, 막상 상사들에게는 최고의 친화력을 보이는 부장님, 일정부분 승진은 보장되나, 결국 한계가 있다.


좋은 상사 유형은 비교적 드물었다.

직원 얘기를 잘 들어주시고, 전문지식도 풍부하여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솔선수범하여 해결하는데 앞장 서 주시던 인접 부서 부장님

대표이사임에도 가능하면 이견이 있어도 많은 얘기를 들어주고 동의를 얻으려 노력하시던 사장님

나이가 엄청 많으셨던, 직원들을 위해 바른 말과 옳은 일을 하시던 대표님 (이게 기본인데, 사실 찾기 힘들다. 결국 외국 본사로부터 해임되심)

한국에 파견 나와서 부서장의 방향을 믿어 주고, 힘을 실어 주시면서, 필요한 부분만 조율하던 외국 사장님

잘 나가는 영업 부서장임에도 타 부서와 잘 협조하면서, 다른 부서와의 갈등이 안 생기도록 미리미리 풀어 주시던 상무님

온건한 리더십과 현업의 탁월한 실력을 기반으로 직원들에게 인기가 있던 부장님, 나중에 대표이사로 승진함.

문제가 생기면 솔선수범하여 나서서 해결하고, 공은 직원에게 돌리던 사장님


세상은 넓고, 직장은 많고, 상사 유형은 더 다양하다.

그 중에서 좋은 상사 만나기는 굉장히 어렵다. 마찬가지 좋은 상사 되기도 정말 어렵다. 모든 사람의 비위에 맞출 수 없기도 하고, 상사도 그분의 상사 비위를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생활은 힘이 든다.

인생, 이렇게 배우면서 벌써 30여년 흘렀으니, 직장생활을 시작하시는 여러분도 힘내시고 열심히 참으면서 좋은 상사를 만나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맨날 나쁜 상사만 만나라는 법은 없다.

작가의 이전글 수직구조에서의 Communicatio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